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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서전, 소설 : 자기표현 양식의 변화 / 최경도 (1)

snachild 2014. 11. 16. 17:13

 

전기, 자서전, 소설 : 자기표현 양식의 변화

최경도 (외국문학연구, Vol.30 No.-, [2008])[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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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전기, 자서전, 소설은 문학의 세 가지 주요 자기표현 양식이다. 이러
한 양식의 글쓰기는 모두 개인의 삶을 전기적 또는 역사적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이 연구는 겉으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글쓰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여, 문학에서 삶의 글의 범위를
넓히는 장르의 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 자서전, 소설은 개인의
삶이 갖는 주관적 차원을 강조하고,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사실들을 다
루는 이론적 또는 과학적 글쓰기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사적 글쓰기
에 속한다
. 모든 문학적 글쓰기는 사실상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는 점에서 전기적 또는 자서전적 성격을 갖는다. 이야기 차원에서
실제와 허구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면 이러한 양식의 글쓰기를 장르상으로 구별하는 것은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전기적 또는 자서전적 소설의 출판은 우리
시대의 전기적 또는 자서전적 경향을 반영한다. 우리 문화는 눈에 보이
는 모든 것을 화자의 전기적 또는 역사적 의식을 통하여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전기, 자서전 그리고 소설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보거나 체험한 것을 당위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한다는 데서
공통점을 갖는다. 서로 다른 양식의 삶의 글과 함께, 소설 기법을 실험
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가들로 말미암아 자기표현의 글쓰기도 변화를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문학 장르가 분화되고 재통합되는 특성과 더불어, 주체와 객체, 사실과 허구, 그리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와해를
통한 보다 실용적인 문학을 유도하고 있다.
전기, 자서전, 소설은 어떤 장르에 속하든 개인의 삶을 서술하는 데
서 오는 복합성과 다양성을 포착
하려고 한다. 개인의 삶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글쓰기는 고유의 기법과 서술
방법을 통하여 인간성의 진실을 모색하려고 한다. 동시에 전통적인 구
분을 거부하는 실험적 양식의 자기표현은 개인의 삶이 갖는 복합성을
서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우리 시대의 징후로 간주될 수 있다. 결론적
으로 전기, 자서전, 소설의 융합은 삶의 글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시도
하는 사적 글쓰기의 뚜렷한 예가 된다.
[전기/자서전/소설/글쓰기 양식/서사]

 

 

Ⅰ. 자기표현 양식
전기, 자서전, 소설은 각기 인간의 체험을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하는 글쓰기 양식
이 된다.
전기와 자서전이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기술된 것이라면, 소설은 실제 체
험이 아닌 허구를 근간으로 구성된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은 그 서술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인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이러한 양식의 ‘삶의 글’이 갖는 호소력은
개인의 체험을 글로써 기술하는 가운데 나오는 인간 정신의 발견에 있다. 전기나 자
서전을 통하여 독자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의 내면에 진입하여 그곳으로부터
각 인물들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수한 증거들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과 달리
이러한 증거들은 한 인물의 삶을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접근하고 평가
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문학의 주요 장르가 되는 전기, 자서전 그리고 소설은 대표적인 자기표현 양식으
로서, 이러한 글쓰기는 일정한 양식의 줄거리를 통하여 개인의 삶―또는 그 역사―
를 재현한다는 데 공통점을 갖는다. 따라서 겉으로 구분되는 이들 세 영역을 이야기
라는 요소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은 이들 장르는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형태의 문
학적 글쓰기가 전기적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될 수 있다는 점을 가능하게 한다.
전기, 자서전, 소설은 개인의 삶이 갖는 주관적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보다 명징한 목표와 가치를 갖는 객관적 또는 이론적 글쓰기와 대조되는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이 소설과 연관을 갖는 것은 모든 삶이 본질적으로 이야기 영역에 속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삶을 다루는 이러한 글쓰기가 이야기 요소로 수
렴될 수 있는 까닭은 문학적 글쓰기가 갖는 속성에 있다. 왜냐하면 실제 삶을 글로
써 표현하는 과정은 곧 현실에 이야기 요소를 개입시켜 문학의 테두리에 이들을 유
도하는 결과
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전기와
자서전 또한 글쓰기 과정에서 작가의 주관적 시각―여기에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적극적 해명과 분석은 물론, 왜곡과 환상까지 개입된다―이 작용하게 된다. 이
처럼 전기와 자서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의 삶은 살아있는 소재의 차원을 초월하여
문학적 의미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소설에서 묘사되는 개인의 삶과 본질적 차이를 갖
기 어려운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이 존재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특정 인물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갖는
호기심 때문이며, 이러한 관심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을 읽으려는 욕구로 연결된다.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전기와 자서전이 주는 보다 절실한 의미는 개인의 실제 체험
에 바탕을 둔 인간성의 진실을 이야기 형태로 전달하는 데 있다. 전기와 자서전에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될 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간적 에피소드가 충만해
야 하지만, 여기에는 개인이 거둔 성공과 업적은 물론, 그들의 좌절과 실패 또한 충
분히 드러나야 한다. 오늘날 널리 애독되는 전기와 자서전이 잘 짜인 구성과 문학적
표현을 통하여 일관된 이야기를 제시하는 이유는 삶의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이러한
기대와 호기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1)

