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이 서술의 매체성에 대해 예민하게 의식했던 작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서술 특징은, 문학을 효용론적인 관점에서 인식하거나 계몽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전의 소설들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고전소
설은 물론, 신소설이나 이광수 소설에서도 위의 논리는 적용된다. 비록
김동인 이전의 소설이 근대적인 새로운 이념을 지녔다고는 하나 그것
자체가 서술자의 절대적이고 권위적인 이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이전의 소설들의 서술자는 단일하고 고정적인 이념적 창(窓)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데, 이들에게서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격성을 지닌
서술자에 의한 다양한 중개성을 관찰하기 어려워진다고 하겠다.
* 국문초록
Ⅰ. 서론 ······································································································1
1. 연구사 검토와 문제제기 ································································1
2. 연구의 관점과 방법론 ··································································21
Ⅱ. 김동인 소설의 서술자와 서술효과 ····················································33
1. 이종 서술자의 초점 서술과 객관화 ·············································33
1) 초점 서술과 서술자의 역할 제한 ·········································36
2) 고백서술의 삽입과 그 의미 ··················································46
2. 이종 서술자의 교차 서술과 입체화 ·············································56
1) 인물과 입장이 다른 서술자와 아이러니 효과 ·····················58
2) 인물에 우호적인 서술자와 주제의 발견 ······························75
3. 동종 서술자의 타자 서술과 간접화 ·············································86
1) 창조적인 서술자와 허구의 강조 ···········································88
2) 제한적 서술자와 서술의 간접성 ·········································102
Ⅲ. 김동인 소설의 서술자와 문학사적 의미 ·········································116
1. 1920년대 신문예운동의 성격과 양상 ········································116
2. 김동인 소설의 서술미학과 문학사적 의의 ·······························123
Ⅳ. 결론 ···································································································130
* 참고문헌
두 번째도 같은 맥락이다. 전근대적인 서술에서 근대적인 서술의 출
현이라는 형식논리의 지향은, 어떤 서술자나 서술기법의 현상적 존재
유무를 따지는 태도로 이어져 단선 논리를 더욱 강조할 우려가 있다.
전지적인 서술자의 개입서술은 전통적인 서술방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술방식은 근대소설에서 푸대접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전위적인 서술기법을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전지적 서
술자는 서사의 전개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서
술의 위치나 거리, 시점을 자유자재로 이동시켜 서술의 입체감을 부여
하는 것이다. 전지적인 서술자라고 해서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서술자는 정보를 숨기기도 하고 지연시키기도 한다. 또한 서술
자의 목소리는 가청도 높게 드러나기도 하고 인물의 목소리와 섞이기도
하며 아예 드러나지 않는 등, 서술의 리듬38)을 달리하면서 나타난다.39)
38) 이러한 패턴이 소설의 구조를 형성한다고 보고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대
표적인 이론가는 우스펜스키이다. (보리스 우스펜스키, 김경수 역, 소설구
성의 시학 , 현대소설사, 1992)
39) 서술자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서술자의 중개성조차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는 항상 서술자에 의해 서술된다. 김인환에 의하면
서술자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객관중립서술로서 감춤의 수사학
이다. 객관중립서술은 명백한 주석서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립하며, 서술자
의 주석 자체를 은폐시키지는 못한다.(김인환, 언어학과 문학 ,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9, 20-21면)
서술의 근원상황에 사건과 독자와 그 사이를 중개해주는 서술자의 존
재를 포함시킨 카이저가, 서술문학예술의 기법은 이 근원상황에 좌우된
다고 말한 바 있듯이47) 서술태도의 정확한 파악은 하나의 작품을 이해
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47) 볼프강 카이저, 김윤섭 역, 언어예술작품론 , 시인사, 1988, 310-315면.
따라서 서사이론의 시선은, 텍스트가 전
하는 스토리의 차원에서 스토리를 전하는 서술의 차원으로 집중되는 경
향을 띤다. “중요한 것은 진술된 사건들이 아니라 나레이터가 그 사건들
을 알려주는 방식이다.”48)라고 하거나 “소설기술에 있어서 방법이라는
복잡한 문제 전체는 관점의 문제 즉 작중설자의 스토리에 대한 관계에
달려 있다”49)는 발언은, 스토리를 통일된 서사체로 전달하는 데에 있어
서 서술자의 문제가 중요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대소설에 있어
서 어떤 서술자를 기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서술 방식을 결
정하는 기초 단계에 해당된다. 소설가가 창작 초입에 맞닥뜨리는 물음
인 것이다.
48) T.Todorov, Les Categories du recit litteraire(Communitions 제8호, Seuil,
1966, 125-151면에 수록). 롤랑부르뇌프·레알월레, 김화영 편역, 현대소설
론 , 문학사상사, 1994, 55면에서 재인용.
49) 퍼어시 라복크, 송욱 역, 소설기술론 , 일조각, 1960, 238면.
