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과 교육대학원 논문
서술의 중개적 특징은 초점화와 서술자의 서술태도로부터 파악될 수 있다. 초점자와 초점대상의 선택과 이동과 서술태도로부터 독자는 서술자와 작중인물 사이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독자는 서술자의 신빙성을 판단함으로써 서술에 대한 반성적 거리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독자는 소설텍스트에서 말해진 것만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것까지 능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논문은 소설텍스트의 형상성의 문제 중 서술의 중개성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였다.
소설텍스트의 언어적 형식으로서 서술의 중개성
소설텍스트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명제문의 형태로 진술된 도덕 규범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 하에 놓인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인물들의 행위의 전개이며, 또한 그 인물들의 이여기는 독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서술자에 의해 중개된다. 중개성은 바로 이 점 즉, 소설텍스트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가 있다는 특징을 가리킨다.25)
25) F.K.슈탄젤, 김정신 역, 『소설의 이론』, 탑출판사, 1990, p.18.
제 3장 서술의 중개 양상에 대한 윤리적 이해 과정
소설 속에서 행동하고 말하는 인간의 모습, 그 인간이 경험하는 사건 등은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서술자에 의한 중개를 거쳐 독자에게 제시된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작중인물들은 이미 그들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해석된 사람들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독자에게는 소설 속 인물에 대한 '하나의' 이해가 제시된다.3)
3) Frank Palmer, Literature and Moral Understanding, Clarendon Press, 1992, p.112.
(1) 초점화에 작용하는 선택적 원리
소설텍스트에서 이야기가 서술자에 의해 전달되는 특징을 가리키는 개념이 중개성(medicay)이다. 슈탄젤은 서술의 중개성을 형성하는 요소로 서술자의 인칭, 시점, 양식을 들고 이에 따라 서술상황을 일인칭 서술상황, 작가적 서술상황, 인물적 서술상황으로 분류한다.4) 즉 소설텍스트는 서술자의 세계와 인물의 세계가 동일한 일인칭 인물이 서술의 중개를 담당하고 있는 것, 인물의 세계와 다른 차원에 있는 서술자가 서술의 중개를 담당하고 있는 것, 서술자의 세계와 인물의 세계가 다른 차원이지만 서술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특정한 작중인물의 시각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인칭 서술상황과 작가적 서술상황은 결국은 서술자가 스토리 층위에 존재하는 인물인가 아닌가에 의해 구분된다. 반면, 인물적 서술상황은 서술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서술상황이넫, 여기서는 중개서술자가 반영자(reflector)에 의해 대치된다. 소설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하는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진 것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인물적 서술상황은 은폐된 중개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이 반영자는 초점자5)와 같은 기능을 한다. 따라서 슈탄젤이 서술의 중개성 단지(mediacy complex)로 제시하고 있는 시점과 양식은 초점화 이론에 따르면 중첩되는 면이 있다.
소설 텍스트를 대할 때 독자는 누군가의 눈을 통해서 재현된 세계를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재현된 세계를 바라보는 위치를 조정하는 초점화에 대한 분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과연 디지털 서사체에서도 그럴까?
(2) 서술의 중개에 따른 서술자와 작중인물간 거리
초점화가 대상을 바라보는 지각작용이라면, 서술은 그 내용을 언어화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의 목소리와 태도로 인해 서술자와 서술 대상 사이에 거리19)가 형성된다. 이러한 서술적 거리의 조정은 독자가 작중인물을 이해하고 그에 반응하며 소설 텍스트의 주제적 의미를 해석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20)
서술자의 목소리가 우월하게 드러날 때 서술의 중개성을 강화되고, 서술자보다는 인물의 행위 묘사에 서술이 집중될 때 서술의 중개성은 약화된다. 서술자가 소설텍스트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자기의 도덕적 입장을 뚜렷이 드러낼 때, 서술자와 작중인물 사이의 거리를 파악하기는 쉽다. 그러나 서술자가 소설텍스트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거의 드러내지 않을 때 서술자와 작중인물 사이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은 앞의 경우에 비해 쉬운 일은 아니다.
서술자는 작중인물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태도를 취하거나 혹은 작중 인물의 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명백하게 표명하는 방식을 통해 작중인물들간의 말들의 대화를 중개한다. 서술자가 주석적 논평을 통하여 자신의 말을 직접적으로 표명하였을 때, 독자는 서술자의 도덕적 입장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3) 서술의 신빙성 판단과 서술에 대한 반성적 거리
서술자의 신빙성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한 것이 웨인 C.부쓰이다. 부쓰는 작가와 서술자,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해명하기 위하여 '내포작가'의 개념과 결부된 서술자의 '신빙성'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에 따르면 서술자의 '신빙성'은 '내포작가'와 관계된 서술자와 서술내용 사이의 거리의 양상으로부터 발생한다.31)
31) 웨인 C.부쓰, 이경우 최재선 역, 『소설의 수사학』, 한신문화사, 1987, pp.173-183.
부쓰가 서술자의 신빙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서술자의 인칭이나 전지성 여부보다도 서술자의 지적, 도덕적 특성이 독자의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서술자인 '나'가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기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을 인지하는 데 그치는 초점자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는 서술자 '나'라고 하여도 인물들의 세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언술은 자기의 주관적 입장과 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32)
이러한 경우에 서술자의 논평적 개입은 독자가 작중인물에 대한 판단하거나 소설텍스트의 주제적 의미를 구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32) 슈탄젤은 일인칭 서술자의 인격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서술 세계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라는 존재론적 동기 때문에 일인칭 서술자는 신빙성 없는 서술자라고 말한다. F.K. 슈탄젤, 김정신 역, 『소설의 이론ㅡ 「걸리버 여행기」에서 「질투」까지
<미해결의 장>의 경우 경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의 아이러니적 거리39)로 인해 일인칭 서술의 신빙성이 더욱 감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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