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가사에 나타난 ‘애정담론’의 실현양상
—<삼설기본 노처녀가>와 <잡가본 노처녀가>의 향유문화를 중심으로
1)
양정화
[국문초록]
본 논의에서는 조선후기 여항시정가사에 해당하는 <삼설기본 노처녀가>와 <잡가본
노처녀가>의 향유문화를 중심으로 개별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애정담론의 구체적인 실현
양상을 살펴보았다. 우선 텍스트 분석에 앞서, 가사 텍스트를 다양한 사회문화적 실천행
위로 구체화되며 담론의 영역을 구축하는 하나의 ‘담론체’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즉 담론
을 하나의 행위로써 의미를 만들고 재생산하는 사회적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받아들
여, 텍스트의 언어적 측면이 동일한 의미의 작품으로 해석된다하더라도 서로 다른 사회-
문화적 함의를 가지고 재생산된 별개의 담론체로 텍스트 읽기가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삼설기본 노처녀가>는 18세기 중엽,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한 ‘노처녀
담론’이 ‘애정담론’으로 재생산되어 독서문화권에서 노처녀의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완독텍
스트로서의 재미를 풍성하게 갖추며 애정담론의 영역을 구축하는 양상을 살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잡가본 노처녀가>는 19세기 후반 잡가문화권에서 생성 ․ 향유된 가창텍스
트로써, 텍스트 내적 담화방식이 음악적 간섭으로 인해 서술의 억제를 보이며 서정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애정담론’의 영역을 구축하는 양상을 살필 수 있었다.
이처럼 ‘노처녀’라는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도 텍스트가 향유된 사회문화적 특성과 결부
되어 나타나는 서로 다른 담론 층위, 즉 문학적 형상화에 의한 담론화 양상과 음악적 소통
에 의한 담론화 양상은 텍스트 내적 담화방식을 제 각각 규정하며 담론이 처한 상황에 따
라 그 영역을 구축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주제어] 여항시정가사, <삼설기본 노처녀가>, <잡가본 노처녀가>, 애정담론, 담론화, 청자중심 발화, 전
언중심 발화, 완독텍스트, 가창텍스트, 담론체.
우선 반봉건 근대화의 관점3)에서 이루어진 <노처녀가>에 대한 초기 연
구는 최원식4)에 의해, 조선후기 가사는 봉건 사회의 모순이 격화됨에 따라
가사의 장르적 속성에서 벗어나 주정주의적 경향을 띠거나 서사화의 경
향5)을 드러낸 것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유교도덕의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
본능을 중요시하고 이를 추구하는 정신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한 김문기는
<노처녀가1,2>를 양반층의 문화와 의식, 제도, 관습 등에 대한 서민적 시
각에서의 비판이 가해진 작품으로 보았다.6) 이후에도 가사의 서사화, 소설
화 구도에 대한 논의7)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통해 근대성을 살피
는 논의8)는 지속되었다.
한편 <노처녀가>가 함의한 담론 특성을 고려하여 텍스트 해석을 시도한
논의가 있어 주목된다. 고순희9)는 18세기 중엽 노처녀 담론의 형성과 그
전개 과정을 실증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양반가의 노처녀 문제가 당대 사회
적으로 중대한 관심사의 하나로 부상했던 시대적 맥락을 토대로, 텍스트의
화자와 진술특성, 진정성 등의 문제를 검토하였다. 이러한 고순희의 논의
에 힘입어 노처녀 담론의 형성, 전개, 유통, 작품의 성격 등에 관하여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끈 것은 성무경10)이다. 그는 18세기 중엽에 형성된 노
처녀 담론이 다양한 문학양식들에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노처녀가2>는
그러한 반향속에서 ‘텍스트간 상호대화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노
처녀가류의 이본상황과 이본간의 착간(錯簡)현상, 그 지역적 분포 등을 살
펴, <노처녀가1>이 <노처녀가2>보다 후대의 작품임을 밝혔다. 따라서
<노처녀가2>는 18세기 후반 시정(市井)의 노처녀 담론을 이끈 대표적인
문학텍스트이고, <노처녀가1>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잡가문
화권에서 형성 유행된 가창텍스트임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각기 다른 문학양식으로 제출된 노처녀 담론들을
통해 그 구성과 담론 방식들의 층위를 짚어보고자 한 박일용은 필사본 소
설, 한시들과의 대비를 통해 <노처녀가1>의 담론의 형태와 서술의 특징,
주제 등을 살폈다.
