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뭐야 이거 재밌겠다
>>제목 오타 : 워크'레'프트;;
이 논문은 <월드 오브 워크레프트>(World of Warcraft)에 관한 미시적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 유행한 게임을
미학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기존 국내에서 유행하던 MMORPG의 게임방식을 여러 각도에서 개선한 <월드 오
브 워크레프트>(이하 WOW)는 MMORPG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 에서는 이 새로운 방
식을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게임분석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의 분석들이 흥행요인,
게임의 기술적 성취 내지는 사회학적 파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여기서는 플레이어의 인식과 체험을 중심으로 게
임에 숨겨진 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WOW를 이동방식, 지도 구현 방식, 그리고 커뮤
니티 구성 방식으로 구분하여 이를 각각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근대』에서 빌려온 빈 시간, 빈 공간, 비 장소의
개념을 도입하여 분석하였다.
>>오~ 지그문트 바우만
WOW의 이동방식은 제거의 방식을 사용한 기존 MMORPG와는 반대로 도리어 빈 시간, 다시 말해 대기시간
을 확장시킨다. 게임에 방해가 되는 지루함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늘려버리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일상을 체험하는 시간 감각을 게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WOW의 지도 구현 방식은 단절된 형태의 맵 로딩이 필요한 존-방식 대신 하나의 거대한 단일 맵을 제공한
다. 이는 게임 플레이에 크게 의미 없는 장소까지 세밀하게 구현하여 실제로 그곳을 탐험하는 여행의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WOW의 커뮤니티 구성 방식은 기존의 길드 시스템에 레이드라는 사냥의 개념을 더한 사냥 목적
집단을 명확하게 한다. 인스턴트 던전 안에 묶이는 대규모 파티, 레이드는 파티원에게 각각의 수행역할을 명확히
부여함으로써 캐릭터의 정체성이 곧장 플레이어의 정체성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제시된
‘공간’을 경험으로 채워 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게임개발자인 미야모토 시게루1)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예술로 불리고 있는 것은 누군가 위대한 예술가이거나 작가가
만드는 것에 반해 게임은 선례가 없는 형태로 제공되는 인터랙티브인 오락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저
명한 영화평론가 중 한 명인 로저 에버트(Roger Ebert) 또한 “나는 원칙적으로 비디오게임은 예술작품
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게임을 굳이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오려 하지 말고 그저 게임으로 즐기
라고 충고하고 있다.
>>뭔 소리야;;;;;;; 당황...
만약 게임이 예술의 영역에 근접할 수
있다면 기존의 시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온 기념비적 작품에서 그 징후를 찾아내야 마땅할 것이
다. 또한 “게임에 있어 예술가가 있다면 그것은 크리에리터가 아닌 플레이어”라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주장과 같이 상호 인터렉티브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 있어 주요한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게
임의 시스템과 내용이 플레이어와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지 그 연결고리에 관
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WOW의 독창적인 시스템과 플레이어, 그리고 플레이어
이전의 주체로써의 나와 게임 내의 주체인 ‘아바타’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게임과 접속하는지에 대
한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의 실제적 감각과 감각에 대한 인식의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러한
시도는 결국 게임 역시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미학적으로 해석해갈 수 있는 하나의 통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세계도 규칙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규칙에 종속되어있는 동안 거대한
규칙의 테두리는 우리에게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나’라는 주체가 그 규칙에 직접 묶여 있기 때문이
다. 법과 같이 명문화된 형태의 규칙의 경우 우리는 그 의미와 실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혹은
그럴 수 있다고 믿어진다. 사실 규칙이 명문화 된다고 해도 그 적용은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또 다른
규칙과 은폐된 힘들의 작동으로 인해 그 범주를 선명히 규정하기 쉽지 않다. 현실의 규칙은 ‘나’를 규
칙을 만들어내는 주체인 동시에 규칙을 수행하는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때문에 규칙의 적용은 대부분
우리의 인지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현실이라는 테두리에 묶여있는 한 규칙의 작동원리 전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현실의 규칙은 존재하고 일차적으로는 인지되긴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
게 은폐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탈출 불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게임의 규칙과 현실의 규
칙 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현실에서 파생시킨 가상 세계인 게임은 탈출 가능하고 바깥에
서 인지 가능한 규칙의 세계이다.
