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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한국 디지털 만화의 역사와 발전 방향성 연구 / 박인하

snachild 2014. 3. 15. 23:38

한국 디지털 만화의 역사와 발전 방향성 연구 

박인하식별된 저자
한국애니메이션학회, 애니메이션연구 7(2), 2011.6, 64-82 (19 pages)

 

 

출판만화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한국만화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는 만화 생태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만화는 창작의 측면과 유통·소비의 측면으로 나누어 파악할 수 있는데, 1985년 최초의 디
지털 만화 <새터> 이후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창작, 디지털 유통·소비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디지털 만화는 1997년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이후 확산된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된 짧은 만화로 시작되어, 벤처
붐을 타고 설립된 만화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여기에 출판만화 시장의 불황이 합쳐지며, 2000년대
이후 디지털 만화의 창작, 유통, 소비가 활발해 졌다. 2000년대 한국 디지털 만화의 변곡점이 되는 작품은 2004
년 3월 3일 미디어 다음에 연재를 시작한 강풀의 <순정만화>다. 순정만화는 세로 스크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며 출판만화와 다른 디지털 만화의 형식적 특징을 정착시켰다. 한국 디지털 만화가 발견한 새로운 형식인
세로 스크롤 만화는 근대만화 이전이 만화의 원형적 특징인 연속성에 기초하고 있지만 칸과 페이지를 통해 규격화
된 출판만화와 다른 디지털 만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세로 스크롤 만화는 칸과 칸의 가로 연결보다는 칸과 칸의 세로
연결을 주로 보여준다. 마치 무한캔버스처럼 아래로 지속될 수 있는 형식은 반복을 통한 감정의 고조를 담아내며 독
자들에게 더 빠르고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2011년 현재 한국 디지털 만화는 CT기술의 도입, 디지털 만화 플랫
폼과 같은 새로운 쟁점이 대두되었다. CT기술의 경우 게임, 영상, 네트워크의 3개 분야의 CT기술을 디지털 만화에
적용해 새로운 디지털 만화를 더욱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다. 이밖에 창작의 단계에서 3D를 활용한 디지털 만화
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만화 플랫폼은 크게 ① 웹 기반 온라인 만화(웹 만화) ② e잉크 기반의 e-book ③
휴대전화에 적용되는 모바일 만화 ④ 스마트폰용 App만화 ⑤ 스마트 태블릿(iPad, 갤럭시 탭 등의 태블릿 PC)
⑥ 스마트 TV용 만화 ⑦ 기타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총 일곱 개의 플랫폼 중 차세대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 가
장 적합한 플랫폼은 만화독서 경험을 제공해 주는 형식과 디지털 확장성으로 볼 때 스마트 태블릿이 될 것으로 판단
된다. 스마트 태블릿의 경우 웹 방식과 앱 방식으로 만화를 구현할 수 있다. 현재는 앱 방식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이
나, 웹의 차세대 표준인 HTML 5가 적용된 웹과 앱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만화의 시작은 1909년 ?대한민보? 6월 2일자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시사만화
<삽화>이지만 그 이후 곧바로 다양한 장르의 현대만화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본격적인 현
대만화의 역사는 대중잡지 ?아리랑?이 창간된 1955년, 만화잡지 ?만화세계?가 창간된
1956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50∼60년대 초기 한국만화는
195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창간된 대중잡지나 만화잡지, 신문을 중심으로 몇몇 작가의
작품이 연재되었지만, 대중적 확산은 만화방을 통해서였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시장이
나 공원에 등장한 만화좌판에서 시작된 만화방은 1960년대 전국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만
화생태계를 만들었다. 1960년대 한국만화는 만화방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만화의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독점과 심의는 더 이상 만화방 만화에 좋은 작품이 태어날 여지를 주지
않았고, 1970년대 들어 만화생태계의 주도권은 소년잡지로 넘어갔다. 1980년대 만화방
은 독점의 틀을 깨고 신진작가들의 장편을 발표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의 창간 이후 만화잡지 시장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일본만화의 스
타일을 익힌 젊은 작가들이 잡지를 무대로 활략하기 시작했고, 골방의 문화였던 만화는 시
민권을 회복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역이 되어 영화, 게임, 드라마의 원작으로 폭넓게
활용되었다. 하지만 심의와 시스템 붕괴라는 악몽이 다시 반복되었다. 1997년 제정·공
포된 청소년보호법은 과도한 성인물 단속으로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막아버렸다. 한편,
1997년 한국은 IMF구제금융의 시대였다. 당시 소자본 창업 모델로 각광받은 만화대여점
은 판매시장을 붕괴시켰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오프라인 매체인 잡지는 점차 줄어들어

10년이 지난 2011년 7개 2)만 남았고, 대신 포털 사이트(이후 포털)가 잡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들은 포털에 접속해 만화를 소비하고, 만화가 지망생들은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
에 무료 만화를 연재한다. 2011년 현재 디지털 플랫폼의 중심은 웹이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e잉크 기반의 e북, 스마트폰,
스마트 태블릿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차시대 디지털 플랫폼별로 다양한 만화 서비스
가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만화의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별 장단
점을 파악해 디지털 만화의 발전 방향성을 살펴보겠다.

