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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구조 내에서 상징형식의 개념 // 에른스트 카시러

snachild 2016. 2. 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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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

결정주의적. 자연주의적 문화철학의 위기

그에 반해 인본주의적 문화철학은 인류 문화의 미래는 예견될 수 없음을, 인간에게는 단지 자신이 가진 '상징 형성' 능력을 통해 미래의 문화를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갈 가능성과 책임이 있음을 보여준다.


p.111

결정주의의 공통점은 문화 형성 과정에서 개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 (...) 카시러의 상징형식 철학은 정신과학에서 이런 결정주의에 맞서 인본주의적 문화철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p.11-12

카시러의 통일적 방법이란 과학을 유일한 객관적 인식의 형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화, 종교, 예술 같은 다양한 세계 인식 형식들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다. 상징형식 철학에 짜르면 신화와 종교와 예술도 과학적 객관성과 차별화되지만, 내적 일관성법칙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유한 객관성을 갖고 있다. 엄격히 말해서 인간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의해 구성된 문화 세계 속에 살고 있으며, 이 문화 세계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 생성된 다양한 상징형식들로 구성된 세계이다. 실증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최고의 혹은 최종적인 발전 단계에 도달한 어떤 하나의 방법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다양하게 분화되어온 모든 상징형식들 전체로써만 이 세계를 보다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학의 상징형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의 상징 형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의 상징형식이 세계 이해의 관점과 감각 표현의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는 것임. 혹은 한 사람 내에서도 여러 상징형식들을 종합해서 보는 것이지 21세기에 과학이 주류 패러다임이 되었어도 이것이 우월하거나 유일한 세계 이해가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


p.26

형상은 단순히 외부에서 지각된 것 그대로가 아니다. 곧 형상은 자유로운 형성이라는 기본 원칙이 지배하는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각각의 상징 형식을 통해, 곧 언어신화 그리고 예술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성과다.


>>자유로운 형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내부라는 것은 인간의 내부. 인간의 주체적 의식과 실천작용을 뜻하는 것이다



 p.41-43

(2) 신화와 종교

신화적 의식은 일반적으로 형성과 사물의 무차별성에 의해 결정된다. 작용 방식이 형상과 사물에 공통적이기 때문에 그 둘은 존재 방식에서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사물의 일반적인 신화적-마술적 연루 관계 속에서의 어떤 물리적인 존재와 동일한 힘이 형상에 속한다.

(중략)

머리카락, 손톱 등과 같은 인간의 가장 작은 신체적 부분을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그 힘으로 완전한 인간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그와 동일한 지배력을 형상과 이름을 소유함으로써 보장 받는다. 객관적인 본질과 기호의 객관적인 힘에 대한 믿음, 단어와 형상, 이름과 글자 마술에 대한 믿음은 신화적 세계관의 기본 요소를 이룬다. 신화적 세계관 내에서도 신화의 세계가 고유한 종교적 세계에 굴복하기 시작하는 정도로 점차 분리와 해방이 일어난다. 모든 종교적 자아의식의 계발은 여기에 시원을 두고 있다.


초기에 이미 상징 개념이 신성함, 신비성 개념과 혼용된다. (...) "상징적인 것은 원시 시대에는 객관적인 것이나 실재적인 것의 반대물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 세속적으로 명료한 것이 맞서 있는 비밀스러운 것, 신의 영험으로 생각할 수 있다."



p.47-49

(4) 신화적 의식과 과학적 인식의 관계

신화적인 세계 해석과 과학적인 세계 해석을 비교해보면, 이 두 가지는 한편에서는 사고의 최고 객관적 결정성에 의해, 다른 한편에서는 단순한 환상적 기분과 개인적 자의가 통용되는 것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화도 내적으로 완결된 형식을 가지며, 형성 과정에서는 온갖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성 자체에서는 일정한 법칙을 보여준다. 적어도 이 신화 형식은 전적으로 환상이나 단순한 감정을 자극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그 밖에 매우 확실하고 지적인 계기를 포함하고 있다. 신화적 사고는 논리적-과학적 사고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범주'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이고 지배적인 범주는 신화적 사고 속에서도 유효하게 증명되는 인과성의 범주다. 신화에서 인과성의 일반 개념, 곧 '원인'과 '결과'라는 단순한 관계의 사고가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은, 세계를 구분하여 '설명'하려는 지속적인 경향 속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우주진화론과 신의 계보학은 신화적 세계의 전체를 규정한다. 어떤 개별적 사물, 곧 해와 달, 인간 또는 동물과 식물 종의 신화적 '발생'을 증명하는 수많은 신화적 이야기는 하위 단계에서도 이런 기본 성향이 얼마나 깊이 신화적 사고 속에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같은 인과성의 형식이 아니라 인과성의 특별한 방향과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이 존재와 생성의 신화적 개념을 과학적 개념과 원칙적으로 구분 짓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화는 아직도 인과적 사고에 머물러 있고, 특히 신화적 사고를 특징짓고 결정하는 '복합적 사고' 형식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신화는 사물들의 모든 단순한 유사성 또는 우연한 동시성, 공간에서의 인접성과 시간 속에서의 스침만으로도 사물들을 서로 작용하는 마술적 통합으로 묶어내기에 충분하다.