>>오.. 뭔가 무겁게 쓴 듯한 느낌인데
우리가 흔히 ‘아바타’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나’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시공
간에서 나의 역할을 대신한다. 즉 나와 가상 세계의 규칙 사이에는 ‘아바타’라고 불리는 교환 가능한
대상이 샌드위치처럼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게임과 실제 주체인 나 사이에는 ‘아바타’라고 불리는 게
임 내의 대리 주체만이 존재한다고 인식되어 왔다. 기본적으로 현실의 나는 플레이어와 일대일로 대
등한 존재지만 주체의 부분요소인 플레이어의 존재로 인해 현실의 ‘나’는 게임의 규칙에 함몰 되지 않
고 가상 세계라는 대상을 하나의 객체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그 사이에 ‘플레
이어’라고 하는 게임에 관여하는 주체를 정의하고자 한다. 사실 ‘플레이어’와 ‘아바타’는 종종 구분 없
이 혼용되어 쓰이곤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게임 내에 실제로 그래픽화 하여 존재하는 ‘아바타’
에 비해 ‘플레이어’는 게임에 관여하고 있는 게임 바깥의 주체로 봐야 한다. 이것은 일상을 영위하는,
즉 게임을 하지 않는 실제 주체인 ‘나’와 또 구별된다. 게임 속 ‘플레이어’는 현실의 나와 같이 규칙의
엄격한 지배를 받으며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현실의 ‘나’는 게임 속의 대리인을 통해 가상 세계
와 거리를 유지한 채 참여하는 게임의 룰의 범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언제든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이라는 세계가 성립함과 동시에 주체인 ‘나’와 또 다른 규칙의 세계인 게
임 간에는 거리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플레이어’의 존재는 가상세계로의 통로 역할을 하는 동시
에 나를 게임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겨 뭐여
>>거리감이 있기도 하지만, 몰입감이 있기도 한데...
게임이 플레이 되기 위해서는 ‘아바타’라는 매개를 거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그렇지. 국내 연구에도 이런 말이 나왔군
다시 말해 게임의 역사는 필연적으
로 발생하는 거리감과 규칙의 세계로 몰입시키기 위한 노력에 대한 대립 과정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
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세나 미래와 같은 세계
관의 시간적 모티브가 아니라 그것이 하나의 독립된 우주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게임을 구성한다
국내 MMORPG의 경우 게이머의 몰입을 위해 이미지로 제공되는 가상공간의 표현을 극대화 하
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영화의 역사에서 표현주의의 방식을 채택한 헐리우드의 기술적 발전과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 세계를 이미지화 하는 비디오 게임에 있어 영상과 사운드
를 통한 표현의 영역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1세대 MMORPG 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냥과 커뮤니티라는 2가지 행위를 축으로 진행되는 국내
MMORPG의 양대 산맥이었다. 게임의 대략적인 시스템에 있어 크게 차이나지 않았던 두 게임의 결정
적인 차이는 바로 그래픽과 가상 세계를 재현방식 이었다. 2D의 단순한 그래픽과 평면적 화면구성을
선택한 <바람의 나라>에 비해 <리니지>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3인칭 시점 뷰(view)를 통한 사실적인 그래픽 재현에 힘입은 바
크다. 몰입을 위해 제공된 게임 구조나 밸런스와 같은 기획적인 요소보다 영상과 음향과 같은 일차적
이고 직관적인 요소가 ‘가상 세계 구축’이라는 면에서는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허허;;; 또 이런 소리 하네요... 비판
>>기획보다 음향이 더 효과적이라니 무슨 소리... 그럼 게임 기획자가 왜 있음 음향 감독들 보고 겜 만들라해라
게이머의 행위-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의 서사는 목적을 향한 과제를 부여하기 마
련이고 이것의 해결과정은 피할 수 없는 반복을 가져온다. 이 피할 수 없는 도구적 반복은 결핍을 메
우기 위한 게임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동시에 지루함의 원인이기도 한다.
