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스토리텔
링이라고 명명하지만, 이것은 디지털 시대이니만큼 디지털을 매체 혹은
매개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진다는 뜻일 뿐 스토리텔링의 본질이 디지털
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포스트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스
토리텔링은 또 다시 자연스럽게 진화할 것이다.
>>진짜로?!
즉, 텍스트 내에서 정
보의 생산자와 소비자(사용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양방향성을 실현하
면서 단수(單數)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複數) 감각을 통해
구현되는 공감각적인 멀티미디어 성향을 가진다. 또한 가상공간에서의 주
체ㆍ객체 간의 경계상실, 멀티미디어가 유발하는 감성적 이미지들의 영
향, 컴퓨터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능력, 미
디어 개념의 재정립, 분화 및 전문화와 공존하는 집단화와 거대화 조직의
문제, 비트적 균등성,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성, 과정적 구성성 등이 디지
털 환경을 정의한다.
디지털 시대의 모든 예술장
르는 한편으로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긴밀하
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저변에 있는 각 장르의 연결요소
혹은 동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장르로 확산되면서 동시에
모든 장르를 수렴하는 내적 에너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처럼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하이퍼텍스트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네트
워크상의 노드를 이동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방식의 독서를 유도한다.
따라서 독자A
와 독자B는 교차하는 노드를 통해 독서경험을 공유하면서도, 만나지 않
는 그 밖의 노드로 인해 각기 개별적인 체험을 사유하게 된다. ‘준비된’
독자의 경우, 수많은 링크를 따라 수많은 노드를 만나고, 노드와 노드 사
이의 상징적 공간을 상상력을 채워나가면서 가늠할 수 없는 체험들을 공
유하고 사유하게 될 것이다.
하이퍼텍스트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주어진 콘텐
츠에서 모든 장르와 매체가 고르게 배열 혹은 분포됨으로써 독자(청자/관
객/사용자)에게 공감각적으로 감상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사방식과 변별
된다. 여기서 고르게 분포된다는 표현은 동일한 콘텐츠에서 허용된 의미
역을 같은 확률로 구현한다는 뜻이다. 특정한 장르나 매체에 대한 선호도
에 상관없이 동시적이며 공감각적으로 인지된다. 이러한 현상을 에르고딕
(ergodic)이라고 한다. 에르고딕은 ‘ergon’(일, 작용)과 ‘hodos’(길, 경로)
의 합성어로,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하나의 체계가 최초의 상태와 거의
비슷한 상태로 돌아가는 여정을 뜻한다.
따라서 수많은 노드와 링크를 통해 무한확산하는 듯하면서도 수렴가능
한 구심점이 내재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단일순차(mono-sequential)의
전통적이며 전형적인 스토리텔링과 구분되는 다중순차(multi-sequential)
의 ‘에르고딕’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허구 속에서 노드와
링크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선형, 그리고 선분들의 교직이 만들어내는 가
상의 에르고딕, 이 모든 허구적 생성에너지가 바로 상호작용(interactivity)
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interactive’는 일정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영향
을 주고받으면서 쌍방향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일방이 아닌 쌍방
의 소통가능성을 뜻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의) 저작-(독자의) 독서’라
는 획일적 교감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이자 진화라고 할 수 있다.
구술시대는, 콘텐츠 자체의 특성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話
題)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동태형 스토리텔링에 해당되고, 동
시에 작가(화자)에 의해 콘텐츠가 임의로 변화하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
자(청자) 입장에서는 수동형 스토리텔링에 해당되며, 매체의 결합방식에
따라서는 작가(화자)의 음성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단식형 스토리텔링에
해당된다. 구술시대에는 작가(화자)와 독자(청자)가 공존하는 ‘공동의 장
(場)’을 통해 작가(화자)의 발화행위가 가능해진다. 물론 독자(청자)는 탁
월한 기억력을 소유한 숙련된 작가(화자)의 발화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
받지만, 실상 동시적이기 때문에 함께 호흡하기 위한 독자(청자)의 반응
이 매우 주효하다. 작가(화자)는 독자(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상황에 따
라 임기응변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즉흥성과 상호작용성은 구술시대의
중요한 특징이 된다. 또한 작품은 일회적이며, 소유하거나 저장할 수 없
으므로 당장에 편히 즐기며 일유(佚遊)할 뿐이다.
이에 비해 문자시대는 콘텐츠 자체의 특성에서는 제본이나 출판을 통
해 고정된 형태로 제시되는 정태형 스토리텔링에 해당되고, 독자가 책장
을 넘기는 행위를 해야만 콘텐츠가 변화한다는 점에서 독자 입장에서는
능동형 스토리텔링에 해당되며, 매체의 결합방식에서는 기본적으로 단식
형이 주류가 되지만, 장르에 따라 삽화 같은 단순한 형태의 복식형도 가
능하다. 문자시대는 필사의 시대와 활자의 시대로 이분할 수가 있다.
