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구비문학 그리고 구술성 개념을 형성하는 담론의 질서를 체계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구비문학 연구사를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각각의
연구 목표와 연구 대상 그리고 연구의 의의를 규명하고자 했다.
2장에서는 일제강점기 민족학자들의 설화 논저 및 문학사 논저들을 검토했다.
안확, 최남선, 손진태 등의 학자들은 세계를 공간적․시간적 연속체로 상정하고 이
연속체의 기원과 거기에 담긴 본질을 찾고자 했다. 구비문학 텍스트들은 이러한
연속체의 기원 즉 본성에 가장 근접했다는 의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이때
연구자들은 언어의 표면에 드러나는 차이보다는 그로부터 추려낸 뼈대를 지식의
대상으로 삼았다. 따라서 이 시기의 모든 사물과 언어는 본질의 흔적을 담고 있는
지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었다.
3장에서는 구비문학 연구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활발하게 출판된 구비문학 개론서
들과 연행론 논저들을 검토했다. 이 시기에는 구비문학 텍스트가 갖는 연행성과
문학성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이야기판의 현장성은 기록문학에 비해 보다 직접
적이고 근본적인 문학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비문학의 특징으로 중시되었으며, 이야기꾼-화자-에 대한 연구는 구비문학 텍스트를 한편의 문학 작품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학성이 강조되던 이 시기에는 텍스트 표면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언어적 특징들을 하나의 작품 또는 작가의 문제로 해명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1960년대 이후의 구비문학 연구는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 표현의
법칙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언어를 상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았다.
4장에서는 사이버 공간이 점차 확산된 시기에 전파․전자 매체를 통해 생산된 텍스
트들을 분석한 연구들을 주된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사이
버 공간의 텍스트들에서 현실/허구, 원본/복사본, 작가/독자, 화자/청자, 말/글의 구
분이 모호한 것에 주목하고 이를 2차적인 구술성이라 명명했으나, 여전히 이러한
특징들을 1차적 구술성과의 유사성에서 찾아내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본고
에서는 전자매체 텍스트에 나타난 2차 구술성을 ‘구술성’으로 이해한 논의는 말/글
의 이항대립에 기초해 있으며, ‘2차성’으로 이해한 논의는 말/글의 대립으로 2차
구술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이 가운데 후자
의 논의들에서 주목한 2차 구술성의 특징을 상호수동성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 개념이 구술성과 기술성 그리고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의 대립을 문제삼
으며 1차 구술성을 탈중심화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자 했다.
열쇠어: 구비문학, 구술성, 담론, 민족성, 형이상학, 연행론, 문학성, 텍스트성, 상호텍스트성,
2차 구술성, 상호수동성
3) 담론이란 '말하고 있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형성시키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사라 밀즈, 『담론』, 김부용 역, 인간사랑, 2001, 35쪽.
Ⅳ. 2차 구술성과 ‘상호수동성’
구비문학 연구자들은 “연행”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문학의 범주에 포
함시킨 데에 이어서, 최근에는 허구적 옛이야기보다는 ‘살아온 이야기’
나‘경험담’, TV 토크쇼의 대본이나 사이버 상에서 오가는 여러 대화
및 유머 시리즈 그리고 사이버 소설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연구
자들은 이들 텍스트로부터 구비문학적인 특징들을 발견해내고 그것의
말하기 또는 글쓰기 양식을 탐구하여, 구술성 또는 문학성 개념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다.
본 장에서는 이 가운데 전자․전파매체 텍스트에 대한 연구들을 중심
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 텍스트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들이
텍스트들에 나타난 구술성에 주목하면서 그것의 구비문학적 성격을 규
명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나타난 구술성 개념을 검토하여
최근 구비문학 연구의 성격을 밝혀보려는 것이다.
전파문학이 구비문학과 기록문학 중 어느쪽에 가까운가를 따진다면 아
무래도 전자 쪽이 아닐까 한다. 양식이나 포맷에 따라 구술성과 문자성의
관계에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파문학은 기본적으로 ‘말 텍스트’의 형
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과정에서 대본이 중
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이루기 위한 ‘하
나의 중요한 요소’일 뿐이다.40)
위의 인용에 잘 드러나듯이 연구자들이 전자매체에서 생산된 텍스트
들을 구비문학의 범주 안으로 포함시키는 근거는 대체로 그것이“구술
성과 문자성을 공유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정밀한 글쓰기의 과
정을 거쳐 ‘말’의 형태로 구현”된다는 데에 있다.41) 이들은 월터 J. 옹
의 논의를 참조하여 리듬이 있는 첨가적 표현, 집합적이면서 다변적인
표현, 전통성과 항상성의 길항작용, 삶에 밀착되고 상황의존적인 사고,
논쟁적․참여적․감정이입적인 특성이 2차 구술성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고 주장한다.42)
또한 사고나 표현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이야기판의 형성이나 이야기
전승에서 나타나는 특성도 전파 문학의 구술성을 뒷받침하는 주된 근
거가 된다.
