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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간 / 미디어 / 상호연계성

snachild 2014. 12.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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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공간에 언어적 관념을 배열하는 방법인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미디어 상호연계성, 텍스트 상호연계성, 플랫폼 상호연계성을 세 축으로 하는 글쓰기 공간을 창출한다. 미디어 상호연계성에서는 에크프라시스가, 텍스트 상호연계성에서는 환유가, 그리고 플랫폼 상호연계성에서는 재매개가 대표 관습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런 글쓰기 공간의 삼각형은 디지털텍스트를 통찰하는 새로운 개념틀이 될 수 있다.

1. 글쓰기 테크놀로지와 글쓰기 공간의 개념

‘글쓰기 공간(Writing space)’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 1951~ )

‘글쓰기 공간(Writing space)’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 1951~ ) ⓒ 커뮤니케이션북스

'글쓰기 공간'이라는 개념은 원래 제이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가 1990년 처음 제안했으나, 초판인 이 책의 논지가 기술결정론이라는 비판을 받자 그 이후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과 '재매개(remediation)'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재판(2001)에서 새롭게 규정하게 된 개념이다. 글쓰기 공간의 개념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글쓰기 테크놀로지'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글쓰기 공간이 글쓰기 테크놀로지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테크놀로지는 기술결정론에서 보듯 물질적, 도구적 속성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흔히 글쓰기의 역사에서 점토나 왁스로 된 태블릿, 두루마리, 코덱스로서의 필사책과 인쇄책, 그리고 전자적 글쓰기로서 하이퍼텍스트나 전자책(e-book) 등이 계보적으로 나열되는데, 이런 서술은 글쓰기 테크놀로지의 물질성에만 주목하는 전형적인 기술결정론적 입장이다. 볼터(Bolter, 2001)는 글쓰기 테크놀로지를 "시각적 공간에 언어적 관념을 배열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위해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는 기술적 정신 상태(technical state of mind)"라고 정의한다(p.15).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바로 '정신'인데, 그는 월터 옹(Walter J. Ong, 1982) 을 인용하며(p.16) 글쓰기가 "내면화(interiorization)"된 그 무엇, 즉 "정신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글쓰기의 도구나 재료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화된 글쓰기 방식을 외적으로 구현한다. 따라서 글쓰기 테크놀로지는 시공간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볼터(Bolter, 2001)는 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 모두를 비판하는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1975)의 입장에서 "하나의 글쓰기 기술이 다른 것보다 선호하는 즉, '자연스러운' 양식(natural mode)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정한 표현 양식이 있다"고 주장한다(pp.20~21). 예를 들어, 인쇄책은 선형적 글쓰기를, 컴퓨터는 연상적 링크를 보다 용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글쓰기 테크놀로지는 물질적, 기술적 속성과 사회문화적 구성 또는 선택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터(Bolter, 2001)는 시각적, 개념적 은유인 글쓰기 공간을 "물질적 속성과 문화적 선택 및 관습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것"(p.12), 즉 "정신 자체의 발현(a manifestation of the mind itself)"(p.13)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볼터가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두 개념, 즉 글쓰기 공간과 글쓰기 테크놀로지의 의미와 양자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볼터는 글쓰기 공간을 글쓰기 테크놀로지에 의해 "발생되는(generated)" 것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양자를 개념적으로는 구별하지 않고 있다. 그의 논의를 보면 두 개념을 거의 같은 의미로 쓰면서, 글쓰기 공간이 글쓰기 테크놀로지에 대한 시각적 은유와 개념적 은유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두 개념은 단순히 은유 관계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두 개념의 구별은 이 글이 제안하는 세 축을 근간으로 한 글쓰기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우선 글쓰기 테크놀로지를, 볼터(Bolter, 2001)를 따라, "물질적 속성과 문화적 선택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형성되어 사회구성원 개인에 내면화된, 시각적 공간에 언어적 관념을 배열하는 기술적 정신 상태"로 정의하고자 한다.

