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1
종교적 인간이란 가능한 한 세계의 중심에 가까이 살고자 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다. (...) 종교적 인간은 항상 전체적이고 조직된 세계 속에, 즉 코스모스 안에 살기를 바란다.
우주는 그 중심으로부터 생겨난다. 즉 우주는 그 배꼽인 중심점에서부터 확장되어 간다. 우주는 이와 같은 식으로 하나의 핵, 중심점으로부터 태어나서 발전해 나간다. 헤브루 전승은 그것을 더욱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장 성스러운 분은 세계를 태아와 같이 창조하였다. 그 태아가 배꼽에서 성장하는 바와 같이 하느님은 세계를
p.72
그 배꼽에서 창조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세계는 사방으로 펼쳐져 나갔다." 그리고 '대지의 배꼽', 세계의 중심은 성지이므로 요마(Yoma)는 "세계의 창조는 시온으로부터 시작하였다."고 말한다. 라비 벤 고리온은 예루살렘의 바위에 대해서 "대지의 주춧돌, 즉 대지의 배꼽이라 불렀다. 왜냐하면 거기서부터 모든 대지가 전개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한 인류의 창조는 우주 창조의 모사이기 때문에 최초의 인간은 '대지의 배꼽' 혹은 예루살렘에서(유대-그리스도교적 전승) 형성되었다. 중심에서만 지평의 단절이 생기고 공간이 성스러워지고, 따라서 '현실적인' 곳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창조란 실재의 충일, 다시 말해서 성스러운 것이 세계로 돌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p.100
"아누 신이 하늘을 만든 후, 하늘은 땅을 만들고, 땅은 여러 강을, 강은 운하를, 운하는 연못을, 연못은 벌레를 만들었다." (...) "벌레들아, 네가 그렇게 말하였으므로 에아가 너희를 그 강력한 손으로 분쇄할 것이다."
p.75
용은 바다의 괴물,태초의 뱀의 모범적 형상이며, 우주적인 물, 어둠, 밤, 죽음 등과 같은 상징, 간단히 말해서 무형태적인 잠재자, 아직 '형태'를 획득하지 못한 모든 것을 상징한다. 코스모스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신들이 용을 갈기갈기 토막내지 않으면 안된다. (...) 그러나 뒤에서 보게 되는 바와 같이 용에 대한 이 신의 승리는 매년 상징적으로 반복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세계는 해마다 새롭게 창조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p.76
산업 사회에 의한 세계의 거대한 변화, 즉 과학적 사고, 특히 물리학과 화학의 획기적인 발견에 의한 우주의 탈신성화
p.90
종교적 인간은 근대적인 용어로 역사적 현재에만 사는 것을 거부하고, 어떤 점에서는 영원성과 동일시될 수 있는 성스러운 시간을 다시 획득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목적은 체계나 철학이 아니라 실존적 태도와 행위 양식을 비교하고자 하는 것이다. 비종교적 인간 (...) 그도 역시 어떤 종류의 시간의 비연속성과 이질성을 체험하고 있다. 그에게도 노동하는 비교적 단조로운 시간이 있는 한편 오락과 위안의 시간, 즉 '축제의 시간'이 있다. 그는 또한 여러 시간 리듬 안에 살고 있으면서 농도를 달리하는 시간을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애인을 기다릴 때나 혹은 만날 때, 그는 분명히 일하거나 피곤에 지쳐 있을 때 체험하는 것과는 다른 시간 리듬을 체험한다.
p.106
속된 실존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 그러나 원시인은 실존적으로 우주적 연관 안에 몸을 둔다.
>>전자의 인간 비종교적, 현대적 인간
p.109
신화의 최고 기능은 모든 의례 및 인간의 본질적 활동(식사, 성생활, 노동, 교육)에 대한 모범적인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p.114
종교적 인간은 속된 시간과 성스러운 시간이라는 두 종류의 시간을 체험한다. 하나는 흘러가 버리는 시간 지속이고 다른 하나는 (...) 주기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영원성의 연속'이다.
그 해(year)는 우주적 시간이다. (...) 해는 우주의 시간적 확대이다. 일년이 경과하였을 때 사람들은 '세계가 지나갔다'고 표현한다.
p.115
상징적인 방법으로 우주 창조와 동시대인이 됨으로써 인간은 원초적인 완전함에 재통합된다.
축제에 참가하는 자는 신들이나 반신적인 존재들과 동시대인이 된다.