 

1) 수잔 벨(Susan Bell)과 마릴린 야롬(Marilyn Yalom)에 따르면, 전기와 자서전이 급속히 확산되
는 요인은 비(非)개성, 파편화, 소외 같은 포스트모던 세계의 부정적 현상들이 실제로 존재
했던 인물들이 보여주는 현실감 때문에 약화되고, 또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의 삶을 긍
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
는 것이다(1).

 

 

필립 르쥔느(Philippe Lejeune)는 자서전
에 나타난 인물이 실제 인물로부터 특권을 부여 받기 때문에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독자적 권위를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9), 이러한 관찰은 전기의 경우에도 적용
할 수 있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소설에 비해, 전기와
자서전은 실제 인물을 통한 역동적인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서술의 권위와 독자
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전기와 자서전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형
성하고, 실제 체험과 기록을 통한 서술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비교적으
로 성찰하게 만든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개인의 문제를 문학 양식을 통하여 서술하려는 경향은 적어도 영문학에서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
다. 일찍이 20세기 전기연구의 지평을 열었던 리튼 스트래치(Lytton Strachey)는
1918년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저명한 빅토리아인들』(Eminent Victorians)에서 전
기를 “모든 글쓰기 분야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인간적인 예술”(viii)로 규정했다. 그
는 영국의 주요 인물들을 다룬 자신의 글이 역사적 시각과 동일한 전기적 관점을 따
르기 때문에 흥미로울 것이라고 간주하고, “단지 과거의 증상으로 다루기에는 인간
이란 너무나 중요하며, 이들은 어떤 현세의 과정에서 벗어난 영속적 가치를 지니므
로 그 자체로 인정되어야 한다.”(vii)고 주장했다.2) 이러한 점에서 전기와 자서전은
특정 시대의 산물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본질적 가치를 지향하며, 시간의 벽을 초월
하여 자신과 남들로부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는 인간의 거대한 노력의 표현이 되
는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과연 개인의 삶에 대한 진실과 일치하는가
라는 점은 이 장르에서 논쟁이 된다. 왜냐하면 개인의 삶에 대한 글에서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이 초점을 두는 것은 자료의 정확성과 사실성을 넘어 그 내용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기와 자서전은 소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쓰는가와 함께 ‘어떻게’ 쓰는가에 주력하게 된다.