작가는 직접 독자와
대면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출판사의 중개를 거쳐 ‘자기만의 방(房)’에서 문학행위를 하게 된다.
전자시대는 콘텐츠 자체의 특성에 따라 정태형과 동태형을, 독자 입장
에 따라 수동형과 능동형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작용과 반작용의 긴장감
을 극대화하는 상호작용성을 보여준다. 매체의 결합방식에서는 단식형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대개 복식형이되 몇 가지 이상의 매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적용되는가에 무게중심을 두기도 한다. 더 이상 멀티미디어
시대는 새로울 것도 없으며, 바야흐로 하이퍼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
이다. 전자시대 스토리텔링의 세부적인 내용은 구술시대와 변별되지만,
‘틀’에 있어서는 구술시대에 대한 초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가
‘자기만의 방(房)’에서 작품을 창작한다는 점에서는 문자시대와 동일하다.
다만 독자도 ‘자기만의 방(房)’에서 작품에 동참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또한 작가와 독자는 각자 ‘자기만의 방’에서 작품에 임하지만, 실상 누구
의 소유도 아닌 ‘공동의 장(場)’에 작품을 업로드/다운로드함으로써 결과
적으로 물리적 거리감을 떠나 작가와 독자는 동시적으로 창작에 참여하
는 셈이 된다. 모든 것은 공유된다.
<<휠링+퓔링 재밌네ㅋㅋ
근데 저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개념 광의로 쓰는듯
활자매체만으로는 불가능한, 소리와 영상이 삽입된 형태로 전달하는 공
감적인 접근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공감각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syn은 ‘함께’ aesthesia는 ‘느낀다’는 뜻으로, 인간의
오감 중에서 둘 이상이 동시에 감각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한 감각영역
으로부터 생겨난 감각 양상들이 다른 감각영역에 적용되는 현상을 일컫
거나 한 양상의 자극이 다른 양상에서 지각적인 경험을 이끌어 낼 때 사
용되어진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모든 감각기관을 단위로 본다. 처리
감각기관의 정보가 중심에 각각 연결되어 있으며 감각기관이 그 감각 간
그리고 감각 중의 대화를 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시각적인 정보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색채 자극이 다른 감각적인 경험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공감각은 인간의 가상 세계 혹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영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촉매역할을 하면서, 급기야 현상과 구분하기 힘든 가상
성(virtual)을 창출한다. 일반적으로 ‘virtual’는 존재감 없는 대상물을 실
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상태 혹은 현상을 의미하며,
현실과 일정한 관련을 맺는다는 점에서 환상이나 환각과는 변별되고, 현
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현상과도 구별되는 모호한 경계에 있
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가상공간
(virtual space), 가상세계(virtual worlds),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
합성환경(synthetic environment), 인공환경(artificial environment), 인공
현실(artificial reality) 등과 동의로 사용되는데, 공통점은 현실공간에 대
해 ‘가상성(virtuality)의 지배를 받는 공간’을 칭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가상으로 보는가는 그것에 대립되는 현실적
인 것으로서 무엇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의 가상이 성립될 수 있
는데, 원본과 사본의 개념을 초월하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무수히
복제되는 가상성이야 말로 컴퓨터로 매개된 상상력의 극단이며,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위한 공감각적 상상력의 총화이다.
디지털 스토리텔
링은 수많은 노드와 링크의 얽힘과 풀림으로 존재하며, 그러한 문학적 타
래의 감김과 매듭의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독자는 진정한 하이퍼텍스트
사고방식을 체득하게 된다.
>>문식성의 변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추구하는 성향은 결정론적이 아니라 과정론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후에는 과연 어떠한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인가에 대해 벌써부
터 이견이 분분하다. 문학적 예측은 확률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정반합의
원리대로 디지털 속에서 아날로그를 추억하는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
을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분법을 초월하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의 공통분모는 자연회귀이다.
>>에엣 정말??
이것은 일종의 방어본능이
다. 첨단기술과 디지털 사고방식이 지배적일수록 자연을 찾고 인간을 찾으
려는 반발력도 강해진다. 또한 디지털 공감각과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장르간의 벽을 허물어 총체적인 예술로 진화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통념이 되어온 예술의 장르구분이나 문학의 장르구분도 무의미해질 수 있
다. 각 장르의 구분기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이
다. 음악을 보고, 미술을 듣고, 영상을 쓰고, 문학을 그리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다시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이 거론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의 총체예술은 장르가 단순히 혼합이나 연대된 상태가 아니라,
자존하면서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진정한 합일점이다.
아날로그 시대가 분화ㆍ임의(任意)ㆍ사유(私有)의 시대라면, 디지털
시대는 총화ㆍ모의(模擬)ㆍ공유(共有)의 시대이며, 포스트 디지털 시대는
조화ㆍ회의(懷疑)ㆍ만유(萬有)의 시대가 될 것이다.
<<재밌는 논문이었다 나중에 또 읽어봐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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