p.17 내 계획에서 변수가 생겨 조금이라도 더 품이 들면 벌컥 화가 치밀었다(내 머리와 블루투스 연동이 되지 않는 이상, 타인이 내 생각과 계획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도.) p.18 숨이 턱에 찰 만큼 달리거나 허벅지 근육이 터질 정도로 앉았다 일어났다 보면, 존재의 이유, 인생의 의미 자신의 가치 같은 생각들은 땀과 호흡으로 배출되어버린다. 남는 것은 오로지 '선생님이 나를 죽이려는 걸까?'하는 의심과 여기서 살아서 나가겠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일그러지는 얼굴만은 너무나 닮은 필라테스 동지들에 대한 사랑뿐이다. 운동이 끝나면 방금 전까지 내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했는지 자주 잊어버린다. p.21 등록과 탈주를 반복하는 동안 헬스클럽이나 복싱 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