 

 

 

데이빗 엘리스(David Ellis)는 전기와 자서전이 갖는 효용성이 살아가는 방식의
예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1). 개인의 삶을 다루는 전기와 자서전
이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는 것은 호흡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자신을 합리화
하는 길이며, 카플란(Justin Kaplan)의 표현처럼 그것은 이야기와 인물을 통하여 우
리의 체험을 정비하고, 역사와 다른 사람들을 보는 방법을 깨우쳐주는 역할을 한다
(2)
. 지금까지 등장한 많은 이론들이 결과적으로 학문과 외부 세계의 간격을 넓히고
말았지만, 전기와 자서전은 내용의 사실성과 문학적 구성으로 인해 독자들의 지속적
인 관심과 흥미를 끄는 분야가 되었다. 또한 전기와 자서전은 ‘이론이 개입되지 않은
삶’(life without theory)
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재현하는 경로로서 오늘날 유행하는
많은 문학서들 가운데 전문 비평가들과 독자들이 함께 주목하는 희귀한 분야가 된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에 대한 흥미는 여기서 다루는 인물들의 범위가 제한되지 않
는다는 데 있다. 전기와 자서전에서는 정치인, 사업가, 작가, 예술가 등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는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이 항상 새로운 시각에서 서술될 수 있는 가능성
이 열려 있다.

 

 

 

전기와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러한 자료들을 선별하여 특정 인물의 삶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전기와 자서전은 그것을 구성하는 자료의 선별과 함께 작가의 의식적 또는 무
의식적 의도가 개입되지만, 소설과 달리 그 내용은 구체적 현실과 결부되어야 한다.3)

 

3) 20세기 심리전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리언 이델(Leon Edel)은 전기 작가는 상상력이 많을
수록 좋지만 자료를 두고 상상하지 말아야 하며, 과거를 읽는 가운데서도 그것을 현재로 해
석해야 하고, 사실의 판단에서 판단의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죽은 자를 존중해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Literary Biography 1-2).

 

 

 

개인의 삶의 해석에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
기와 달리, 자서전은 작가 개인의 노력이 된다. 르쥔느가 규정한 자서전에 대한 정
의, 즉 “개인의 삶, 특히 자신의 성격의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서 누군가 자신의 존재
로부터 만들어내는 산문으로 된 회고적 이야기”(4)는 곧 자서전의 형식이 작가, 서술
자 그리고 주인공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자서전에서 언급되는
자서전적 충동은 전기 작가의 서술 동기와 유사한 것으로, 이는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의 경우 작가들은 대상
이 되는 인물과 강한 유대감을 가지며, 글을 쓰는 가운데 그 인물과 일체감을 형성
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전기는 서술 대상이 되는 인물의 삶에서 작가 자신이 추
구하는 가치를 발견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은 개인의 실제 체험에 기
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주관성이 현저히 드러나는 글쓰기가 된다. 작가가 직
접 서술하는 자서전에 비해 보다 객관적 시각으로 구성되는 전기 또한 인물의 설정
이나 묘사에서 작가의 주관성에 크게 지배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삶에 함축된 역
사성에 주목하는 전기와 비교할 때 자서전은 보다 인간적이고 자기성찰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자서전은 개인의 삶에 내재하는 이야기 요소
를 부각시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며, 만일 이러한 요인이 없다면 문학이
아닌 주관적 사유로 간주될 것이다.4)

 

 

4)『자서전에서의 허구』(Fictions in Autobiography)에서 이킨(John Paul Eakin)은 자서전에 대한
역사가와 문학비평가 사이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설명한다. 이킨에 따르면, 역사가와 사
회과학자들은 자서전이 담고 있는 사실적 내용을 서사적 기반으로부터 분리시키려고 하는
반면, 문학비평가들은 자서전에 대한 감식을 상상력의 행위로 접근하고, 텍스트를 소설과
구분될 수 없는 것처럼 간주한다(3).

 

 

소설의 등장은 사생활이라는 개념의 대두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사생활이
라는 조건이 소설 읽기와 쓰기의 특징이 된다. 아마 이러한 사적인 제작과 소비
의 결과로서 사적인 삶은 이 장르가 태동할 때부터 소설의 소재가 되었거나, 아
니면 반대로 생각한다면 비교적 새로운 개념의 사적 체험을 밝히려는 필요가 소
설을 창안하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적 글쓰기들과의 차이점은?