통신 전자언어는 기록문학의 문자처럼 고정되지 않고 독자의 수시 참
40) 신동흔, 앞의 책, 153쪽.
41) 같은 책, 149쪽.
42) 심우장, 「통신문학의 구술성에 관하여」, 150-157쪽.
통신 전자언어는 기록문학의 문자처럼 고정되지 않고 독자의 수시 참
여에 의해 항상 공동작이 되는 적층성을 그 본질로 삼기에 구비문학 자체
는 아니지만 이차적 의미에서 구술성의 원리를 구비문학과 공유한다.43)
비록 자연발생적 구비문학의 구술현장처럼 화자와 청자가 한자리에 실
재하지 않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바로 옆에서 그 재담을 듣고 있었던 듯
즉각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제 2, 제 3의 독자에 의해서 작품은 간섭을
받고 그들의 흔적을 남기며 공동작의 전승원리를 실현해 나간다. 어떤
순간에도 작품은 완결되지 않은 채 미지의 독자를 부지런히 맞이한다.
…… 통신재담이 소통되는 이러한 전승체계는 전통적 구비문학 작품의
속성인 구술적 원리를 전자언어를 활용하면서 재현한 셈이 된다. 따라서
통신을 통한 재담의 전승과정이 구비문학의 구술성 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는 것이다. 통신을 통한 정보의 대화성은 새롭고 활력있는 구비
문학의 진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통신재담은 비록 2차적 의미의 구술
성이지만 기록문학이 구비문학을 지향해 나가는 한 과정을 보여준다.”44)
위의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전파문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독
자의 수시 참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구비문학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작가와 독자의 물리적 거리가 좁아지면서 “공동작의 전
승원리”가 구현되어, 독자들의 의견이 적층적으로 구성되고 이야기가
단순하고 간결하며 명료한 형태로 생겨나기에45) 새로운 매체에서 생산
된 텍스트들이 구비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 나타나는 이러한 구술성은 이전 장에서 논의한
구비문학의 ‘현장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전 시기 연행론 연구가 텍
스트의 개별적 특질 또는 화자 개인의 표현상의 특징과 같은 언어의
문학적 사용 즉 언어의 시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2차 구술
성 연구는 사이버 공간에 펼쳐진 이야기판에 둘러앉아 마주보고 대화
43) 강은해, 「구비문학과 대중매체 문화」, 『구비문학연구』 13, 2001, 391쪽.
44) 같은 책, 370쪽.
45) 김재국, 「전자언어와 문학의 구술성과 다어성」, 『한국문예비평연구』 7권, 한국현대문
예비평학회, 2000, 228-229쪽.
하는 듯한 효과, 즉 언어의 친교적 기능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적인 화자가 옛이야기를 구연하는 이야기판의 현장성은 청자가 화
자의 이야기에 몰입할 때 느끼는 정서를 강조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46)
전자 매체상의 다양한 서사체 형식을 구술문화 또는 구비문학의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당위성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우
리 서사체의 구술전통이 새로운 전자매체 상에서 살아났다는 점이다. 현
대의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이야기 현장이 붕괴되고 전승의 끈을 잃어
버릴 것 같았던 이야기 구술전통의 심층적 맥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판을 만나 완벽하게 부활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
것이 비록 사이버 상의 글쓰기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기저의 심성을 보
면 구술적인 바탕 자질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47)
위의 인용에 따르면 “전자 매체상의 다양한 서사체”안에서 “구술적
인 바탕 자질” 즉, 구술언어의 특징48)을 찾아내는 작업이 연구의 목표
임을 알 수 있다. 위의 논문은 전자매체 텍스트 연구자들이, 최근의 서
사체에서 말을 ‘흉내낸’ 언어49)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할 때의 ‘말’이 곧
46) 연구의 초점이 문학성에서 친밀성으로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학 개념에도
변화가 생겨나, 최근의 많은 구비문학 연구자들은 ‘이야기의 역사적 현재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미 경험담과 생애담은 … 새로운 이야기 갈래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구비문학의 ‘생활문학’으로의 특성에 주목한 연구들
이 구비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문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있다. 천혜숙,
「현대의 이야기문화와 TV」, 『구비문학연구』 16, 한국구비문학회, 2003, 23쪽 참조.
47) 김현주, 『구술성과 한국서사전통』, 월인, 2003, 85쪽.
