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50~60년대 박화성 소설의 담론을 분석하고 그 안에 반영되어 있
는 당대의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이 어떤 식으로 경합하고 있는지 그 양상을 살펴
보았다. 이데올로기의 생성과 유통은 단순히 지배권력의 의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경쟁하며 만들
어낸 결과이다. 또한 여기에는 주체가 이데올로기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도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담론은 당대의 수많은 가치와 시대적 요구
들이 반영된 복잡미묘한 이데올로기의 집합체이다.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이 담론의 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생존경쟁을 펼친다. 1950년대는 특히 이 담론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
기였었다. 전쟁이 끝나고 국가의 기틀을 다시 세워나가는 시기는 수많은 가치가 태
어나고 사라져가는 극심한 혼란기일 수밖에 없다. 본고는 이 혼란기에 우리 사회에
서 생성된 이데올로기와 담론의 양상을 추적했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해방 후 등장한 근대국가의 주체에게 국민이라는 주
체성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
재성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또한 민족을 호명하면서 결과적으로 민족을 부정해
소외되도록 했다. 나아가 근대적 가치관과 과거의 부정은 주체의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향하게 해 시간에게서 소외되게 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저항하고 투
쟁하는 주체는 언젠가는 결국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
간 진정한 주체로 거듭날 가능성의 장이 열리게 된다.
한국 사회 자체의 근대화도 주체 형성에는 주요한 변수였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경제발전과 성장을 경험하면서 한국 사회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예고했다. 미국의
지원 하에 산업이 발전하면서 중산층이 등장하고 이들이 소비주체화 되면서 자본주
의적 가치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여성의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여성이
남성의 지배를 벗어나는 독립을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여성의 성장은 가부장 이데올
로기가 지배하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도전이자 위협이 되었다. 그들은 가정과 사회에
서 남성과 대등한 위치로 오르기도 했으며 그전까지는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
을 주체적으로 향유하기 시작했다. 즉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던 타자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집단의 성장과 개성의 발현과는 정반대로 무수한 개인을 하나로 묶는
보편성에 대한 추구도 시도되었다. 근대화의 진행 속에서 인간은 합리성과 개성을
추구하며 점점 개인으로 분열되었다. 하지만 근대적 민족국가의 등장과 함께 이처럼
개인화되는 주체를 국민이라는 거대한 보편성 속에 포함시키려는 계획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이에 민족이 다시 호명되고 국민이라는 새로운 표상이 주체에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오오 좋다 좀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걸
한 사회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에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가 존재한다. 이 요소에는
자연과 같은 물리적 요소와 더불어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개인이 받아들이는 데에는 부가적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담론
이다. 담론행위 속에서 다양한 가치들이 주체의 내부로 침투한다. 그리고 주체는 담
론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담론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한 사회 내에서 유통되고 일정한 가치를 획득한
이데올로기들이 경합하는 장이며 개인의 개성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모든 담
론은 사회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늘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의미 없는 말들과 농
담, 간단한 인사나 잡담 속에서도 담론은 특정한 작용과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이 일상적 대화에는 언제나 주체성과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고 또한 상호 경쟁하
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담론은 특정한 대상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개념을 희생시키면
서 어떤 개념들을 앞으로 내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1) 담론의 장에서는 늘 발화하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선호도와 믿음의 차이가 충돌한다. 따라서 담론은
주체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있고 또 거부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
라고 할 수 있다.
1) 다이안 맥도넬, 임상훈 옮김, 담론이란 무엇인가 , 한울, 1992, 15쪽.
