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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극장이다 // 브렌다 로렐, 유민호·차경애 옮김 (2.18-2.23)

snachild 2015. 6. 2. 23:48


p.2

 스페이스 워의 제작자들은 게임으로서 스페이스 워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킬 수 있는 액션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그들은 컴퓨터가 볼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연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렇듯 컴퓨터의 잠재력은 복잡한 연산이 아닌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액션을 연출하는 데 있는 것이다.

 

p.31

 재현은 상상과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써 안내, 확대, 정화(카타르시스), 동기 유발자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p.42- 61

 인간-컴퓨터 활동의 네 가지 인과관계 / 형식인, 물질인, 동력인, 목적인

 (p.47 드라마와 인간-컴퓨터 활동이 갖는 구조에 대한 여섯 가지 질적 요소)

 

p.104

 

창의성은 자연스러움과 제약 사이의 팽팽한 긴장 사이에서 탄생한다. (...) 예술에서 제약의 중요성은 형식을 고려할 때 가장 분명해진다. 형식은 창의적 액션에 없어서는 안 될 경계와 구조를 만든다. (메이, 1975)

 

p.121

 사실로써 교환되는 정보는 정황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반면, 예술이나 경험으로써 교환되는 정보는 정황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조장한다(벤더, 1973).

 

p.126

 마찬가지로 현실 재현이 부재한 스타일, 즉 극도의 추상화나 조각도 단지 최근의 현상으로 결코 주류라고는 볼 수 없다. 적어도 대중문화에 있어 예술이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을 선호하는 경우는 관객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상을 다루었을 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존하는 대상을 다룰 때 관객은 작가의 연출을 보다 쉽고 즐겁게 받아들인다.

 

p.167

 게임 디자이너이자 연구원인 크리스 크로퍼드(1990)는 컴퓨터게임이 최초로 '멀티 감각 요소의 재현'과 '운동 지각적 입력, 시각과 운동감의 조화' 및 '언어와 다양한 청각적 요소 구현' 그리고 '1인칭시점의 구현'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인터페이스 디자인 개발에 선두에 있다고 주장한다.

 

p.177

 우리 디자인팀에 세운 가설은 정보에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정보는 정보의 원천과 목적에 관련된 무언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유용성, 형식, 재료와 완결 구조로 만들어진 일종의 재현인 것이다.

 

p.190

 영화는 반대의 경우라 볼 수 있는데 D.W. 그리피스에 의해 발명된 수많은 영화 형식과 테크닉 때문에 마치 영화는 태어날 때붙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리피스가 이룬 비약적 발전은 그가 진행한 실험들에 영향을 준 기초적인 기술 개발과 극장과의 비교를 통한 영화 매체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전 형식의 되풀이는 미디어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마치 인간이 자궁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내면적이다. .... 텔레비전은 극장, 희가극, 라디오와 영화를 모방했다. 새로운 매체의 도래는 진화적 패턴과 되풀이 그리고 새로운 창조적 비전의 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춤사위와 같다.

 

p.193

 예술은 시간 여행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해를 전달하는 것이다. 조각, 집과 사원, 연극과 심포니는 만드는 이와 경험하는 이가 나누는 비동기성 대화와 같다. 그러나 예술의 경험은 바로 이 자리, 현재에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화도 깨달음도 결국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예술 그 자체에 원격 현장감이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아나사지인들의 주검을 위한 주술과 춤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경험은 디오니소스적 차원의 예술인 것이다. .... 디오니소스적 경험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거대한 정신적 힘에 의해 조성되는 임장감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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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원제는 Computer as Theatre. 한국어 제목은 '컴퓨터는 극장이다'도 잘된 것 같긴 한데 원제 박력 넘침ㄷㄷ

 

- 인간 컴퓨터 인터페이스(HCI, Human Computer Interface) 분야의 개척자이자 디자이너, 학자인 브렌다 로렐의 저서로 이 양반은 게임 연구에서 아마 내러톨로지스트(서사적으로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군)이었겠지. 과연 서사학자답게 이 책도 서사틱함

 

- 근데 보다 보면 너무 과하게 서사틱한 점도 있는 듯함... 액셀의 사용 경험을 5단계인가 8단계로인가 나눠 극적 경험으로 해설하는데;;;; 좀 당황스러움. 브렌다 로렐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그런 행동들 사이에서 '인과 관계'를 느낄 수 있다는 건데 (실제로도 무엇이 서사인가, 서사의 개념이나 정의를 할 때 '사건의 인과적 연결'이란 게 중요하게 다뤄지긴 하니 맥락은 알겠지만) 약간 과한 감이 있다. 이렇게 인과 관계로만 치면 인간의 농경 생활과 농사 경험ㅋㅋㅋ에도 인과 관계가 느껴지니까 극적 수행인가? 물론 나는 인간의 인지 경험 자체에는 이야기적으로(인과적으로) 이해하려는 이야기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게 농사 경험이든 그냥 걷는 경험이든 뭐든 다 어느 정도 극적 경험을 찾을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적어도 일종의 이론서, 학술적 논의를 위해 '드라마 이론'을 가져올 거면 왜 이거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틀이 필요했다고 봄.