성스러움에의 참여는 인간으로 하여금 주기적으로 신드르이 현존에 살게 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p.116
반대로 성스러운 것과 실재적인 것의 근원인 이 영원한 회귀 덕택에 인간 실존이 무와 죽음으로부터 구원되는 것이다.
p.182
종교적 인간은 그가 처해 있는 역사적 맥락이 어떠하든지 간에 항상 이 세계를 초월하면서도 이 세계 안에 자신을 현현하는, 그럼으로써 이 세계를 성화하고 또 그것을 실재적인 것으로 만드는 성스러운 것, 절대적 실재가 있다고 항상 믿는다. (...) 인간은 성스러운 역사를 재현함으로써, 신들의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신들 곁으로, 즉 실재적이고 의미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p.188
인간이 자신의 특수하나 상황을 벗어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자신을 여는' 것은 상징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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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데 이론의 변별성(가치)
1. 이제까지 미개하고 저열하고 자연적, 본능일 뿐인 원시인의 행위를, (종교 의례를 통해) 초인간적이고 문화적이라고 해석한 관점의 차별성
2. (설사 현대의 비종교인이라 할지라도 그 무의식이 종교적 원천을 갖고 있다는 설명을 통하여) 문화적, 문명적 근대인을 바라 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였다는 점 - 철학, 심리학, 신학 등 주변 학문으로도 영향을 주는
엘리아데 50세(1957년) 때 쓰였던 저서로, 학술 활동도 활발하게 했던 때인데다가 어느 정도 학자로서 성숙도가 있을 때 종합 겸 쓴거라 완성도도 높음
대표저서라 할만한데 사실 내가!! 총집합하겠다!!! 라는 느낌보다는
'성스러운 것이란 무엇일까?' 성스러움의 정의.
이런 느낌으로 토대를 마련하는 개론서 같은 느낌인데
엘리아데의 총체적 관점과 그간의 누적되어 온 존잘력이 짬뽕되어서 종교학 서적의 근간이 될 정도의 포스를 지닌 책
실제로도 어렵게 쓰여진 글은 아니다. 그렇게 길지도 않다.
하지만 보면 매우 의미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음. 게다가 이론을 전개해나가는 방식도 명료하면서도 종합적임
제 1장 : 성스러운 공간과 세계의 정화
>>'공간'과 '성스러움'. 이라고 할 만한 것을 매우 잘 녹여서 써낸 소제목.
공간이 비균질적이다, 성스러운 공간과 그렇지 않은(속된) 공간의 차이, 그리고 인간이 이러한 비균질성을 통해 '중심'을 찾고 '방향성'을 잡으며
발전에의 걸음을 이어갔다는 통찰
제 2장 : 성스러운 시간과 신화
>> '시간'과 성스러움' ...을 잘 녹여서 써낸 제목
인상적인 부분은 해(year) 개념. 사실상 연속적인 시간을 비연속적으로(비균질적으로) 잘라서 매번 재생의 경험, 새로운 창조 시간으로의 참여를 했다는 점
그리고 '신화'가 나오는 이유는 신들의(신적인) 행위를 원형으로서, 모범으로서, 전례로서 했다는 의미인듯
제 3장 : 자연의 신성과 우주적 종교
>> 여기서부터는 좀더 구조적인 것. 종교적 우주의 구조는 무엇인가? 좀 더 내적 체계를 봄
그래서 나무며 하늘이며... 자연의 모습들을 통해 이를 해석하는 종교적 인간의 관점과 세계 구조화를 봄
제4장 : 인간의 실존과 성화된 생명
>> 좀 더 인간의 행동, 인식과 결부되어, 결국 이러한 시/공간,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종교(성스러움)을 통해 실존을 획득하고 구원을 희구하는지를 밝힘
'성스러움'이라는 것이 신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들에게는 '실재'로 여겨졌다는 점, 가장 현실적이고 진실한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성스럽지 않은 것은 헛되고 의미 없던 것이었겠지)
종교학 서적의 명저 중의 명저로 여겨짐.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관점이 참신하고 의미가 있으며, 그런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낮은(이해하기 쉬운) 대단한 명저.
선사시대, 고대로부터 쭉 이어져내려오는 문화 인류학, 역사학을 종합하면서도
(비종교적인) 현대인의 문명과 인식 구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역저.
뒷부분에, 어떻게 해서 현대인의 무의식에 종교적 근간이 있는지를 좀 더 구체적인 근거로 밝혀주었으면 더 좋았을 뻔 (그러나 무의식을 다룬다는 게 그렇듯, 무의식이라는 것을 해명하고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초라도 주지..)
개인적으로 몹시 마음에 들었던 책. 또 다시 읽고 싶다. (게다가 책 자체도 길지 않은 편이고 톤도 무겁지 않아서 읽는 동안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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