48) “발화자와 수신자 사이에 상호작용을 보유한 면대면 대화, 이야기적, 행위 지향적,
사건 지향적, 여기와 지금, 비정형적, 일차적 담화, 자여적 의사소통, 개인상호적,
임의적인, 맥락(상황)을 공유하는, 비구조적인, 준언어적 단서를 통한 결속구조, 반복
성, 단순하고 선적인 구조, 순간적․일회적” R. Horowitz & Jay Samuels, Comprehending
Oral and Written Language, London:Academic Press, Inc, 1987, p.9 ; 김경섭, 「설화연
행의 텍스트 언어학적 연구」, 『한국고전연구』 5집, 139쪽에서 재인용.
49) <전자언어>는 <문자언어>의 사회적 약속을 문자성과 구술성의 기본전제로부터 새로
운 형태의 약속들로 변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화’는 그 자체로 구술적이다. 그러나
<대화언어>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대화자들이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를 매개로 하여 키보드를 통해 구술되기 때문에 또한 문자적이다.
이처럼 <대화언어>가 갖고 있는 구술성과 문자성의 이중구조가 일상적인 언어의
구술성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대화언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용욱, 『사이
버문학의 도전』, 토마토, 1996, 154-160쪽.
‘구술성’을 뜻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그리하여 우리는 과거 연구
들에서 구술성이 민족의 본성 혹은 연행에서 느끼는 실존적 경험을 의
미했다면, 최근의 연구에서 구술성은 문자 문화 이전의 언어활동이 갖
는 특성들로 논의되었던 ‘1차적인 구술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50) 요컨대 이제 구비문학 연구의 초점은 말이 가진 특성 자체로
모아지고, 연구자들은 말/글의 대립에 기초하여 새로운 형태의 서사,
즉 전파 텍스트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구비문학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연구들이‘구술성’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말로 된 담화가 갖는 특성 즉, ‘1차적 구술성’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이 과정은 문학과 비문학, 전문가와 비
전문가의 대립을 허물면서도 ‘구술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관념을 둘러
싸고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때의 텍스트는 말을 흉내 낸
글51), 구술 현장을 흉내 낸 기호 즉 소리를 시각화하고자 한다는 특징
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상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텍스트들에 나타난 구술성은 2차적인 것으로
서 구술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술성과 다르다는 주장이 여러 연구
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말’이라는 원본을 전제하고 발화의
‘자연적’ 우위성 즉, ‘음성중심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는52) 논의들과는
다르게 아래의 인용문에서는 ‘구술성’과 ‘구비문학’의 본질주의적 성격
을 문제 삼으며 2차 구술성의 ‘2차성’에 주목한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종래 문자 중심의 의사소통 방식이 지양되면서 기
호론에 있어 문자/음성의 이분법을 벗어나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되
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화상 채팅을 한다고 하자. 상대방이 보이고
음성이 들리며 상호작용이 된다는 점에서는 구술적인 의사소통과 같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접촉할 수 없다는 점, 맥락이 공유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 맥락은 알 수 없다는 점, 음성이 변조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구술적 의사소통과 다르다.53)
위의 글에서 논자는 문자 중심의 의사소통방식이 지양됨에 따라 문
자 언어와 음성 언어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자학으로서의 에크리튀르,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구분보다 앞서고 그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좀 더 근원적인 언어로서의 에크리튀르가 구비문학의 새로운 방법론이
자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연구자들
은 디지털 세계를 현실 세계의 대립항으로 다시 말해서 허구적 공간으
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 복사본이 사라진 사이버 공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이와 같은 연구들에서 2차적 구술성
의 ‘2차성’은 음성/문자 그리고 실제/허구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전
자매체 텍스트의 성격을 가리킨다. 이 외에도 “기술 서사물의 구술적
흔적은 이미 구술과 기술을 나누는 표지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문’
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의 기법으로 간주해야만”54) 한다거나, “‘구술/기
술’의 문화적 패러다임이 상황에 따라 담화적으로 실현되는 양상을 찾
아야 한다”55)는 주장은 말/글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2차적 구술성의
실현 양상을 드러내고자 한 시도들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논의들은 전자매체에서는 서로 접촉할
수 없고, 맥락이 공유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 맥락은 알 수 없으며, 음성
또한 변조될 수 없음을56), 그리고 구전의 시대에는 상호작용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났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사이버 세계와 인간 사이
에 일어난다57)는 점을 지적하며 2차 구술성과 1차 구술성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또한 “그 관계-전파매체의 이야기문화와 일상적 이야기문화
의 공생관계-는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의 삶을 공허하게 하는
쪽으로 맺어져 있는 것이 실제 현실”58)이라며 전파매체의 이야기문화
가 전통적인 이야기문화의 진실성을 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둘을 구
별한다.
