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피게니아라는 특정 작품을 신화적으로 비평한 논문
2004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Clermont-
Ferrand 시에서 CRLMC(근현대문학 연구센터) 주최로 개최된 ‘신화와 만화’ 토론
회3)의 주제를 살펴보면, 만화에서 신화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을 관찰할 수 있다.
첫 번째 분류는 ‘만화에서 신화적인 읽기를 내재하는 선행 장치들’, ‘만화의 신화적이
고 매체 발생적인 두 형태들 : 지하와 추락’, ‘만화에 있어서 여행이라는 신화’, ‘만화
에서 자서전적 이야기와 신화의 자리’, ‘영웅 신화의 희화적이고 포스트 모던한 아바
타’, ‘신화의 재활성화’ 등 특정 작품 분석을 지양하고 추상화시킨 개념을 도입하여
신화와 만화 연구를 접목한 형태이다.
I. 신화의 개념
I.1. 신화의 어원과 그리스로마 신화
신화를 뜻하는 프랑스어 ‘미뜨mythe’는 그리스어 ‘미토스mûthos’에서 유래한다.4)
사실 플라톤 이전 시대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미토스는 현 시점에서 일반적으로 이해
하고 있는 신화(神話)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플라톤은 미토스를 과거부
터 구전되는 이야기,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담화 형태로 정의한다. 미토스의 경
우,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즉 구술하는 시인이 담화 상황에 따라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 구성 요소를 첨가하기도 하고 삭제하기도 하며, 재미를 살리
기 위해 1인칭 주어 ‘나’를 사용하면서 이야기 상황 속에 화자 자신을 대입하여 감정
이입시키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플라톤이 미토스를 모방 원리에 근거하여 비판한
이유이다. 존재론적인 실체로서 이데아론을 주장한 플라톤에게 진실처럼 보이는 언
어는 철학적, 이성적 언술인 ‘로고스logos’였다. 논리적인 사고 내지 그 결과의 언어
적 표현인 로고스에 비해 미토스는 의미나 지식 전달과는 거리가 먼 흥미위주의 이
야기로서 현실에서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플라톤의 이원
적 세계관에 따라 미토스는 로고스의 상대어로서, 이성적으로 논증될 수 없는 감각
적인 담화 형태로 분류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념 세계만을 인정하는 플라톤의 미토스 비판을 넘어서 ‘미메시
스mimesis’ 개념을 대입하며 미토스를 재정의 한다. 예술 활동 전반이 인간의 모방
본능에 기초한다는 모방설과 비극의 정의, 비극의 6가지 구성 요소 등을 서술한 ?시
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미토스 즉 신화는 모방이 구현되는 영역이라 주장한다.
또한 신화는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보편성을 추구한다고 보았다. 이후 유럽 문화 예술의 기본적인 미학에 지대한 영향
을 끼친 아리스토텔레스는 신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이다.
신화 구조를 연
구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évi-Strauss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과 동물이 아직
구분되지 않던 시기의 이야기, 인간의 출현 속에서 인간의 조건과 그 연약함의 발단
이 된 사건을 보여주는”5) 시점의 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라는 명칭은 구전되었던
이야기가 기원전 6세기 경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와 헤시오드에 의해서 기록되고 편
찬된 것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이피게니아>의 서사공간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레옹스가 속한 지하 서
재, 이피게니아가 속한 지상 연극 무대,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제3의 외부세계. 이
3가지 종류의 공간은 각기 개성을 담은 색채로 표현된다.
만화 <이피게니아>는 신화가 한 작품에서 구현될 때 예술 장르에 따라 어떤 종류
의 언어로 이야기되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본
질적인 물음, 그 중에서도 운명에 관한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신화 세계를 차용하는
데서 이야기의 틀을 잡고, 신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대신 신화와 고대 비극간의 상
관관계를 이용, 무대라는 공간으로 시각화하면서 신화를 환기시킨다. 또한 어둡고 밝
음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인간이 진리라고 믿고 사는 것과 실제 존재하는 진리와의
차이점을 대비시킨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서재 지하와 극장 바깥세상이라는 시각화
를 통해 공간으로 상징해내고 있다.
결국 ‘신화’의 본질은 신(神)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데 있다. ‘좋은 만화’에 대
한 정의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만화의 기능을 쾌락적(오락, 지적 쾌락, 시각적
쾌락 등), 교훈적(학습, 서사를 통한 간접 경험 등), 예술적 기능(감정 순화, 형식 실
험 등), 매체 기능(홍보, 교육, 정보 전달 등)이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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