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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은미 옮김, 선정우 감수

snachild 2013. 10. 4. 16:48

 

p.59

 

오타쿠들이 모두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그 선택은 나카지마의 설명처럼 그들의 주체성과 관계가 있다. 오타쿠들이 사회적 현실보다도 허구를 택하는 것은 양자를 구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이 부여하는 가치규범과 허구가 부여하는 가치규범 중 어느 쪽이 그드르이 인간관계에 유효한가 하는, 예를 들어 아사히 신문을 읽고 선거에 가는 것과 애니메이션 잡지를 한 손에 들고 판매전을 줄을 서는 것 중 어느 쪽이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그 유효성을 저울질한 결과이다. 그런 한에서 사회적 현실을 택하지 않은 그들의 판단이야말로 현재의 일본에서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현실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오타쿠들이 취미의 공동체에 갇히는 것은 그들이 사회성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인 가치규범이 잘 기능하지 않아 다른 가치규범을 만들 필요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특징이 포스토모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규범이 유효성을 잃고 무수한 작은 규

 

p.60

 

 범의 밀림으로 교체되는 그 과정이 바로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가 처음으로 지적한 '커다란 이야기의 조락'에 대응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근대국가에서는 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시스템이 정비되고 그 작동을 전제로 사회가 운영되어왔다. 그 시스템은 예를 들어 사상적으로는 인간이나 이성의 이념으로, 정치적으로는 국민국가나 혁명 이데올로기로, 경제적으로는 생산의 우위로 표출되어왔다. '커다란 이야기'란 그 시스템들의 총칭이다.

 근대는 커다란 이야기가 지배한 시대였다. 그에 비해 포스트모던에서는 커다란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기능부전을 일으키고 사회 전체의 결속이 급속히 약화된다. 일본에서 그 약화는 고도경제성장과 '정치의 계절'이 끝나고 석유 파동과 연합적군사건을 거친 70년대에 가속화되었다. 오타쿠들이 출현한 것은 바로 그 시기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쓰레기 같은 서브컬처를 재료로 신경증적으로 '자

 

p.61

 

아의 껍데기'를 만들어내는 오타쿠들의 행동양식은 확실히 커다란 이야기의 실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행동양식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p.148


 동물화란 무엇인가? 코제브의 <헤겔 도갷 입문>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독특한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열쇠가 되는 것은 욕망과 욕구의 차이이다. 코제브에 의하면 인간은 욕망을 갖는다. 반면에 동물은 욕구밖에 갖지 않는다. (...) 결핍-만족의 이 회로가 욕구의 특징이며, 인간의 생활도 대부분은 이 욕구에 의해 구동되고 있다.


p.150


따라서 여기에서 '동물이 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간주체적인 구조가 사라지고 각자가 각자의 결핍-만족의 회로를 닫아버리는 상태의 도래를 의미한다. 코제브가 '동물적'이라 지칭한 것은 전후의 미국형 소비사회였는데, 이와 같은 문맥에 따르면 그 말에도 또한 단순한 인상 이상의 날카로운 통찰이....




p.155


 1945년부터 1970년까지의 이상의 시대, 1970년에서 1995년까지를 허구의 시대로 파악한 오사와 마사치의 논의를 계승해 1995년 이후의 시대를 '동물의 시대'라고 명명하고 싶다. 소비자의 동물화라는 이 변화는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듯이 포스트모던화 전체 속에서 생겨난 것이며 결코 국내적인 현상은 아니다.


p.156


 ... 그런 한에서 그녀들의 행동양식은 표면적으로는 오타쿠들과 정반대의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마찬가지로 '동물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들은 스스로의 성적 신체를 주체적인 섹슈얼리티에서 분리해서 매매하는 데 거의 저항을 느끼지 않으며, 알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만 본질적으로는 고독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욕구의 만족에 대해서는 극히 민감한 생활을 택하고 있다.




 

<< 이 책은 진짜 괜찮은 책임. 포스트모던에서 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의 문제를 문화 담론과 엮어 썼는데 이해 하기도 쉽고 매우 좋은 통찰력도 제공

    데이터베이스 소비라든지 괜찮은 부분이 많은데

 

   문제는 아즈마 히로키가.... 아....... 이때까지는 참 괜찮은 양반인데 위안부 발언;;;;;;;;;

   덕분에 이 좋은 책을 인용하기도 껄끄러운 그런 게 되어 버렸음

 

   아니 솔직히 학자가.... 학자라면 어떤 사안(위안부)에 대해서 말할 때

   사실을 바탕으로 연구된 서적이나 논문들을 보고... 좀 제대로 판단을 해서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이 사람이 일본만 한정된 그런 학자도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쬐끔 이름도 있고... 아무튼 학자라면 외국 논저도 많이 볼텐데;;;;

   어떻게 위안부에 대해 그딴 소리를 할 수 있냐..

 

   아... 개인적인 가치관의 잘잘못을 떠나

   학자로서의 기본 자세가 안되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런 식으로 왜곡된 발언을 하면..

 

  아무튼 책은 좋음ㅠㅠ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도 좋지만 난 개인적으로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이 더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