일반적으로 구술 텍스트는 기술 텍스트에 비해 청자 혹은 독자의 참
여도와 감정이입의 정도가 높다. 맥루한은 매체의 종류를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로 구분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구술 텍스트 그리고 최근의 전자매체 텍스트들은 쿨 미디어에 의해 생
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59) 하지만 본고에서 검토한 바에 따르
면 사이버 공간의 참여자들은 참여도나 감정이입의 정도가 높다고 보
기 어렵다. 이들은 아이디 혹은 닉네임 그리고 이모티콘 등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구술언어가 갖는 ‘개인상호적interpersonal’이고 ‘발
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상호 작용을 보유한 면대면face to face 대화’라
는 특성과 거리가 있다. 즉,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실제의 나가 아니라
나를 대신하는 누군가이며, 그럼에도 그 존재는 나를 대신하기에 허구
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또한 전자 매체 텍스트들은 엄격한 규칙이나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고 지향적idea oriented’이고 ‘목적
적이고 거리를 둔objective and distanced’그리고 ‘고차원적으로 구조적
인highly structured’기술언어와도 구별된다. 즉 글을 통해 메시지를 전
달하지만 이는 양식상의 규칙이나 문법적인 체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술 텍스트라 보기 어렵다. 요컨대 2차 구술성의 특징들은 일
반적인 구술/기술의 대립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말/글의 대립에 근거하여 2차 구술성60)의 특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호수동성 개념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으
리라고 본다. 상호수동성은 새로운 전자 미디어의 출현으로 가능해진
나와 스크린간의 상호작용의 또 다른 측면을 가리키는 개념이다.61) 즉
구술/기술의 대립이 상호작용의 유무라는 측면에서 성립한다면 상호수
동성은 이 상호작용의 이면에 존재하는 개념인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서 나는 스크린을 단순히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스크린과 상호
작용하며 대화적 관계에 들어서지만, 녹음된 웃음을 방송하는 TV에
즐거워할 때나 무표정한 얼굴로 미소의 이모티콘을 전송할 때 “내 감
정과 믿음을 발동하는 내적 상태를 떠올리지 않은 채 그 감정과 믿음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업을 성취”한다.62) 즉 2차 구술성의 공간에서 나는
언제나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능동적인 태도
를 취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2차 구술성은 상호적이기에 구술적이지만
수동적이기에 기술적이라고, 즉 상호수동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호수동성 개념으로 전자매체 텍스트의 2차 구술성을
이해하면, 말/글 혹은 구술성/기술성의 대립으로 2차 구술성을 설명하
지 못한 기존의 논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전자매체 텍스
트의 2차적 구술성은 한편으로는 말/글의 대립에 기초하여 논의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호수동적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말/글의 대립 자체
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구술성의 음성중심주의적 특질을 강조하거나
탈중심화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60) 월터 J.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이기우, 임명진 역, 문예출판사, 1995, 205-208쪽.
61) 슬라보예 지젝, 『How to Read 라캉』, 박정수 역, 웅진 지식하우스, 2007, 40-41쪽.
62) 같은 책, 52쪽.
52) 크리스토퍼 노리스, 『해체비평』, 민경숙․이현주․김희선 역, 한신문화사, 1995, 39쪽.
53) 최혜실, 「디지털 문화 환경과 서사의 새로운 양상」, 『구비문학연구』 16, 2003, 6쪽.
54) 김경섭, 앞의 글, 137쪽.
55) 송효섭, 「‘구술/기술’의 패러다임과 그 담화적 실천」, 『한국구비문학회 2013년 동계학술대회 발표논문집』, 한국구비문학회, 2014, 16쪽.
Ⅴ. 맺음말
최근의 구비문학 연구에서는 전파․전자 매체를 통해 생산된 텍스트
와 평범한 개인의 경험이나 생애의 구술을 분석한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텍스트에서의 발화가 글보다는 말
에 가깝고 문자성에 비해 친밀함이 중시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즉
이 연구들에서 일상과 사이버 공간의 담화들은 ‘1차적인 구술성’즉,
‘말’과 얼마나 유사한가라는 관점에서 도상적 속성을 중심으로 논의되
었다. 하지만 이 텍스트들에 나타난 구술성은 2차적인 것으로서 구술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술성과 다르다는 주장 또한 여러 연구자들
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었으며 본고에서는 이 연구들이 주목한 2차
구술성의 특질을 ‘상호수동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연구자들이
사실은 구술성과 기술성의 결합이 아닌 구술성과 기술성으로부터의 거
리두기로 2차 구술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자매체 텍
스트의 2차적 구술성은 한편으로는 말/글의 대립에 기초하여 논의되지
만 다른 한편에서는 말/글의 대립 자체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구술성
의 음성중심주의적 특질을 강조하거나 탈중심화하는 개념이라고 정리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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