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26-27
19세기의 방대한 내러티브 생산은 신의 섭리라는 플롯의 상실에 대한 불안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세상을 조직하고 설명하는 신성한 마스터플롯(masterplot)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자 개인과 사회 또는 제도적인 인생 이야기에 대한 플롯 짜기는 새로운 절박함을 떠안게 되었다. 내러티브 플롯이 순서와 설명의 지배 양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로부터 시작되어 계몽 시대에 힘을 결집했던 거대한 세속화 과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찰나의 인간 시간을 영원에 포섭하는 듯 보였던 선민, 구원, 재림 등과 같은 저 계시 받은 플롯으로부터 떨어져나가게 된 것이다.
p.28
우리가 이야기 형식으로 이해를 교환해야 하는 한, 플롯에 의존하여 이야기를 모양 짓고 이해하게 해주는 논리는 계속 필요할 것이다.
p.152
플롯(수제, 담론)은 다름과 같음이라는 두 형식적 범주의 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형은 시작과 결말에 공통된 서술어의 변화이며 다름과 닮음의 통합이다. 즉 '같-지만-다름(same-but-different)'이라고 할 수 있다.
p.153
내러티브 정의로서 "같-지만-다름"에는 이러한 공식에서 동시성과 정지성의 함의의 문제, 즉 시간 형태에 내재하는 공간모델 구성의 문제가 있다. 프롭의 교훈에 충실했던 토도로프는 패러다임 매트릭스뿐만 아니라 연결과 연속을 고려할 필요성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의를 다음의 표현으로 보완한다. "[변형은] 동전의 양면'이라기보다는 두 방향의 작용이다. 변형은 닮음과 차이를 동시에 긍정한다. 한 번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가동하고 정지한다. 이로써 담론은 의미를 획득할 수 있지만 이 의미는 순수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변형은 내러티브를 가능하게 하고 그 정의를 드러내 보인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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