2. 글쓰기 공간의 삼각형

글쓰기 공간을 단순히 은유 차원을 넘어 정의하려면, 볼터가 말하는 "글쓰기 테크놀로지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글쓰기 테크놀로지가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글쓰기 테크놀로지에 의한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그 '관계적 맥락(relational contexts)'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글쓰기의 이런 관계적 맥락 중에서 특히 텍스트의 속성, 즉 '텍스트성(textuality)'에 주목하고자 한다.

구조적 관점에서 텍스트는 세 가지 차원에서 다른 것과 관계, 즉 상호연계성을 갖는다(이재현, 2006, pp.288~290). 첫째는 단말기, 플랫폼, 혹은 서비스 등을 지칭하는 '제도화된 미디어 형식', 즉 미디어 플랫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플랫폼 상호연계성(inter-platformality)'이고, 둘째는 한 편의 소설, 영화, TV 프로그램과 같은 단위 텍스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텍스트 상호연계성(inter-textuality)'이며, 셋째는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 동영상 등 미디어 구성요소(medial modality)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미디어 상호연계성(inter-mediality)'이다. 이런 세 가지 차원의 상호연계성은 일반적으로 텍스트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적 특성, 즉 텍스트성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각각의 글쓰기 공간은 세 차원에 걸쳐 독특한 미디어 관습들을 드러낸다.

상호연계성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에 앞서, 텍스트성에 주목해 일단 글쓰기 공간을 '글쓰기 테크놀로지에 의해 발현되는, 미디어 상호연계성, 텍스트 상호연계성, 플랫폼 상호연계성 차원에서 구현되는 미디어 관습들'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텍스트성을 구성하는 이런 세 차원을 묶어 '글쓰기 공간의 삼각형(a triangle of the writing space)'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공간이 갖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 세 가지 차원에서 각각 고려할 수 있는 미디어 관습들을 추출해 분석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 공간의 삼각형

글쓰기 공간의 삼각형

첫째, 플랫폼 상호연계성 차원 즉 제도화된 미디어 형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미디어 관습들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의 대표 관습은 재매개(remediation)다.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1999/2006)에 따르면, 재매개는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의 인터페이스, 표상양식, 사회적 인식을 차용하고 나아가 개선하는 미디어 논리"로 정의된다. 이런 점에서 하나의 미디어는 단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계보 맥락 속에 위치하며, 이것은 SNS를 포함하는 글쓰기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를 현대 오락산업에서는 '재목적화(repurposing)' 또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 one-source multi-use)라 부르기도 하는데, 달리 표현하면 이용자의 멀티플랫포밍(multiplatforming)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멀티플랫포밍이다. 콘텐츠의 멀티플랫포밍은, "하나의 단위 콘텐츠가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플랫폼 이용자와 동시적으로 또는 비동시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미디어 콘텐츠의 흐름"이기도 하다(이재현, 2006 참조). 이런 재목적화 관습을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1999/2006, pp.52~61)은 좁은 의미에서 "재매개"라 부른 바 있다.

둘째, 텍스트 상호연계성 차원에서는 텍스트들 사이의 연계를 통한 '텍스트 확장(textual extension)', 그리고 이것을 통해 성취되는 '수사적 기능(rhetorical function)'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제시한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1974/1986)에 따르면, 텍스트 상호연계성은 "카니발, 궁정시, 학술담론과 같은 다양한 기호체계들이 연계, 재구성되면서 나타나는, 소설과 같은 하나의 특정한 의미화 체계"로서, 단위 텍스트의 전위(transposition)와 텍스트들의 접합(articulation)을 근간으로 한다. 텍스트 상호연계성은 이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데, 흔히 하이퍼텍스트나 월드와이드웹에서 관찰할 수 있는 하이퍼링크는 전위와 접합을 명시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예다. 이것을 통해 하나의 텍스트는 단순한 접합을 넘어 다양한 차원에서 확장을 꾀한다. 접합은 단위 텍스트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수사적(rhetoric) 관점에서 고찰할 수도 있다. 특히 은유(metaphor)와 환유(metonymy)는 월드와이드웹과 SNS의 하이퍼링크를 각기 대표하는 수사적 기능으로 간주될 수 있다.