WOW의 이동수단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각 종족의 특성에 맞는 지상을 달리는
탈 것, 두 번째는 각 세부지역에 설치된 조련사를 거쳐 이동하는 비행수단(호드는 와이번, 얼라이언스
는 그리폰), 마지막으로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 이후 제공된 아웃랜드에서만 적용되는 하늘을 나는
탈 것이다. 이 중 지상을 달리는 탈것과 하늘을 나는 탈것의 경우 플레이어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
에서 속도를 더한 것 이외에는 달리기와 같은 직접이동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 비해 WOW의
두 번째 이동수단이며 세부지역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비행수단은 지정된 비행경로를 날아가기만
할 뿐 플레이어의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제약이 붙는 이동수단이며 때문에 WOW가
의도적으로 확장시키는 지루함의 감각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동시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락받은 플
레이어는 체험을 향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압도적인 크기로 제공된 WOW의 세계를
직접 목도하는 체험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광대한 크기의 가상세계를 압도적인 시간을 거쳐 시각적
체험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오오.. 텍스트 이야기 꼼꼼하게 나와서 좋다 이해됨
WOW의 지역은 칼림도어와 동부왕국, 그리고 아웃랜드의 세 대륙으로 나뉘는데 각 대륙은 다시
여러 개의 세부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부지역은 각 지역별로 레벨에 따른 알맞은 사냥터와 퀘스
트를 제공하기에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각 지역을 모두 방문하게 되지만 실제 게임의
진행은 한 번에 한 곳의 세부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WOW의 세계는 실질적으론 하나의 공
간으로 닫혀 있는 세부지역과 이러한 세부지역들 간의 연결로 구성된 거대한 한 통의 벌집과 같다.
각각의 세부지역은 독립된 귀환지역으로 기록되지만 비행수단을 활용하여 각 세부지역을 빠르게 이동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플레이어는 이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독립되어 있던 WOW의 공간에 시간
의 연속성을 부여한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게임 속의 시공간은 단절되지 않는다. 이는 의미
적으로 분절되지만 물리적으로 접합된 공간을 연결하거나 통합시키는 것이 결국 플레이어의 몫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획의 나눔은 영화의 컷과 관객의 관계와 유사하다. 와이번이나 그리폰을 타고 칼림
도어나 동부왕국을 이동하면서 직접 바라보게 되는 WOW의 세계는 '보고 있다'는 감각을 통해 '여기
있다'는 실감을 축적시키는 것이다.
지루함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4)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개인적 기
억의 환기 시키는 촉매가 되는 마들렌처럼 지루함은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고유의 감각에 가깝다.
이와 같은 감각은 쉽게 사라지거나 망각되지 않은 채 축적되기 마련이며 이것이야말로 반복 속에서
얻어지는 일상의 감각이다. 우리가 일상을 일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쓸모없는 혹은 기억하지 않아
도 좋은 시간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지루함은 '여기 있음'으로 우리의 현존재를 지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WOW에서 의도적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이동시간의 지루함은 WOW라는 가상세계
를 일상으로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게임에서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시간이 아닌 늘어지는 시간, 그것
은 쓸려 사라지고 망각되지 않고, 익숙해지고 쌓이는 '일상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강요된 비어 있음의
시간이 가상공간을 현존재의 저기 있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 순간 이동수단은 이동의 서사를 위
한 단순한 도구를 벗어나 언어를 넘어선 감각 그 자체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는다. 결국 지루한
이동의 시간은 생략되지 않음으로써 WOW를 일상화 시킨다.
기존의 MMORPG는 WOW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스스로의 시공간에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가상
세계에서도 따분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루함을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시킨
WOW의 시공간은 제거가 아닌 전환을 통해 꽉 찬 실감의 덩어리가 되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다. 그래픽의 세밀한 재현을 넘어 게임이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WOW의 빈 시간은 일상의 시간과 게임의 시간을 동시에 흘러가도록 하는 체험 방식의 전환이다. 시
간의 빈틈은 일상을 감각하는 몸을 일깨우고 이 지점에서 아제로스라는 가상의 대륙을 횡단하고 있는
‘아바타’가 지워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이머와 아바타는 감각의 공유를 통해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
>>아바타가 지워진다는 표현은 일체감을 설명하는데는 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퀘스트도 주어지지 않고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다른 게임에서는 아예 가지 못하도록 구현되어 있지 않은 의미 없는 지역까지 모두
실제적으로 구현시켜 놓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 속 공간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제 드디
어 일상 속 공간을 인지하는 감각은 게임 안으로 침투하고 연장되어 게이머와 가상 세계의 거리감을
극적으로 줄여준다. 그 순간 게이머는 말 그대로 바로 거기, ‘아제로스 대륙’에 발을 딛고 서있다.
달리 말하면 한 지역에서 한 캐릭터가 거쳐 갈 수 있는 지역은 게이머의 선택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한된다.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게이머의 성향을 이용하여 각 캐릭터의 성장과 관련
된 고유하고 부분적인 지역의 탐색을 유도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동의 시간을 늘림
으로써 실감으로 확장하는데 반해 WOW는 사냥을 통한 성장은 시간은 반대로 압축시킨다. 대신 낯선
공간을 탐색하고 그곳을 해당 캐릭터만의 고유한 기억이 담긴 장소로 전환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한번 탐색한 지역이라도 다른 캐릭터를 성장시킬 때는 또 다른 퀘스트와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
이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까닭은 방대한 월드 맵에 기인한 바 크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WOW는 넓고 자유도 높은 지도와 각 지역에 묶인 고유한 퀘스트를 결합시키는 것으로 캐릭터의 경
험을 공간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성장과 경험은 자신이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한
고유한 빈 공간으로 채워진다.