 

 

 

브룩스의 관찰처럼 소설이 사적 영역을 지향하는 글쓰기라는 인식은 전기와 자서
전이 갖는 내부지향적 성격과 일치한다. 전기와 자서전은 일정한 지시 대상을 통해
개인의 사적인 면을 재현하고 소설은 보다 넓은 범위의 인물들을 통하여 인간성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서사에 기반을 두고, 실제 자료를 사용
하든 않든 개인의 자아 확립 과정에 중점을 둔다. 전기와 자서전이 한 인물의 내면
을 통하여 사적인 삶의 실체를 밝히는 수단이 된다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사
적인 삶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한편, 문학의 구성 요소가 되는 저자,
독자 그리고 텍스트 사이의 관계는 장르마다 달리 작용하는데, 전기와 자서전 및 소
설에서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 발생하는 해석상의 문제가 대두된다. 전기와 자서전은
고유의 서술 전략을 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를 수긍하도록 하지만, 소
설의 경우 작가의 동기가 훨씬 복합적이므로 텍스트는 다층적 의미를 띠는 것이다.

 

>>고유의 서술 전략이 뭘까?

>>전기, 자서전의 경우 허구적 서사보다 작가-독자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깝다는 것이 변별점이지 않을까

 

 

 

전기이론가 이델이 표현했듯
이, “전기는 고상하고 모험적인 예술이며 전기 작가는 생명이 없는 문서로부터 인간
의 형상을 구축하고, 소설가는 인간의 삶에 내재한 모든 상황에 대한 열정으로 전지
적 관점에서 자신이 만든 인물들의 가치를 부각시킨다.”(“Biography and the
Science of Man” 2)

 

 

전기와 자서전은 소설과 유사한 구조, 즉 중심인물을 통한 전개 방식은 물론, 극
적 구조와 서술기법의 사용에서 문학적 특성을 공유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전
기와 자서전은 그 기초가 되는 사실성과 함께 문학의 궁극적 목표가 되는 인간성을
탐구한다는 데서 소설과 공통점을 갖는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은 더 이상 개인의 역
사에 집착하거나 그것을 밝히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고유의 상상력을 활용하여 인
간성의 진실을 추구한다. 소설이 개인의 삶의 특성을 추구한다면 소설과 전기, 또는
소설과 자서전 사이에는 그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만 다를 뿐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Ⅳ. 통합적 양식의 글쓰기

 

 

오늘날 장르의 관점에서 구분하기 힘든 혼합된 형태의 글쓰기의 출현은 전통적
인 구분을 약화시켜 전기, 자서전 그리고 소설 양식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요구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독자들은 이처럼 전개되는 자기표현 양식을 하나의 실험이 아닌,
기존의 방식으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표현 욕구로 간주하고 있다. 자기표현의 주요
양식으로 전기, 자서전, 소설의 융합은 사실상 삶의 글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서 장르상의 구분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무한한 가변성과 다양성을 갖는 21세기 인

간의 삶을 역동적으로 포착하려는 글쓰기로 확립될 것이다. 그동안 소설이 형식상의
실험으로 말미암아 그 소재를 소진했다면, 전기와 자서전 양식을 빌린 소설의 등장
은 이들 장르 사이의 연대는 물론, 새로운 문학적 모형으로 주목 받을 수 있다.
전기, 자서전 그리고 소설은 각기 다른 배경과 특성을 가졌지만, 개인의 삶을 이
야기 형태로 표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장르의 제약과
구속을 벗어나 개인의 내면을 포착하여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로 제시한다는 데
서, 실제와 허구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문학적 기법을 통하여 개인의 삶에 잠재된
특성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전기와 자서전이 실제 체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숨겨진 삶과 인간관계의
진실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둔다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의 벽
을 넘어 개인의 존재를 독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천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글쓰기는 독자들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서, 삶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밝히려는 서술
장르의 특성에 충실
하려고 한다. >>소설이 그렇다는 거? >> 소설이 특유의 기법으로 가상의 세계에 실제의 환
상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전기와 자서전은 현실을 문학적 차원으로 재구성한다.

 

 

개인의 과거를 기초로 한 서사 전기(narrative biography) 또는 허구적
전기(fictional biography)가 쓰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