 

 

 

디지털 만화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80년대다. 첫 디지털 만화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은 피터 B. 길스( Peter B. Gillis)가 스토리를 쓰고, 마이크 센즈(Mike Saenz)가 그림
을 그린 <새터(Shatter)>다. 1985년 퍼스트코믹스가 출간한 컴퓨터 잡지 ?빅 K(Big K)?
에 실린 <새터>는 맥킨토시 플러스를 활용해 그린 만화로, 경찰 새터를 주인공으로 등장
시킨 하드보일드 만화다. 출판사인 퍼스트코믹스는 1983년 설립된 미국의 대안만화출판
사로, 80년대 디씨와 마블의 슈퍼히어로 만화에 대항해 만화의 검열 코드를 받아들이지 않
고 성인 취향 만화를 출판한 출판사였다. 이들의 충만한 실험정신이 컴퓨터와 마우스를 오
브제로 만화를 그리게 한 것이다. 그 뒤로도 마이크 센즈의 작업은 계속 이어져, 코믹 워크
스(Comic works)라는 만화제작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고, 마블에 들어가 최초의 컴퓨

터 그래픽 노블로 평가받는 <아이언맨 크래쉬>를 1988년에 출간한다.

디지털 제작과 유통을 모두 실현한 최초의 디지털 만화 <새터>의 배경에는 개인용 컴퓨
터의 성능 향상, 즉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있다. <새터>가 나오기 1년 전인 1984년 IBM에
서는 고성능 PC AT를, 애플은 맥킨토시를 출시했다. 1991년 데이터용 CD-ROM이 발표되
고, 1992년 2배속 CD-ROM이 발표되었다. 이후 CD-ROM은 플로피디스크를 대체할 새로
운 저장매체로 떠올랐고, 미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CD-ROM에 저장한 작품이
출시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 강철수, 신문수, 1996년 이현세, 박봉성, 이재학, 고
유성, 박원빈, 손의성 등의 작품집이 CD-ROM을 통해 출시되었다. 그러나 흑백만화를 스캔
해 파일을 모아 볼 수 있게 한 정도에 그쳐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미국과 일본은 고성능, 대용량 저장장치를 활용해 만화에 효과(음성, 동작 등)를 준 작
품들을 CD-ROM에 담았는데, 1995년 출시된 테라사와 부이치의 풀 컬러 디지털 만화
<더 사이코간>이 대표적인 사례다. 헤비메탈에서 1995년 CD-ROM으로 출시된 <싱카
(Sinkha)>의 경우 만화에 전면적으로 3D 그래픽을 도입한 첫 사례로 손꼽힌다. 이탈리아
작가인 마르코 파트리토(Marco Patrito)의 사실적인 3D 그래픽은 발표 당시 화제를 모았
고, 1995년 CD-ROM으로 이어 다음 해인 1996년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90년대 중후반 일본이나 우리나라 작가들도 만화작업에 디지털 기술을 점차적으로 도
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무직, 천계영 등의 선구적 작업을 통해 종이원고가 점
차 디지털 원고로 대치되어 갔다. 제작단계에서 디지털 만화는 기술의 발전, 디지털 기기
의 성능 향상 등으로 점차 늘어났지만, 디지털 유통의 측면에서는 CD-ROM 이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디지털 만화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과 맞물리며 시작된 IT벤처시대였다. 인터넷 인프라가 확산되며 개인 홈페이지가 등장했
고, 짧은 일기 형식의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노우
캣>과 <마린블루스>다. 이와 함께 벤처 붐을 탄 만화 사이트들도 속속 문을 열었다. 이코
믹스, N4, 코믹스투데이 등이 만화방과 만화잡지 모델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세로 스크롤 만화는 한국의 디지털 만화 유통 환경이 발명해 낸 독특한 형식이다. 서구에
서 디지털 만화의 형식에 대한 탐구는, 스콧 맥클라우드가 주장한 ‘무한 캔버스’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화의 연속성에 초점을 맞추었다.5) 그리고 그들의 연재
매체는 대부분 연속성의 구현이 가능한 독립된 사이트에서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만화는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세로스크롤 형식으로 연재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5)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의 미래?, 시공사, p. 228.