>>와아 이것도 좋다..ㅠ.ㅠ 좀더 일찍 볼 걸.... 다이안 맥도넬 책 읽어볼 것
<<으아아;;; 난 박화성 소설 자주 들어보지도 않았는데 선행 연구사가 왤케 많은 거야 ㅇㅁㅇ;;;;
담론은 한 시대를 구성하는 발화의 집합이다. 주체의 삶은 개인의 완벽히 자유
로운 의사와 자발적인 욕망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주체는 담론의 질서 속에
편입되어 있으며 이 질서의 배치 속에서 사고와 욕망을 결정하며 살아간다. 이때
주의할 것은 담론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담론의 질서를 결정하는
것은 담론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존재하는 권력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담론의
생산을 통제하고, 선별하고, 조직화하고, 나아가 재분배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존
재한다.24) 따라서 담론은 권력이 행하는 배치의 질서이다. 그러므로 주체가 자발
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욕망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흔히
생각하는 주체의 본질, 주체의 선험성은 주체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불러낸
환상에 불과하다. 주체는 그 시대의 담론적 요구에 맞춰 자신의 주체성을 구성해
가는 일련의 과정에 의해 형성된다.
푸코는 계보학적 연구에서 한 시대의 담론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추적
하며 담론 속에 들어있는 권력과 지배이데올로기의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지배
권력이 담론을 구성하는 두 축은 어떠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허용’과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배제’이다. 이 허용과 배제의 테두리 속에서 주
체의 욕망과 욕구가 서로 혼종하며 존재하고 있다. 배제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
는 것은 금지이다. 주체는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 말해야 하는 것, 말하도록 요
구받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또한 주체는 어느 상황에서나, 누구나 그
리고 무엇에 관해서나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25)
24) 미셀 푸코, 이정우 역, 담론의 질서 , 새길, 1993, 13쪽.
25) 위의 책, 14쪽.
>>이야 푸코 정도로 세게 말해야 겠는데??? 푸코 책도 빌릴 것
푸코 저 부분 필참고
또 다른 배제의 원리는 ‘분할’과 ‘배척’이다. 푸코는 광인과 일반인을 가르는
분할과 배척을 통해서 담론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엄밀히 분석했다. 정상
과 비정상을 가르고 비정상적인 것들에 조직적으로 억압을 가하는 일련의 힘들
이 존재한다. ‘분할’되고 ‘배척’된 것들은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말을 하더라
도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 소음 또는 잡음일 뿐이다. 광인의 말은 한때 인간의
입을 빌린 신의 말로 받아들여졌던 적이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의미 없는 소
음이나 잡음으로 변해버렸다. 이 변화의 과정 속에서 담론은 광인의 존재의미를
부정하고 그들의 말을 무의미한 것으로 규정했다.
>>분할과 배척...!!!
담론은 이데올로기가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약한 부분을 단련시키며
마치 생물처럼 스스로 성장한다. 원전의 부족한 부분을 수많은 주석들이 보충하
듯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담론이 더욱 강력하게 다듬어진다. 이로 인해
이데올로기는 논리적 보충과 영토의 확장을 이루면서, 또 한편으로는 반복해서
자신의 항구성을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26)
따라서 담론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반복을 유지하고 동일성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아니다. 담론은 진리와
오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진리와 오류를 지정하고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사회 내부에서 생성되는 언표의 진위여부를 밝혀주기 이전에 그
사회가 원하는 진리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사고의 경계를 제한하는 것이다.
담론은 또한 개인의 주체화를 결정짓는다. 즉 담론의 질서에 진입하려는 개인
에게 규칙과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습관처럼 익숙하게 만들도록 해 담론의 영역
을 보호한다. 따라서 담론과 주체는 서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동일성의 원리
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주체가 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진 진
리의 체계, 전통과 관습, 기호체계나 예절 등을 학습해 나가야만 한다.
>>필참고
마지막으로 담론은 담론의 작동 조건들을 규정하고 그들을 취하는 개인들에
일련의 규칙과 조건들을 부과해 아무나 담론의 경계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33) 따라서 담론이 요구하는 조건을 주체가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주체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는 담론의 장이 무자격자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진입장벽이다. 비밀스런 공동체는 자신들만이 아는 의식과 기호
체계, 언어의 전유를 통해 교환불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외부와 대립한다. 이 질
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체는 특정한 관습과 의미체계를 습득해야만 한
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주체를 어떤 질서에 귀속되게 하면서 동시에 다른 그
룹에는 포함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주체는 하나의 담론 그리고 하나의 공동
체에 이중으로 포섭된다.