>>이 부분에서, 빌렘 플루서 <피상성 예찬>에 나오는 통시성의 동시성이 떠올랐다. 즉 마술적 이미지의 시대에는, 한 장면 안에 함께 담겨 있는 것만으로도 통합되어 인지되는 단계가 있었음

(중략)

이는 공간적 인접성과 시간적 공통성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한다. 한번 공간과 시간에 같이 나타난 것은 신화적-마술적 통일을 향해 자라난다.

'이전'과 '이후'를 '이 때문'으로 변화시키는 주관적 상상력이 지배

 신화가 복합적 전체로서의 어떤 사물을 다른 하나의 사물에서 생기게 한다면, 과학적 인과 판단은 엄격히 말해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더 이상 그런 직접적인 사물 관계로 이해하지 않는다.


p.51

아래로 떨어지는 돌의 현상과 달의 움직임의 현상, 조수 간만의 현상처럼 감각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현상들이 뉴턴 이후로 우리에게 동일한 물리적 개념에 속하게 되었다.



p.75

심리주의적 형태 - 슈펭글러

각각의 문화는 내적으로 완결되어 있고, 다른 어떤 문화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어떤 다른 문화에 의해서도 이해될 수 없다. 왜냐하면 문화는 꽃피고 시들지만 결코 같은 모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유일무이한 영혼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p.82

"모든 규정은 부정과 다르지 않다."라는 명제는 인간의 개성에도 통하기 때문이다. 인간적 개성은 그 특수성과 한계로 인해 무한한 신과 자연의 극단적 대척점에 놓여 있다. 인간 중심주의와 인간 변형론에 빠지지 않고서는 인간 개성에 매달릴 수도 없고 거기에 침잠할 수도 없다.



------이하 해제 : 상징형식 철학으로 본 인간과 문화

>>해제가 매우 이해되기 쉬우면서도 핵심적인 논리를 다 설명해주고 있다. 본문보다도 해제를 보면서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음


p.104-5

하이데거는 죽음의 문제가 철학적으로 다루어질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와 생의 불안이라는 실존적 상황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카시러는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것의 극복이며, 그것이 철학적으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이렇게 자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것이며, 안다는 것은 그 앎을 상징형식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을 상징형식화하는 것이며, 죽음의 상징형식화는 곧 죽음의 객관화를 통해 죽음을 인간적으로 극복한다는 것이다.

>> 실존적 불안 <---> 객관화와 상징형식화


p.106

르네상스는 신에 대한 신뢰를 인간에 대한 신뢰로 승화시킨 위대한 시대. 인간에 대한 신뢰란 밖에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 형성을 향한 인간 의지와 능력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p.110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 활동의 힘과 원칙은 무엇이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p.111

3. 상징형식 철학의 성립

카시러 문화철학의 중요한 전제는 '표현'과 인간이라는 문제다. 인간의 의식은 표현되지 않으면 시간에 따라 그냥 흘러다닐 뿐이다. 인간은 이 흐름을 표현하면서 자신을 형성하는데, 이 형성은 어떤 매개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 매개를 카시러는 '상징'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대표적인 매개 수단은 언어다. 그러나 선이나 면, 멜로디를 통해서도 의식의 흐름은 시간을 초월하는 상징으로 구체화, 객관화된다. 구체화란 초경험적인 의식의 흐름이 경험할 수 있는 상징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며, 객관화란 일차적으로 내 의식의 흐름이 상징화를 통해 나에게 대상화되며 나아가 타인에게도 대상화된다는 것이다.


p.113

(1) 상징

상징은 문화 형성의 '수단'이자 '방법'이다. 상징은 인간의 의식의 흐름을 표출시켜 고정할 수 있는 감각적 수단인 동시에 '상징화'한다는 의미에서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림이나 문자, 기호를 통해 대상을 '모방'하거나 '비유'하거나 '상징'한다. 


p.117

신화는 인간 의식의 모사 기능에 의해, 예술은 비유 기능에 의해, 과학은 상징기능에 의해 주도되는 상징형식이다.

 

p.128

스피노자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가 이 형식이 무한한 신이나 자연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 보았고, 따라서 인간의 개성 추구는 항상 신과 자연에 대한 반발이거나 자기 포기를 의미했다. 그러나 형식 형성의 힘을 가진 인간에게 형식은 자발적인 제한이며 나아가 원천적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