 

 

 

잡지와 책을 매체로 발전한 장르만화는 잡지의 규격에 맞는 세로로 긴 형식에 적응했
다. 그런데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세로로 긴 만화의 보편적 규격
에 문제가 발생했다. 모니터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이었기 때문이다. N4, 코믹스투데이 등
인터넷 만화포털 초창기(1999년∼2000년)에 새로운 디지털 만화, 인터넷 만화를 고민하

던 기획자들과 만화가들은 컴퓨터 화면 배율에 맞는 가로로 긴 만화 형식을 만들거나 아니
면, 한 페이지를 반으로 잘라 보여주는 타협적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에 의해
좌우로 긴 컴퓨터 화면과 세로로 긴 책의 화면이 주는 부조화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스크롤
이 발견된 것이다. 여기서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칸이나 페이지로 분
할되지 않는 연속성이 근대만화 이전의 원형적 만화(이집트나 잉카의 이야기 그림, 프랑스
바이외 태피스트리 등)들에서 보여준 연속성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7)

 

 

강풀 만화는 반복과 내레이션을 통한 감정 고조
와 같은 영상 연출 기법을 활용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간’이 고정되지도 않았다. 필
요하다면 몇 번이라도 길게 늘여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연재되는 스크롤 만화만이 갖는 장점을 강풀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 회 연재분에 대해 분량의 제한을 받지 않고 감정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혹은 감정의 고
조가 필요한 시점에서 반복을 통해 독자를 설득했다. 만화라는 친근한 형식(스콧 맥클라
우드의 말을 빌자면, 자기동일시효과가 뛰어난)

 

 

반면, 세로로 스크롤되는 여러 인터넷 스크롤 만화는 가로로 여러 칸이 들어가는 경우
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상하로 배치된다. 독자들은 한 시선에 하나의 칸만을 읽는다. 한 시
선에 여러 칸을 읽지 못하고 고정된 한 칸을 읽는다. 이야기가 칸과 칸을 통해, 페이지와
페이지를 통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상하로 스크롤되며 전개된다. 정지된 화면을, 칸의
연속을 통해 움직임을 느끼도록 개발되어 온 출판만화의 칸 연출 대신 상하 스크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칸과 칸의 연결을 통해 발전한 ‘움직임’의 미학이 없다. 한 화
면에 들어 있는 그림은 동영상에서 캡처한 장면처럼 딱딱하다. 칸과 칸을 통해 전개되는
출판만화의 다양한 움직임이 없다.

 

>>엥 진짜??

 

 

 익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사랑, 외로움, 공포, 복수와 같은), 고정되어 있는 화면, 세
로 스크롤을 통한 화면의 반복, 반복을 통한 감정과 서사의 고조. 그리고 강풀은 여기에 ‘속
도’를 더했다. ‘반복’이라는 연출은 지면으로 옮겨졌을 경우 지루할 수도 있지만, ‘스크롤’
방식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동일한 장면이 늘어나고, 내레이션이 반복되어도 독자들
은 빠르게 스크롤한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게 강풀은 그림에 복잡한 정보를 담지 않는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상황만을 제시해 주는 이미지 정보를 보여준다.

 

 

 

한국 만화에서 ‘디지털 기술’은 이미 필수적 요소로 만화창작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만화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은, 전체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된 기술과 비교하면 사실
‘이미지 처리와 저장’ 기술 정도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종이로 하던 것을 디지털로 전환한
정도라는 말이다.

 

>>대안으로 CT 기술 주장하심

 

그러나 만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캐릭터 및 작품 내 배경을 디지털로 작업해 활용
하는 데이터뱅크(Data Bank)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2005년부터 발매중
인 베스트셀러 <마법천자문>(시리얼 글, 그림)의 경우 캐릭터의 주요 포즈와 표정을 데이
터베이스화하여, 시장 수요에 맞춘 빠르고 유연한 후속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배경을 3D로 작업해 다시 2D랜더링을 통해 출판만화에 적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천계영의 <하이힐을 신은 소녀>를 꼽을 수 있다. 천계영 작
가는 3D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화를 창작하고 있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의
경우 배경은 물론 인물도 3D를 활용했다. 기획단계에서 배경과 함께 등장인물의 동작과
표정 등을 만들어 놓으면 만화 제작 단계에서 배경과 인물을 결합한 뒤 카툰렌더링을 통해
다시 2차원 이미지로 변환시키고, 후반작업을 통해 만화를 완성한다.

 

 

<<헐 <간츠>가 3D로?? 만화에서도 사용되고 있구나

 

 

 PSP, NDS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에 대응하는 디지털만화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2008년 4월 30일 카도가와쇼텐(角川書店), 고단샤(講談社), 슈에이샤(集英社), 쇼가쿠
칸(小學館), 스퀘어 에닉스(Square-Enix) 출판 5개사는 공동 출자를 통해 리브리카(リブ
リカ)를 설립했다. 리브리카는 첫 번째 사업으로 가정용 콘솔게임기인 닌텐도의 Wii에서
만화를 전송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의 의도는 전통적 만화소비자였으나
게임기 문화에 익숙해지며 만화를 멀리하게 된 것으로 판단되는 젊은 연령층 고객들을 새
롭게 만화의 소비층으로 유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