이처럼 <노처녀가>에 대한 논의는 주로 텍스트 내적 작품에서의 해석과
18세기 중엽의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산생된 노처녀 담론의 문학적 형상화
에 주목하여 텍스트의 주제와 작품의 문학사적 의미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작품 감상이나 분석의 실질은 항상 그 작품이 함의한 주제나
미의식이 담론층위에서 도출될 때 보다 올바른 작품읽기가 수행되는 것”12)
임을 염두에 둘 때, 최근에 수행된 <노처녀가>의 담론 차원에서의 연구는
텍스트 외적 상황(컨텍스트,Context)을 고려하여 작품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처녀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텍
스트 내의 담화방식 차원에서만 담론화의 경향성을 살피거나 18세기 중엽
에 형성된 노처녀 문제의 사회적 담론을 문학 텍스트와 긴밀하게 밀착시킴
으로써, 결국 <노처녀가>를 당대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노처녀 담론이
수행된 하나의 결과물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문제가 있다.
성에 주목하는 문학적 담화체의 양식(진술양식)에 기저한 장르임을 염두
에 두고, 그 구체적 실현태로서 존재하는 텍스트의 담화방식과 그러한 담
화가 가능했던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이념적 측면이 어떠한 방식으로 맞
물려 담론화 되었는지에 주목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가사의 담론특성에 대한 기존의 논의13)는 작품 내에서 화자와 청자 간
의 발화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품 내적 담론만을 주목하였기 때문에
‘순수 담화 분석’의 차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담론(談論)’과 ‘담화(談話)’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동일시함에 따라 나타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들은 모두 텍스트의 내적 담론에 해당하는 담
화분석에 머물고 있어, 가사의 담론 특성을 이해함에 있어 진정한 의미에
서의 담론 분석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
각한다. 설령 동일한 담화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텍스트라 하더라도 작품
의 사회 ․ 문화적 조건이나 화자와 청자의 입장 혹은 태도의 차이에 따라 서
로 다른 담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진술이나 담화방식이 사
회적 ․ 제도적 실천의 의미화로서의 담화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더욱 그러
하다.
이에 본 논의에서는 ‘담론’을 어떤 사상(事象)을 의미하는 ‘언어’와 대비
되는 하나의 ‘행위’ 개념으로 받아들여, 의미를 만들고 재생산하는 사회적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14)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는 문학작품을
그것이 생성되고 향유되었던 시 ․ 공간의 사회적, 문화적, 이념적, 제도적
특성과 관련시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함으로써, 개별 텍스트의 다양
하고 역동적인 의미와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이다.
14) 김학성, ?한국 고전시가의 정체성?,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2002, 239쪽.
담론 연구에서는 언어가 사물이나 사상을 지시하며 고정된 의미를 지닌
체계라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선다.15)
이와 더불어 언어가 순수하게 사회적,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내
재하지 않은 채로 소통되지는 않으며 항상 이러한 맥락들의 개입 속에 존
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담론들은 그것이 형성되는 제도와 사회적
실천의 종류에 의해, 그리고 말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말을 하는 상대의 위
치(position)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는 것16)이다. 또한 다른 담론은 다른
체계를 형성하는데, 이때 의미의 가능성은 담론이 만들어지는 사회적 ․ 제
도적 위치에 의해 고정되고 명확한 의미가 되며 말, 표현, 명제 등은 그것
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위치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하게 되는 것17)이다. 아
울러 하나의 담론은 다른 담론과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관계를 통해, 즉 다
른 담론에 말을 건넴으로써 효과를 갖는다.18)
텍스트의 담화방식은 곧 담
론화의 실현태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컨텍스트(context)적 상황의
개입이 담화 방식뿐만 아니라 담화의 의미까지도 결정짓는다19)는 점에서,
문학 텍스트 내에서의 담화방식은 텍스트의 담론화 양상을 파악하는데 있
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학텍스트가 담론화의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은 그것이 실현되
었던 문화권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삼설기본 노처녀가>
와 <잡가본 노처녀가>20)에 구현된 ‘애정담론’이 텍스트가 향유된 문화권
과 맞물려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담론 층위를 형성하며 그 구체적 실
상을 드러내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한 <노처녀가>에 대한 담론 특성의 해명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사의 장르적 정체성, 수사론, 미의식론, 나아가 장
르의 변화상에 이르기까지 해명이 가능한 부수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왕 멋진 서론
이
는 18, 19세기 이후 서울을 비롯한 상업도시가 급속하게 발달함에 따라 신
분 계층을 초월하는 불특정 다수의 취미와 기호를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
써 도시 대중미학의 통속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항시정문화
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26)
'from논to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잡지광고의 여성상 연구 / 권승경, 장동련, 박해천 (1) (0) | 2014.04.19 |
---|---|
An Accessible Viewr for Digital Comic Books (2) (0) | 2014.04.16 |
미메시스·뮈토스·카타르시스 개념의 재해석과 서술이론에 대한 고찰 / 김동윤 (1) (0) | 2014.04.15 |
[프라이 참고] 뮈토스와 로고스 : 현대의 신화 읽기 / 송병구 (1) (0) | 2014.04.15 |
[R/ㄲ] 웹툰의 이용 동기 및 효과 : 출판만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김민태 (10/100) (0) | 2014.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