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행동의 통일성이 작가의 개성으로 대체되고, 해석이
내면화되고, 화자가 창작 경험을 반영한다. 이제 형식의 변형이 내용이 되고,
주제의식이 글쓰기 자체로 옮겨가고 있다.4)
4) Linda Hutcheon, Narcissistic Narrative, The Metafictional Paradox, NY & London:
Methuen, Wilfrid Laurier Uni. Press, 1980, 12면
이를 위해 최인훈은 독서와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주목하고, 선대 문학이나
자신이 썼던 이전 작품과 현재 작품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호 텍스트적 대화를
시도하고, 현실과의 관계에서 문학 텍스트의 정체성을 의식하는 자기 반영적인
글쓰기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화두?에는 기존 작품 세계를 지시하는 메타 층위가
설정되어 있어서 이전 작품들을 쓰게 된 동기, 소설 쓰기의 일련의 과정, 소설
을 더 이상 쓰지 못하고 희곡을 쓰게 된 이유 등이 자세하게 기술되고 있다.
이렇게 ?화두?가 작가의 다른 작품과 상호 텍스트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과
메타픽션으로서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화두?
는 그 자체로 최인훈 소설 전체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연구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49) 린다 허천은 소설에 대해 ‘나르시스적 서사(Narcissistic Narrative)’라는 용어를 사용하
면서 나르시스 신화와의 알레고리적 연결을 통해 장르상 소설의 기본 조건이 나르시스적,
즉 자의식적인 것이라 밝힌다. (Linda Hutcheon, 앞의 글, 7면)
50) 린다 허천은 현대를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스스로 의문을 제기케 하는 문화적으로 복
수주의적인 시대로 보고,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 픽션은 전통적 가치에 대한 불신과 함께
그 붕괴를 드러낸다고 진술한다. (퍼트리샤 워, 앞의 글, 21면)
51) 소설 자체의 진화과정을 통해 「돈키호테」 연구로 시작되는 ‘픽션은 픽션일 뿐’이라는 현
실에 대한 도덕적, 존재론적인 암시는 18~19세기의 리얼리즘에 있어서 소설의 자기자각
의 편린을 보여준다. (Linda Hutcheon, 앞의 글, 2면)
메타픽션은 소설의 철저한 텍스트성과 상호 텍스트성을 독자에게 환기시킴으
로써 허구적 ‘대안세계’로서의 픽션 문학의 개념을 재강화한다.59) 메타픽션에서
‘상호 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란 서로 교차하는 두 개 이상의 텍스트가 서
로를 상대화시키면서 동일 문학 작품 속에서 동시에 존재함을 말한다.60) 즉 실
제 현실세계를 묘사하거나 구성의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다른
픽션의 세계와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소재로 해서 또 다른 허구의 세계를 만
듦61)으로써 허구성의 개념을 강화시키고 대안세계들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을 독자가 분명히 인식하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인훈의 전체 소설 창작 과
정은 텍스트 간 상호 대화적인 글쓰기의 과정이었음을 이후 논의의 진행을 위한
전제로 삼고, 특히 ?화두?를 중심으로 선대 작품과의 패러디 관계와 자기 작품
의 자기 반영, 텍스트 안에서 선배의 작품을 읽는 독자로서의 화자, 그리고 자신
의 이전 작품을 읽는 작가로서의 화자, 텍스트를 읽는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메
시지 등 다층적인 결을 따라 상호 텍스트적 읽기가 행해질 것이다.
<<헐 이 연구는 단순히 <화두>에 대한 작품론 수준이 아니라 이를 통해 최인훈의 다른 작품까지 전망한다는 데서 의의가 있는 논문인듯 ㅎㄷㄷ
최인훈이 한국 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 <화두>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자기 반영성, 메타 픽션 경향까지 합치면 왜 이 논문이 유명한지 알겠다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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