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 박사 논문
>>우왕 인준 교수 중에 우한용이라는 이름이
본 연구는 경험의 서사화 원리를 알아보고, 경험을 서사화하는 활동으로서 자전적 글
쓰기를 통해 서사교육의 방향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박
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분석하여, 경험의 서사화의
원리들을 추출하고, 이를 활용한 자전적 글쓰기의 한 방법으로써 자서전 쓰기를 제시하
였다.
경험을 서사화하는 원리를 분석한 결과, 경험을 추출하는 원리로서 '거리두기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거리두기’가 이루어질 때 현재 자신의 모습을 성
찰할 수 있고, 이러한 성찰이 과거의 경험과 연결되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구성하면서
이야기는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이야기가 하나의 의미 있는 주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경험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원리가 '경험 반추의 원리'이
다. 회상은 기억을 정리하며, 기억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므로 회상을 통해서 기
억을 떠올려 보는 행동은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경험을 서사화하는 글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솔직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서술될 때 독
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원리를 '진정성의 원리'라고 보았다. 그리고 인물과
환경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인물 형상화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 인물이나 상
황에 대한 가치 판단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면서 인물의 성격은 자연스럽게 형
상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공감을 위한 '진실한 언어 찾기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독자가 똑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언어를 선택하고 표현하는 일은 독자와의 소통과 공감을 위한 글쓰기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원리이다.
자전적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을 서사화하는 행위이다. 읽기를 통해 서사를 이
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쓰기를 통해 서사를 구성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오히려 단 한 차례라도 자기만의 서사를 생산해 보는 활동은, 많은 작품을 읽
어서 서사를 이해하는 일보다 더 큰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다.
자전적 서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기소개는 물론, 인터뷰, 텔레비전과 신
문에서의 휴먼 다큐, 자서전, 자전적 소설, 자전적 서사를 활용한 영화, 만화 등의 매체
들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각 형식들은 유사하면서도 차이점을 지니는데, 유사점
은 이들 모두가 ‘자아’를 서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사행위를 통해 ‘나’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는 인식의 대상이 되며 서사의 프리즘을 통해 과거를 평가하고 현재를 진단하
며 미래를 계획하는 인식 행위가 전제된다고 볼 수 있다.44)
자전적 서사의 대표적인 양식으로는 ‘자서전’이 있다. 자서전을 전문으로 연구한 프랑
스의 문예이론가 필립 르죈에 따르면 자서전은 ‘한 실제 인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소
재로 하여 개인적인 삶, 특히 자신의 인성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산문으로 쓴
과거 회상형의 이야기’45)이다. 또한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장 벨맹-노엘은 자서전을
“주인공-화자-작가가 하나의 동일한 개인으로부터 유래하여 바로 그 개인으로 환원되는
이야기 형태의 글.”46)이라고 정의했다. 두 사람의 공통된 정의는 이야기 속의 인물과 서
술하는 화자, 텍스트의 작가가 일치하는 형태를 자서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44) 우한용 외, 앞의 책, 259쪽.
45) 필립 르죈, 『자서전의 규약 ,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8, 17쪽.
46) 장 벨맹-노엘, 『문학텍스트의 정신분석 , 최애영 외 옮김, 동문선, 2001, 83쪽.
르죈이 자서전을 규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규준으로 삼은 것은 동일성의 원칙이다. 작
가-화자-주인공의 일치라는 '동일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텍스트는 자서전이 아닌
픽션으로 분류되는데, 르죈은 언술된 내용에서 작가와 주인공이 유사성을 갖는 텍스트를
자전적 소설로 분류했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과 동일인임을 부인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것이 자기의 이야기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자가 그 이야기 속에서 그
것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때문에 작가와 주인공이 동
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허구적 텍스트를 자전적 소설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또한
책 속의 인물의 이야기가 분명 작가의 이야기가 분명하더라도, 표지가 소설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는 자서전이 아니라 소설이 된다고 규정하였다. 즉 '표지의 협약', '동일성의 원
칙'이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가 된다고 본 것이다.
2. 경험의 서사화 원리
스콜스와 켈로그에 따르면 소설은 역사적으로 볼 때 경험적(empirical)서사와 허구적
(fictional)서사의 전통을 물려받은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사실과 허구를 아우
르고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51)
그런데 이 시간의 차이는 서사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경험에 형식을 부여하는 것은
시간성이다.52) 기억에는 아직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결정적인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
다. 과거를 포함하고 있는 기억은 단지 경험의 한 양상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현재와 미래로 지향된 것들로부터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시간 경험에는 단
지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고, 현재는 늘 이들 간의 긴장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야기를 한
다는 것은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들, 즉 과거의 경험을 재질서화하는 것이다. 기억을 통
해서 우리는 사건들을 분명한 연쇄를 통해 차별화한다.53)
52)폴 리쾨르(Paul Ricoeur), Temps et récit Ⅰ, 김한식 외 역, 『시간과 이야기 1 : 줄거리와 역사 이야기 , 문학과
지성사, 2000, 25쪽.
53) 임경순, 앞의 글, 38-40쪽 참조.
많은 사상가들55)은 경험이 무엇보다도 시간적 구조를 갖는다는 데 주목했다. 다시 말
해 경험은 직접적인 현현에서는 결코 포착할 수 없고 지나간 현존으로서 단지 반성적으
로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성적 포착'이란 시간적으로 이미 지나간 것을
대상화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철학적인 시간론은 플라톤에서 시작된다. 플라톤에게 시
간은 덧없이 생성, 소멸하는 현상계로 하여금 이데아를 지향하도록 한 것이며 '영원히
움직이는 모상'이다. 플라톤이 '영원'한 천체운동을 중시했던 것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
스에게 천체운동이란 '영속'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속하는 시간이기에 시간은 헤
아려지는 수로 측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
이 되는 전제는 인간의 합리적 사고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플로티노스에 따르면
시간은 정초된 것, 생성 속에 드러나는 것이며, 자연에 속하는 영혼의 삶이고, 영원은 불
변으로 존재하는 근거이다.