셋째, 미디어 구성요소 사이에 이루어지는 미디어 상호연계성 차원에서는 미디어 다중성(multi-mediality)과 에크프라시스(ekphrasis) 관습을 고려할 수 있다. 미디어 다중성은 텍스트가 하나 이상의 미디어 구성요소들로 구성되는 미디어 통합(integration)을 의미하는 것으로, 흔히 디지털 미디어 출현 이후 텍스트의 특성으로 간주되어 왔다(Manovich, 2001). 미디어 다중성의 개념적 기원이 되는 미디어 상호연계성의 핵심은, 헨크 우스터링(Henk Oostering, 2003)에 따르면, 하나의 미디어에서 다른 미디어로 왔다갔다 하는 움직임, 즉 "매개의 유동성(flux of mediations)"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개별 미디어들이 융합되기는 하지만 그 독특성과 개체성은 유지되며, 이런 점에서 '상호연계(inter-, 즉 in-between)'는 단순히 미디어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제3의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역동적 과정인 셈이다. 미디어 구성요소 사이의 관계는 특히 수사학적 관점, 즉 에크프라시스라는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에크프라시스는 "시각적 표상에 대한 언어적 표상"으로 정의된다는 점에서(Heffernan, 1991; Mitchell, 1992/1995; Wagner, 1996), 이미지와 텍스트, 그림과 문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이를 확장할 경우 사운드를 포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미디어 양식(medial modalities)과 텍스트, 즉 문자 양식이 맺는 관계의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다(이재현, 2009).

참고문헌

  • 이재현(2006). 모바일 미디어와 모바일 콘텐츠: 멀티플랫포밍 이론의 구성과 적용. 《방송문화연구》 18권 2호, 285~317.
  • 이재현(2009). 디지털 에크프라시스. 《한국언론학보》 53권 5호, 243~267.
  • Bolter, J. D.(2001). Writing space: The computer, hypertext, and the remediation of print (2nd ed.). Hillsdale, NJ: Lawrence Erlbaum Associates.
  • Bolter, J. D., & Grusin, R.(1999). Remediation: Understanding new media. Cambridge, MA: The MIT Press; 이재현(역)(2006). 『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 Heffernan, J. A.(1991). Ekphrasis and representation. New Literary History, 22(2), 297~316.
  • Kristeva, J.(1974). La Révolution du langage poétique, Paris: Seuil; (trans. M. Waller)(1984). Revolution in poetic language.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In T. Mori (ed.) (1986), The Kristeva reader(pp.89~136).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 Manovich, L.(2001). The language of new media. Cambridge, MA: The MIT Press.
  • Mitchell, W. J. T.(1992). Ekphrasis and the other. The South Atlantic Quarterly, 91(3), 695~719.
  • Ong, W. J.(1982). Orality and literacy: The technologizing of the word. New York: Methuen.
  • Oostering, H.(2003). Sens(a)ble intermediality and interesse: Towards an ontology of the in-between. Intermédialités, 1, 29~46.
  • Wagner, P.(1996). Introduction: Ekphrasis, iconotexts, and intermediality—the state(s) of the art(s). In P. Wagner (ed.), Icons, texts, iconotexts: Essays on ekphrasis and intermediality(pp.1~40). Berlin & New York: de Gruyter.
  • Williams, R.(1975). Television: Technology and cultural form. New York: Schocken Books.

주제어

  • 볼터, 글쓰기 테크놀로지, 글쓰기 공간, 미디어 상호연계성, 텍스트 상호연계성, 플랫폼 상호연계성, 에크프라시스, 환유, 재매개

 

 

 

<<네이버가 참 이런 거 괜찮게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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