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는 초담론적(transdiscursive, 담론을 초월해 있다는 이ㅡ미가 아니라 개별 담론에 국한하지 않고 '담론들 사이를 넘나드는'이라는 의미)이라는 용어를 남겼다. 이 용어는 푸코가 어째서 단순히 저자가 아니라 하나의 이론이나 전통 혹은 분과학의 창시자인지를 말해준다.
헤겔은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고 진리는 '전체(그가 절대자라고 부른 방대하고 복잡한 체계)'이며 정신이 궁극적 실재라고 믿었다. 정신은 끝없이 확장하는 자기 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전체에 대한 자기 의식을 발전시키고 비이성에서, 부분적 인식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
p.29
사르트르 : 이 세계에는 선천적이거나 본유적인 의미 같은 것은 없어. 의미는 실존에서 나오기 때문이지. 이것이 바로 주체에 근거한 철학이다.
하이데거 : 나는 생각하는 주체와 객관적인 외부 세계 사이의 통상적인 구분을 거부해. 우리는 세계 속의 존재거든. 그러므로 인간들은 삶 속에 존재해. 말하자면 우리는 사물들을 선택하고 사물들에 대해 물으며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p.25
푸코는 경험 자체만을 지식의 토대로 보는 연구 태도가 불만스러웠다. 이러한 연구는 너무 주체 중심적이었고, 그 결과 인간이 선천적 혹은 본유적인 의미 구조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가정을 깔고 있었다.
따라서 푸코는 광기나 성의 경험 같은 것을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개인들의 경험과 이러한 경험이 철학적·과학적 담론 속에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정의했다.
p.30
빈스방거 : 꿈은 인간 실존의 특수한 양식일 뿐이야. 소망이 아니라 근본 구조들이 실현된 것이지. 추락하는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에서 우리의 실존이 추락하고 있으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p.37
마르크스주의는 지배 권력의 철햑이야... 1957년 폴란드에서 대학생들이 언론 탄압에 반대해 폭동을 일으켰고 공산당원 수가 감소했다.
의심의 눈길로 가득 찬 분위기에서 푸코는 한 청년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 청년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의 끄나풀 노릇을 하고 있었다. 폴란드 주재 프랑스 대사는 푸코에게 바르샤바를 떠나라고 충고했다.
p.38
푸코는 교육부에서 파견된 여성 장학관과 함께 크라코브로 여행을 갔다. 별 생각 없이 푸코의 침실로 뛰어든 여성 장학관은 푸코가 어떤 젊은 남자의 팔에 안겨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훗날 푸코는 자신이 1968년 3월에 일어난 프랑스 대학생 폭동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이 때의 일이 빌미가 되어 그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푸코가 제시한 개혁안을 교육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개혁안이 받아들여졌어도 그 당시 시대의 열기는 막을 수 없었을듯
p.67
그의 연구 과제는 문화에 대한 현상학적 인식들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역사적이고 근본적인 코드들을 발견하는 것
p.71
유비(analogy) : 가시적이고 실체적인 유사성의 범위를 넘어 관계글의 유사성
말과 사물은 유사성(resemblace)을 중심으로 결합되어 있다. 르네상스인은 삶이라는 극장, 자연이라는 거울과 같은 식으로 유사성의 견지에서 생각했다. 유사성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었다.
1. 합치(convenientia) : 예를 들면 동물과 식무렃럼 인접해 있는 사물들을 연결시켜 존재의 거대한 '사슬'을 만들었다.
2. 공감(sympathy) : 예를 들면 인간의 운명을 행성의 과정에 비유하는 식으로 보편적 인력의 작용 속에서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에 비유했다.
3. 모방적 대립(aemulation) : 인접하지 않은 공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작용하는 유사성이었다. 예를 들면 하늘은 태양과 달이라는 '눈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얼굴과 유사한 것이었다.
4. 유비 : 위에 써놓음
p.80
정신분석학이나 문화인류학은 결코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에 접근하지 못해 그것들은 인간을 생물학 같은 실증 과학의 대상으로 분해시켜버리지… 하지만 여기에는 좋은 면도 있어.
