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구술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까지, 인간의 담화양식은 말, 문자, 활자,
영상 그리고 디지털에 이르는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변화해왔다. 오로
지 기억에 의존해 소통을 하던 구술시대, 그저 구술의 기록이 목적이던
필사시대, 단순한 필사가 아닌 쓰기와 텍스트 고유의 양식이 정립된 인
쇄시대, 다감각적 재현을 이룬 영상시대, 그리고 상호작용적 가상체험이
가능해진 디지털시대의 담화는 각기 그 매체 고유의 미학적 논리가 있
다. 하지만 어떤 담화의 논리건, 그 논리의 가치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
대적인 것이며 상호 단절적이 아니라 상관적, 순환적인 것이다. 필사는
구술에 종속적이었으며, 인쇄는 필사를 자족적 텍스트로 만들었고, 영상
은 텍스트를 다감각화했으며, 디지털은 다시 구술의 인터랙티비티를 복
원하였다. 이렇게 담화양식은 상대적인 동시에 상관적, 순환적인 것으로
오늘날 스토리텔링 혹은 디지털스토리텔링 양식의 기원은 구술이다.
(시공간적) 현장성, (다감각적) 재연성, (상호작용적) 소통성을 기본 속
성으로 하는 구술 양식은 스토리텔링의 전형이며, 디지털 양식의 원형
이다. 21세기의 담화는 시간적, 인과적, 형식적 내러티브 양식에서 시공
간적, 다감각적, 상호작용적 (디지털)스토리텔링 양식으로 이행하고 있
다. 변화하는 문화적 소여 속에 내재하는 패러다임을 담화원리화하면서
기존의 내러티브 한편으로 시대적 가치를 지향해가고 있는 것이다. 하
지만 내러티브에서 스토리텔링으로의 흐름이 곧 담화양식의 진보를 의
미하는 것일까? 이에 본 논문은 스토리텔링 혹은 디지털스토리텔링의
논리 및 비전을 체계적으로 담론화하기 위한 기초 연구의 일환으로, 구
술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까지 인간 담화양식의 시대별 기본 원리 및 내
용과 형식상의 문제, 나아가 21세기 디지털스토리텔링의 비전에 이르는
기본적이고도 다각적인 논의를 지향하였다.
국제스토
리텔링센터(International Storytelling Center)의 설명처럼 “인류와 연원을 같이하
는”14) 구술적 전통의 담화양식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본질적으로 구술의 속성인
현장성(=현재성)15), 재연성, 소통성을 그대로 지니는 시공간적[현장성], 다감각적[재
연성], 상호작용적[소통성] 담화양식이라 할 수 있다.
플라톤은 국가 에서 인간의
담화에는 세 가지 양식, 즉 극처럼 전적으로 모방(미메시스)에 의하거나, 서정시처럼
자신이 말하는 서술(디에게시스), 혹은 모방과 서술이 혼합(미메시스-디에게시스)된
서사시가 있노라16) 설명했었다.
서사시는 근대에 이르러 말하기(디
에게시스)의 속성인 서술성(narrativity)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 장르로 변화하면서 문
학의 주류를 이룬다. 반면 보여주기(미메시스)는 소설 속에 대화 형식 및 묘사 기법
으로 잔존하며, 동시에 재현성(representativity)을 기반으로 사건을 모방적으로 재현
해 보여주는 연극, 그리고 더 나아가 ‘보고’ ‘듣는’ 다감각적 미디어 양식으로 연계된
다. 다시 말해 보여주기는 현대의 다양한 감각적 미디어, 특히 디지털미디어의 발달
과 더불어 여러 층위의 다감각 및 디지털 미디어의 담화양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 보여주기는 곧 스토리텔링의 다른 말이다. 다시 말해 말하기와 보여주기는 21세
기에 들어 흔히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상기 표 1과 표 2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구술과 디지
털은 상당히 유사한 미학과, 전달 및 결말 구조 그리고 특성을 공유한다.
보편성을 담보하는 모티프나 캐릭터, 플롯에 대한
조바심 없는 “제시된 경험” 속에는 휴머니즘적인 희로애락이 없다.”36)
<<좋은 논문인듯..
결론적으로 답은, 그리고 우리의 논지는 구술과 필사 그리고 인쇄라는 인간 담화양
식의 문제로 환원된다. 과연 문자가 존재하지 않은, 그러니까 쓰기를 알지 못했던 시
공간 속의 삶과 사유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늘날의 우리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
다. 의사소통과 교육, 지혜와 문화의 전승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말
과 행위를 오로지 기억 속에 담아, 그 기억을 통해 생각해내고 표현해야 했던 구술문
화는 이후의 쓰기나 인쇄 기반의 문자문화와 그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아주 리드미컬하고 안정된 패턴이나, 반복 내지 대구나, 두운과 유운이나, 형
용구 및 기타 정형구적인 표현이나, 규범적인 테마 설정(집회, 식사, 결투, 주인공
의 원조자 등)이나, 끊임없이 들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고 그 자체도 기억
하여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패턴화된 격언이나, 혹은 그 밖의 기억을 돕는 형식
으로 사유해야만 했다. 진지한 사유는 기억의 체계와 뒤얽혀 있었다. 기억의 필요
성이 통사구문까지 결정한 셈이다.”4)
실제로 디지털 양식은 구술
양식의 현대적 전형이다. 단적인 예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전형인 게임은 단지 상대
를 컴퓨터 속 가상공간에서 간접대면 한다는 게 다를 뿐 원론적으로 구술처럼 시공간
적, 다감각적, 상호작용적 담화가 아닌가. 결국 스토리텔링의 부상은 구술의 회귀로
시대적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대중, 미디어, 디지털, 해체, 주체, 몸, 감
각, 이미지, 허구, 소비 등을 코드로 하는 우리 포스트모던 시대, 일상이 문화가 되어
버린 대중문화 시대 필연의 담화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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