담론은 한 사회의 주체를 형성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어떤 면에서 담론은 이데
올로기와 성격이 중복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담론과 이데올로기는 주체와의
관계에서 그 차이점을 보인다. 이데올로기는 이미 완성된 주체를 상정하고 그 주
체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담론은 주체화가 안 된 인간에게 작용해 담
론이 원하는 주체로 만들려고 한다. 따라서 한 개인에게 위험한 것은 이데올로기
보다는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주체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중에서 가치의 경중을 따져 자기화한다. 그러나 담론
은 의식이 미처 형성되지 못한 주체에 접근해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은밀히 강요
하고 세뇌시킨다.
미숙한 주체에게 접근하는 담론의 방식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정규교육
제도, 교과서와 서적, 신문, 법률과 제도, 국가정책과 명령, 가정, 어른들의 가르
침, 윤리, 예절, 규칙, 잡지, 광고, 매스미디어, 정치인의 연설과 유명인사의 기고
문, 전문가의 소견, 대중의 의사, 여론, 기호와 이미지, 노래, 음악, 공식 행사와
의전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담론의 방식이 주체에게 작동해 주체성의 형
성을 보조하고 있다. 담론은 그런 면에서 이데올로기를 퍼트리고 주입시키는 주
요한 수단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담론의 장에서는 분명히 대항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이 대항담론은 지배
이데올로기와 그 담론의 부조리함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기 위해 등장한다. 따라
서 이때 대항담론을 선택하는 주체는 지배이데올로기가 형성하고자 하는 주체와
는 다른 의미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주체는 스스로 합리적으로 사고하
고 판단할 수 있는 주체이다. 이는 아마도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주체에 근접한
주체일 것이다. 하버마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
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체에게 지식이나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로 타당한지의
여부를 의심할 수 있는 반성의 대상이 된다.
>>대항담론 좋다 대항담론이라는 말 쓰면 되겠네!!
이는 푸코가 담론을 이미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로 보는 것
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하버마스의 담론은 결국 이데올로기의 편향성
과 전제를 제외한 상태에서만 가능하고 또 그러한 상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철
저히 개인적이며 자율적인 의사가 공동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하버마
스의 담론이론이 갖고 있는 의미이다. 따라서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을 한 사회에
서 지배담론에 반기를 든 저항담론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항담론은 결국 지배담론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지배담론은 공동체
내에서의 지배이데올로기와 권력의 특정한 의도와 목적 아래 생성되고 유포된다
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지배이데올로기의 권력지향적 의도를 파악하고 그 안에
서 균열과 부조리를 발견한다면 이제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주체 안에서 자연스
럽게 형성될 것이다.
<<중간에 좀 건너띄긔... 뒤에는 완전 국문과 논문
물론 박정희는 정권의 안정화를 위해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는 특
히 민주주의의 병폐를 막는다는 구실 하에 적극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국민
을 통제하고 국가주의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민족주의는 비교적 훌륭한 수
단이었다. 국가와 국민, 민족이 일치된 동일성을 형성하며 강력한 국민동원의 기
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에게 민족의 표상은 미래의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만 사용되었다. 즉 경제위기극복, 경제성장, 산업
화, 근대화, 통일 등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수
단으로 민족을 호명해왔다. 또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
족을 전유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들에게는 부당하게 획득한 권력을 합리화할 근거가 필요했고 이를 과거 역
사의 부정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과거에는 4ㆍ19를 불러온 무능하고 부패한 이
승만 정권과 함께 그 이전인 조선의 역사도 포함된다.
2. 대항담론과 소외의 극복
이러한 일방적인 폭력이 수 백 년을 이어
져왔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특히 여
성 스스로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근대적 합리성이 여성에게도 주입되면서
이 거대한 이데올로기에도 결국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모성담론의 해체는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나타나는 것에서 그
단초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박화성의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실천하는 담론의 주요한
창구로 작용했다. 그러나 단순히 지배 이데올로기만을 설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
고 이에 대항한 저항 담론의 분출구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으로서 억압과
차별을 받아온 박화성의 개인적 삶이 반영된 것으로 개인과 사회의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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