'타자'를 추구하는 반(反)과학들(정신분석학, 문화인류학)은 온 힘을 다해 인간의 자기 비판을 견지한다.
p.84
이미지와 텍스트
흔히 회하나 도해에서는 텍스트(말)와 이미지(유사성)가 함께 나타난다. 그러나 하나는 늘 다른 하나에 종속적이다. 예를 들어 도해가 텍스트에 봉사할 수도 있고 혹은 정밀한 묘사화에서처럼 문자가 이미지에 봉사할 수도 있다. 이미지를 통해 세계와 유사해지는 것과 세계와 유사하지 않은 말을 통해 비(非)유사성, 즉 표상을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계층적 질서가 존재한다.
p.87
푸코는 경찰의 끄나풀인 애인 청년을 차에 태우고 귀가하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혐오감을 금치 못한 푸코는 마침내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집 뒤뜰에 반체제 대학생들의 등사기를 숨겨주고 유인물을 찍도록 해주었다.
p.88
파티에 참석한 청소년들, 임산부 병동, 허니문 호텔, 이러한 것들은 정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어디에도 없는' 장소에 놓여 있지.
훗날 푸코는 "어떠한 권력 행사에서든 공간은 근본적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논점을 분명히 했다.
p.89
내게 역사란 탈인격화되어 있는 동시에 복합적인 관계와 규칙들, 즉 담론적 형성체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었다.
p.90
담론
이제 푸코는 역사의 지배 원리로 에피스테메를 포기하고 담론을 내세운다.
담론은 단순히 언어적 체계나 텍스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학이라는 과학적 담론과 그 제도적·철학적·과학적 측면들처럼 담론은 실천이다.
담론적 형성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들인 언표들을 분석하면, 언표를 제약하는 요소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표가 발화자를 어떤 공간에 위치시키는지를 알 수 있다.
p.91
담론을 형성하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출현의 표면 : 담론이 나타나는 사회적·문화적 영역들, 이를테면 가족, 작업장 혹은 종교적 공동체
제한의 심급 : 법이나 의술처럼 지식과 권위가 있는 제도들.
특이화의 그물 : 예를 들어 정신의학적 담론에서 상이한 종류의 광기들이 서로 관련을 맺을 수 있는 체계
담론 연구
푸코에 따르면, 모든 역사는 과거의 자료이다. 즉 과거가 책, 설명, 행위, 건물, 관습 등을 통해 현재에 남기고 있는 흔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들은 기념비처럼 다루어야만 해. 다시 말해 역사적 타당성에 준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되지. 자료가 역사적으로 정확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자료를 연구해서는 안돼. 그러면 역사의 '진리'를 재구성하는 결과가 빚어질 거야.
p.92
담론은 담론 대상을 창조한다
의학적·법률적·사법적 담론들이 광기를 언급할 때, 결코 고정된 대상이나 경험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담론들은 광기를 동일한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론들 사이에는 규칙성이 있을 수 있다.
정신의학적 담론이 범죄 행위와 병리학적 행위를 연결시켰다고 해서 '미친 범죄자들'에 대한 과학적·역사적 '발견'이 이루어졌다거나 범죄 행위의 사회적 맥락을 찾아냈다는 뜻은 아냐...
범죄 행위는 범죄의 특성, 유전적·환경적 요인 등 일련의 지식 대상을 낳는다. 제도나 경제적·사회적 실천과 행위 유형 사이에 규칙과 조건의 집합이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범죄를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관계와 차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담론으로서의 범죄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다.
p.93
푸코와 알튀세
푸코의 언표 개념은 마르스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의 이데올리기라는 용어와 상응한다.
- 언표는 저자와 저자가 말하는 것 사이의 관계들을 분석하는 데 있지 않아... 언표는 어떠한 개인이 언표의 주체가 되기 위해 점유할 수 있고 점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를 결정짓는 데 있어.
- 나는 의학적 담론에서 환자로서의 의무 때문에 담론 형성체 속으로 삽입된 거야...
- 어떤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 조건드로가 상상적 관계에 고착되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적 관계이지.
푸코의 비담론적 형성체들(경제적 실천들과 과정들, 제도들)은 담론들을 생산하고 담론들에 의해 조직된다(혹은 '말해진다'). 표면적으로 알튀세의 입장은 이와 유사하다. 알튀세의 경우, 경제적 토대는 이데올로기적 상부 구조와 관계한다.
p.103
저자란 무엇인가?