WOW는 캐릭터의 모험과 탐색을 통해 빈 공간을 장소로 변모시킨다.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인
데 종종 뒤섞여 사용되기도 하는 두 단어 사이에는 명백한 개념적 차이가 존재한다. 공간과 장소에
관한 정의는 여러 각도에서 시도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공간과 장소를 물리적인 개념이 아닌 감각의
연장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공간이 광활함을 내포한 움직임에 가까운 개념이라면 장소란 특정 기억이
나 아우라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정지의 개념이다.8) 공간은 아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미지의 가능성
인 반명 장소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가치의 안식처다.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영역인 공간은 인간의 다
양한 지각방법 - 가장 강력한 시각을 포함한 미각, 후각, 청각, 피부감각 -을 통해 장소로 변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게이머의 체험과 기억을 통해 의미 없었던 빈 공간은 게이머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고유성을 대변하는 장소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이것은 근대 이전의 직업이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격
을 대변하는 일종의 결합체였던 방식과 유사하다. 각 캐릭터는 특정 지역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퀘스
트를 통해 고유한 아이템을 얻고 이것은 그대로 그 캐릭터의 모험의 흔적, 즉 정체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같은 체험은 고스란히 캐릭터에게서 게이머에게까지 전이되어 게이머가 마치 실제로 그
지역을 착각한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다른 캐릭터로 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사냥한다고 해도
이전의 경험들로 인해 전혀 다른 장소가 된다.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이 모험한 장소와 강력하게 결합
되어 있는 것이다.
>>>어라? 논지가 비슷?!?!?!??
WOW는 빈 공간에 경험을 덧씌워 게이머가 그곳에 머물도록 한다. 이와 같은 경험의 축적으로
게이머와 캐릭터 간의 벽은 점점 얇아지고 게이머가 마치 가상의 아제로스 대륙에서 실제로 모험 하
는 듯한 감각을 일깨운다. 이것은 기존의 MMORPG 게임들이 극한에 가깝게 구현한 그래픽을 통해
가상현실에 현실감을 더하던 방법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어쩌면 오히려 최근의 닌텐도
Wii와 같이 몸으로 구현하는 증강현실 (현실과 가상 층위의 중첩)과 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
점이라면 Wii는 현실의 육체를 가지고 게임 공간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지만 WOW는 현실과 가상을
겹친다기보다 가상 세계의 체험 방식 위에 현실의 감각 방식을 덧씌운 것이라 하겠다.
>>당연히 증강 현실이랑 관련이 없지.. 애초에 증강현실에 대한 기술도 설계도 의도도 고려 되지 않았는데;;; 이걸 왜 비교..;;;
공격대라는 형태의 커뮤니티는 매번 새롭게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비(非)-장소인 레이드 던전을 중
심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공격대는 장소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경험을 중심으
로 유지된다. 때문에 공격대에 있어 기억과 경험은 장소가 아닌 커뮤니티에 귀속된다. 일주일 간격으
로 생성, 소멸되는 레이드 던전은 고정 불변의 장소가 될 수 없다. 장소가 담당하던 경험의 축적이라
는 역할을 커뮤니티가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WOW에도 여전히 ‘길드’라는 개념은 존재하며 실
제로 각 서버마다 여러 길드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길드가 대규모의 익명성을 담보로 참
여와 이탈이 자유로운 형태의 집단이라면 오히려 공격대의 경우가 중세 시대의 삶의 공동체였던 실제
‘길드’와 더욱 유사한 특징들을 보여준다.
따라
서 이 전근대적 형태의 집단 내에서는 내 직업이나 집단 내에서 맡은 역할이 그 자체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나의 정체성이 되며 함께 하는 집단 경험-레이드 공략- 속에서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집단 내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 모델을 수행하게 된다. 온전히 특정 커
뮤니티 안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이러한 형태의 정체성은 커뮤니티의 지속성과 충성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개인주의와 프라이버시 개념이 생기기 이전의 중세 길드 형태와 유사하다. 집단 경
험 안에서 캐릭터는 자신의 역할 수행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집단 경험에
동참한다.11)
<<결론 부분도 읽어야 하는데.. 졸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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