대체로 독자의 입장이 되는 서술론은, 모든 서사체가 서술자의 서술행
위, 즉 중개를 통해 수화자에게 제시된다는 사실을 대전제로 한다. 따라
서 서술이론은 텍스트에서 실질적으로 만날 수 있는 서술자와 그의 중
개성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근원적인 창작자(original creator)”로서의
실제작가와 “고안의 원칙(principle of invention)”으로서의 내포작가
는,50) 텍스트 바깥에 있는 존재로서 원칙적으로 논외가 된다
50) S. Chatman(1990), 앞의 책, p.116. 리몬-케넌은 내포작가를 비인격적인 한
벌의 내포적 규범(a set of implicit norms)으로 간주한다.(S.
Rimmon-Kenan, 앞의 책, p.88) 로저 파울러는 실제작가가 내포작가로 바뀌
는 과정을 언어학적인 용어로 설명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실제작가는 책
상에 앉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내포작가로 전환한다. 그래서 실제작가가
하나라면 내포작가는 텍스트의 수만큼 존재할 수 있다. 텍스트의 구조가 그
를 정의하기 때문이다.(로저 파울러, 앞의 책, 104-106면)
이러한 서술자의 인간적 특성은 프리데만과 슈탄젤에 의해서 더욱 발
전적으로 정의된다. 그들에 의하면, 서술자는 평가하고 민감하게 감지하
는 자로서,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경험한 대로 세계의 그
림을 독자에게 전해주는,55) 주관적이고 인격적인 서술자이다. 슈탄젤은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서술자를 “작가가 창조한 하나의 독립된 인물이
며, 독자와 비평가가 그의 특별한 인격성과 부딪치게 되는 독립된 등장
인물”56)이라고 정의한다.
55) Käte Friedemann, Die Rolle des Erzahlers in der Epik(1910; 재판
Darmstadt, 1965) 26면. 여기서는 프란츠 슈탄젤, 앞의 책, 29면에서 재인용.
이에 반해 시모어 채트먼은 Coming and Terms에서 서술자의 인간적
특질을 중립적인 서술행동 안에 포괄하고자 하였다. 그는 서술자를 선
택적인 요소로 규정하였던 Story and Discourse의 견해를 철회하고, 스
토리는 반드시 서술행위자(narrative agency)에 의해 중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서술행동의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서술자(narrator)’ 대신
‘제시자(presenter)’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57) ‘제시자’는 인간적인 서술
자를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57) S. Chatman(1990), 앞의 책, pp.109-123. 같은 맥락에서 채트먼은 인격성을
두드러지게 환기하는 서술자의 ‘목소리’나 ‘지식’이라는 비유적 용어보다는
‘제시하기’(presenting)나 ‘전달하기(transmitting)’라는 용어의 적절성을 역설
하였다.
채트먼의 ‘제시자’라는 용어까지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서술자의
서술행위를 강조하는 그의 문제의식은, 탈인격적인 서술자에 의해 중개되는 서술체의 등장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만하다. 채트먼
도 지적하였듯이 슈탄젤처럼 서술자를 ‘독립된 등장인물’로 강조하다보
면, 객관서술의 전형으로 꼽히는 살인자들The Killers (헤밍웨이)58)의
서술자를 인물과 함께 걷는 사람으로 보거나59) “갱의 일원(one of the
gang)”으로 간주하는60) 편향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근대소설의 서술자는 독자 앞에서 보이도록 일하는 인격적인 서술자
에서부터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비인격화된 무대감독에 이르기까지,
그 인격성의 정도는 넓게 펼쳐진 스펙트럼을 그려 보인다. 작가는 이제
서술자를 다양하게 고안하여 허구적인 서술대리인으로 기용하는 것이다.
65) 이는 서술자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로 하여금 잊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보여주기’다. ‘보여주기’는 말그대로 순수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척하는 것이며, 서술자는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가장하는
것이다. 이에 ‘보여주기’는 서술의 중개성을 전제로 한 또 다른 서술행위로,
서술정보를 조정하는 한 방식으로 취급된다. 제라르 즈네뜨가 ‘보여주기
(showing)’를 ‘말하기(telling)’의 한 방식일 뿐이라고 말한 것(G. Genette, 앞
의 책, p.166.)과 시모어 채트먼이 이 둘을 넓은 의미의 서술 안에 포괄한 것(S. Chatman, Coming to Terms, pp.109-115)도 이 같은 맥락 안에 놓인
다. 제라르 즈네뜨는 서술의 경계선 (석경징 외 엮음, 현대 서술 이론의
흐름 , 솔, 1997)에서 미메시스와 디에게시스의 역사적 개념을 개괄하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비교적 분명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이는 채트먼이 설정한
광의의 서술(Narrative-in the broad sense)과 그 안에 드는 Enacted(drama)
와 Recounted("narrative" in the narrow sense)에 비견된다. 그는 이와 같은
체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도표를 제시하였다. 텍스트{서술Narrative[디
에게시스적인 것Diegetic<소설Novel, 서사시Epic, etc.>][미메시스적인 것
Mimetic<극Play, 영화Movie, 만화Cartoon, etc.], Argument, Description,
Other}.
우선 모든 서사에는 이야기와 이
야기를 중개하는 서술자가 필수적 요소가 된다는 전제로부터 이 연구는
출발하였다. 이때 서술자는 독자에게 소설세계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평
가하여 중개해주는 주관적이고 인격적인 서술자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인격성의 정도가 희박하여 중립적인 중개행위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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