 

- 그런 의미에서 42쪽-61쪽 논의는 진짜 좋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이론에 적용했는데 왜 <시학>을 적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명확히 밝히며(드라마(극)의 이론 중 구조적 요소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데다 원형적 이론 등등) "형식인, 물질인, 동력인, 목적인"으로 나누는 데 이 부분이 논의는 컴퓨터-인간 활동, 특히나 게임이나 디지털 아트 쪽에 잘 적용될 수 있을듯. 방법론으로 가장 적용할 만한 부분.

 

- 형식인 / 물질인 / 동력인 / 목적인 처럼 잘 할 수 있으면서도 곳곳에서 너무 과하게?? 드라마 이론을 적용하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로렐이 종종 (사실적, 현실적) 정보와 (예술적, 허구적) 이야기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 다뤘던 것이기 때문인듯... 그러나 정보와 이야기는 목적과 질, 의도 등에 있어 전제부터 다르다. 181쪽에서 HCI에서 액션이 인과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 콘텐트는 드라마 형식으로 연기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로렐의 실수 같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워낙 쩌는 통찰력이라 사실 아무 프로그램이나 건설에도 적용될 수 있겠지만 특히나 게임 같은 것에 적용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것처럼, "컴퓨터는 극장이다"라고 패기있게 나갈 거였으면 특히나 그런 예술적, 극적 재현이 나타난 컴퓨터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 근데 이 책이 나온 시점이 워낙 지금 같지 않을 때이고, 그 당시에는 일단 이론적 기반이나 틀 자체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고려하면 이런 식으로 좀 더 보편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다가 살짝 삐끗한 이유도 이해는 간다. 지금이야 하도 프로그램들의 편폭도 다양해지고 그런 예술적인 기능? 용도? 도 활발활발해졌지만 당시에는 뭐.... 그런 HCI를 학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막~ 시작될 때라서 로렐이 보다 팍!! 좁혀서 논의를 한정지을 수 없었던 것도 이해는 된다. 실제로도 이 책의 의의 자체는 당시 혼돈에 카오스 같던 HCI나, 디지털 미디어 관련된 이론화 작업에 있어 문화 예술의 이론을 적용하여 기틀을 마련했던 것도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의의는 지금 봐도 여전히 느껴질 정도..

 

- HCI가 도대체 뭔지 잘 이해가 안갔는데 (인터페이스인 건 알겠지만) 중간에 보면 컴퓨터를 단순히 연산, 데이터 정리에만 사용하던 때와, 사용자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게끔 지금과 같이... '휴지통' 아이콘, 폴더 모양의 '문서' 아이콘.... 이런 식의 프로그램 재현 방식 자체가 HCI인듯 하다. 컴퓨터를 걍 커다란 계산기 정도로 사용하던 시절과 대비해보면 보다 브렌다 로렐의 의도가 이해가 갈듯. 확실히 휴지통이나 문서 같은 것은 "은유"에 가까우며 (숫자나 데이터, 어떤 기능을 단순 나열하거나 혹은 프로그램 언어로 조작해야 하는 것에 비해서는) 이런 은유가 있어서 그러므로 '문학적'(연극st)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으니까.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재현은 상상과 현실을 매개하는 것"이란 부분과 "예술에는 원격 현장감이 존재한다" 정도인듯. 사실 이런 부분은 책의 논의와 크게 상관은 없는데 브렌다 로렐이 통찰력 있는 인문학자라는 걸 엿볼 수 있는 느낌적 느낌이었음. (사실 연극학 전공한 건 예전 같고 주된 연구분야는 인터랙션 디자인, 미술학 뭐 이런 느낌이긴 하지만.... 이 사람 컴퓨터 인터페이스인가 인터랙션으로 쓴 이 사람 박사 논문이 1970년도인가 80년도인가에 나왔었더라;;; 본문 중.... 후덜 그 시대에 벌써 이런 걸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다니 레알 개척자다. 사실 이 분야가 신생학문이긴 해도 그렇게 근본 없는 학문은 아닌듯)

 

- 18일날부터 읽음. 당일날 지하철 오가면서 반쯤 읽어서 이틀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놀고 깝치다가 흐름 끊겨서 뒤에는 개대충 읽음. 마지막엔(방금 전) 반납을 위해 억지로 자정 넘어까지 집도 못가고 읽고 있다...ㅠㅠ 305호에서 읽는 마지막 책. 

 

- 딴소리지만 역자가 유민호, 차경애고 유민호님이 더 주요한?? 번역자처럼 메인에 있긴 한데(실제로 현직 교수님? 같기도 하고) 1-4장은 차경애라는 분이 하셨는데 영문학, 신문방송학(석사는 컴퓨터공학) 전공이셔서 그런가 아리스토텔레스 쪽 나오는 부분이 꽤 스무스하다. 이런 거 보다보면 번역이 괴랄하다;;;라고 느끼는 적이 진짜 한 두번이 아닌데 번역적으로는 별 문제를 못 느끼며 읽었음. 앞부분 스무스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역자의 성실함?이 큰듯. 감사합니다 역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