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서문 : 프롤로그>
p.9
융은 80세가 넘은 나이에 자기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일생을 한 마디로 규정했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은 자기 실현의 역사다.'
자기실현은 '자아'가 무의식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림자, 아니마,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 등 무수한 무의식 층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 '자기'의 소리가 '자아'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기'는 '자아'에게 꿈의 상징과 종교의 상징들을 통하여 그 소리를 전하려고 한다.
p.12
인간은 자신을 무엇과도 비교해볼 수 없다.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나도 무한한 신성으로부터 떨어져나왔지만, 어떤 동물이나 식물 또는 돌에도 대비해 볼 수 없다. 오직 신화적인 존재만이 인간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결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인간은 자신이 제어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지배하는 일종의 심적 과정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기 생애에 대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인간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터이나, 기껏해봤자 그런 것을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인간은 모든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결코 알지 못한다. 한 생애의 이야기는 어떤 지점, 즉 그 사람이 기억해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데, 이미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간은 일생이 어떻게 되어나갈지 모른다. 그러므로 생애의 이야기는 시작이 없으며, 그 목표지점도 단지 막연하게 제시될 뿐이다.
p.13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단지 여름 동안만 버틴다.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데 하루살이같이 덧없는 현상이다. 생명과 문화의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허무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서 존속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나갈 꽃이다. 그러나 땅속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엄밀히 말해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적 체험들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여기는 나의 꿈과 환상들이 포함된다.
p.14
젊었을 때나 그 이후에 밖에서부터 나에게로 다가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들도 내적 체험의 표지가 찍혀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관해 내부로투버 해답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것들은 결국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부터 깨달았다. 외적인 상황들은 내적 체험을 대신할 수 없다. 그리하여 나의 생애는 외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빈약한 편이다. 나는 외적 사건들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에게는 공허하거나 실제적이지 않은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며, 나의 '자서전'은 그러한 내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일생을 사로잡은 꿈 : 유년시절>
p.35
나에게 '주 예수'는 어쩐지 일종의 죽음의 신처럼 여겨졌는데, 예수가 밤의 유령을 물리쳐주는 점에서는 도움이 되었으나, 그 자신은 십자가에 못박혀 피투성이 시체가 되었기 때문에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늘 찬양을 받는 그의 사랑과 자비에 대해 나는 남몰래 의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장례식을 항상 연상케 하는 검은 프록코트와 광택나는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주로 '사랑하는 주 예수'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융의 학술서인줄 알았는데 자서전이었다... (제목을 잘 보고 빌려라... 앞이라도 읽거나)
<<앞부분만 읽었는데, 꽤 괜찮았지만 (옮긴이 서문이 특히) 융의 학술 지식을 알기 전에 개인적인 내막부터 들으면, 융의 이론을 이해하는데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스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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