성 어거스틴은 플로티노스의 시간론을 이어받아 『고백록』에서 창세기에 대한 해석
을 하면서, '기억'을 중시하며 '근원적 기억'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독특한 기독교적 시
간론을 제시한 스피노자는 수학적 방식으로 신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함으
로써 영원이라는 개념을 천상에서 인간의 사유 속으로 끌어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세를 지나 근세에 이르러 뉴턴의 절대시간이 등장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계
측이 가능한 객관적 시간을 중심으로 철학적 사유를 전개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되
었다. 칸트는 뉴턴적인 시공 개념에서 그 보편성은 받아들이되, 시간이 인간의 지각으로
부터 독립된 별개의 실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허한 객관성이라 하여 배제한다. 칸트
는 시간은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있는 감성의 형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칸트에게 공간과 시간은 경험 이전에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감성 능력이
다. 칸트의 시간론을 계승한 헤겔은 시간을 정신의 역사와 관련하여 다루었다. 헤겔은
지금의 연속인 자연 시간과 영원으로서의 개념 시간은 구별된다는 것으로 영원의 시간
은 과거와 미래로 지속하지 않고 오직 '존재'인 현재 자체로서 절대적 현재라고 보았다.
후설은 헤겔의 이론을 이어받아 부단히 흘러가는 시간을 초월론적 의식의 흐름과 연결
시켜 설명하고 있다. 후설에 따르면 초월론적 체험은 개별적 체험이다. 그래서 초월론적
환원을 '자아론적 환원'이라고 한다. 후설은 초월론적 환원의 특성으로서 반성의 가능성,
지향성, 현상학적 시간성을 제시한다. 반성이나 지향성은 궁극적으로는 흐르는 시간에
대해 취하는 시각에 따라 보이는 성격이라 할 수 있다.
55)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플라톤, 박종현.김영균 역, 『티마이오스 , 서광사, 2005.
아리스토텔레스, 김천운 역,『형이상학 , 동서문화사, 2008.
플로티노스, 조규홍 역, 『엔네아데스 , 지만지, 2009.
성 어거스틴, 선한용 역, 『고백록 , 대한기독교서회, 2003.
스피노자, 강영계 역, 『에티카 , 서광사, 2007.
칸트, 정명오 역, 『순수이성비판 , 그레이트북, 1994.
헤겔, 박병기 역, 『헤겔 자연철학 , 나남, 2008.
후설, 이종훈 역, 『시간의식 , 한길사, 2001.
특히 경험을 글쓰기의 대상으로 할 때, 그 경험은 글 속에 무질서하게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틀에 의해 걸러지고 다시 조명되면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글쓰기
로 재구성을 할 경우 경험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제로 작용하는 것이 경
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의 분리이다. 일반적으로 '나'의 이야기, 즉 자신의 생활 경험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의 과정에서는 경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가 분리된다. 여기서 경
험은 시간적으로 서술행위보다 이전단계에 속하며, 경험적 자아는 과거의 경험과 함께
한다. 그러나 서술은 경험 이후의 단계에 속하며 서술적 자아는 실제 글쓰기가 이루어지
는 순간에 존재한다.
경험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양적으로 축적되면서 진행되는데, 그것은 어떤 일관된 흐
름에 따라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
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험적 자아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할 뿐 그것을 조직적으로 연결하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
할 수 있는 여유는 없다. 이에 반해 서술적 자아는 시간적으로 경험에 비해 이후의 단계
에 속함으로써 경험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여
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적 거리이다. 이 시간적 거리에 의해 '나'의 경험을 대상화시켜 볼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심리적 거리에 의해 서술적 자아는 언어행
위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내고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게 된다. 본래부터 경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가 별개의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
이며, 다만 "두 개의 자아 사이의 분리는 오직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서술적 자아'는 글을 쓰는 순간에만 존재하게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두 자
아로의 분리는 글을 쓰는 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경험의 서사화는 대체로 소설의 일인칭 서술 방식과 일치하는데, 일인칭 서술은 이야
기 세계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을 일인칭인 '나'로 부르는 담론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일인칭 서술은 두 개의 '나'를 전제로 하는데, 그것은 인물로서의 '나'와 화자로서
의 '나'이다.56)두 자아가 동일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서사보다는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자전적 글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첫 번째 경험의 서사화 전략은 '거리두기
'를 통해 화자로서의 '나'가 인물로서의 '나'를 바라보고, 인물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회상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후에 그러한 경험들을 다시 반추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전적 글쓰기를 위한 출발점이며 자기 미화에 빠진다거나 지나치게 주
관적 인식의 표현만을 드러내는 것을 방지해서 자전적 글쓰기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
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인물 형상화의 원리
이야기는 한 마디로 '인간의 삶'을 객관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인간'은 삶의 주체로
서 필수적인 존재이므로 이야기 속의 인간의 형상인 '인물'역시 핵심적인 요소이다. 또한
인간의 삶은 통시적 시간 속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인물이 경험하는 '사건(혹
은 행동)'의 통시적(역동적)연쇄인 '플롯' 역시 이야기의 필수 요소가 된다.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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