마치 니체의 작품이라는 말처럼 말이야. 니체의 작품이란 무엇을 의미하지? 단지 니체가 쓴 책들을 가리키는 건가?
그것은 저자라고 칭하는 어떤 실체를 확립하기 위해 작동하는 저자 기능이야. 그렇다면 그의 노트나 초고 혹은 세탁소에 맡긴 옷 목록을 포함시켜서는 안 될 이유가 어디 있지? 누가 말하는가가 뭐가 그리 중요하지?
p.107
나는 보편적 진리들을 믿지 않아. 인간 본성의 존재 여부를 묻는 것은 초점에서 벗어난 거야. 그것은 신학, 생물학, 역사와 관련하여 생상된 담론이지.
p.111
1972년 브뤼에 안 아르투아의 탄광촌에서 16살 된 소녀가 피살되자, 주민들은 용의자인 피에르 르로이의 약혼녀의 집에 돌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결국 GIP가 개입하게 되었고, 평소처럼 장 폴 사르트르가 앞에 나서서 연설을 했다.
푸코 : 나는 주인들이 휘두른 폭력에 실망했어. 이것이 정말로 국가 정의에 대한 대안이었을까? 아니면 가면을 바꿔 쓴 또 하나의 권력일 뿐이었을까?
르로이는 무혐의로 석방되었다.
p.124
정치에 대한 철학이 정의해온 바와 같이 개인의 '권리들'을 회복시킬 것을 요구하지 말라. 개인은 권력의 산물이다. 필요한 것은 증식과 치환, 다양한 조합들을 통한 '탈개인화'이다. 권력에 매혹되지 말라.
p.129
심리학, 의학, 인구학 같은 인간 과학들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자 행정적 조작의 대상으로서의 신체에 몰두했다. 이것이 바로 통치성(governmentality)이었다!
p.135
장 보드리야르 : 푸코의 담론은 그것이 기술하고 있는 권력의 거울이야. 푸코의 미시적인 차원에서조차도 완전한 궁극 원리로서의 권력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그는 권력의 효과들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야. 그러나 권력은 유혹에 의해 도전받지. 유혹은 권력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어! 나의 유혹 이론은 푸코의 이론보다 더 정고해. 그것은 유혹할 현상들을 이용함으로써 권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거든.
p.142
이란 혁명에 대한 오판
푸코의 전략적 정치는 이란 위기가 발생하면서 배출구를 발견했다. 1978년 9월 8일 검은 금요일, 샤의 군개듸 발포로 4천 명의 군중이 죽었다. 푸코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떠맡고 테헤란으로 날아갔다. "지식인들의 이념과 사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자들과 함께 활동할 것이다."
- 이슬람 정부는 종교적 의무에 묶여 있기 때문에 이슬람 민중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어. 이슬람 민중들은 무엇이 옳은지 알 거야.
푸코는 이슬람교가 국가 권력에 강력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독재로 이어지는 군사 쿠데타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푸코는 '처벌하고 규율하는 정신과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정신'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란에서 '종교적' 쿠데타가 일어나고 나서 피 비린내 나는 처형의 물결이 이어지자, 푸코는 침묵했다.
p.148
푸코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의 저작들에 들어 있는 억압에 대한 분석들로부터) 해방의 가능성을 제거해버림으로써 모든 진리의 기준을 약화, 오염시켰다. 푸코의 저작들에서는 지식과 신비화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그저 권력과 담론만 있을 뿐이다.
- 위르겐 하버마스 '현대성의 담론' 푸코 공격
우리에게는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현존하는 제도들에 대한 이성적 비판이라는 계몽의 이상이 여전히 필요해. 푸코는 신보수주의자야. 선진 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적 대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기 때문이지.
p.156
개별 인간을 제거하고 모든 것을 담론, 장치, 권력, 제도로 보려는 푸코의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 자아, 개체화, 자체 혹은 의지 등 여전히 가장 인류학적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푸코는 이율배반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p.174
클리퍼드 기어츠 : "푸코는 있을 수 없는 자였다. 비역사적인 역사가였고 반인간주의적인 인간과학자였으며 반구조주의적 구조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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