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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에 드러난 일상성 담론과 미학, 그리고 근대 / 박상영 (1)

snachild 2014. 7. 18. 22:12

 

사설시조에 드러난 일상성 담론과 미학, 그리고 근대 = A study on the Aspects of Ordinariness Discourse in Saseolsijo and its Modernity
박상영 (時調學論叢, Vol.37 No.-, [2012]) [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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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설시조에 드러난 일상성 담론의 몇 국면
사설시조에는 환상성과 현실성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채 파편화된 일상
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는가 하면, 현실 속에서 잡다한 物의 세계를 다룸으
로써 사소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방식으로 일상성을 드러내기도 한다.15)

 

15) 우리 문학에서 근대성과 관련한 일상성은 크게 모더니즘 문학과 리얼리즘 문학에서 상반
되게 나타난다. 전자가 주로 파편화, 탈 중심, 환상성 등과 연관성을 지닌다면 후자는 사소
한 것의 가치 발견, 잡다한 物의 세계, 리얼한 묘사, 핍진한 현실의 재현성
등과 깊은 연관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일상성을 사설시조에 일대일 대응할 수는 없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상성과 근대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의를 참조할 것(강수택,

일상생활의 패러다임, 민음사, 1998, 31~47쪽; 조영복,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근대성과
일상성, 다운샘, 1997, 181~185쪽; 김한식, 현대소설과 일상성, 월인, 2002).
16) 사설시조에서 은유적 방식으로 일상성의 담론을 구성하는 경우, 일상의 모습은 주로 시적
화자가 창출한 환상적 세게 속에 드러나며 시적 화자가 처해 있는 현실적 세계와는 확연이
분리되어 후자의 의미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상의 기호들은 주로 일상
답게 친숙하거나 익숙하게 다가온다기보다는 오히려 시적 화자가 창출한 환상성 속에서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다음과 같은 작품에서 이를 볼 수 있다(① 젼업슨 두리놋錚盤에
물 무든 筍을 득 담아 이고/黃鶴樓 姑蘇臺와 岳陽樓 滕王閣으로 발벗고 상금 올나가기
는 나남즉 남도 그는 아모조로나 려니와/날다려 님 외오 살나면 그는 그리 못리라
//<2578>).

 

 

2.2. 현실성 속 현실, 주변부 담론의 복원
한편, 사설시조는 환상성에 의한 반세계 창출 대신,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소외되었던 것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일상성의 한 양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기에는 형이상학 중심의 지배 담론을 해체하는 여성, 아이, 일상어, 욕 등의
모든 주변부에 속한 인물, 사물, 현상들이 텍스트의 중심으로 들어온다는 특
징이 있다.

 

 

28) 역사학자 뤼트케에 따르면 일상은 “반복(Wiederholung)”과 “전유(Aneigung)”의 형태로
나타나며 전자는 일상을 ‘역사적인 것’과 단절되는 개념으로서 이해하는 것인 반면, 후자는
역사적 리얼리티의 한 부분으로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며 후자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Kosík 역시 ‘반복의 일상’만을 다루는 일상사 쪽에서는 일상성을 마치 고향처럼 신뢰, 낯익
음, 친숙함으로 주어진 것, 역사는 이탈, 일상패턴의 파괴, 예외적인 것, 낯선 대상 등으로
이해함으로써 ‘역사’와 ‘일상’을 단절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일상성 연구 또한 평범한
삶에 대한 소박한 서술이나 단편적 기록, 또는 일상적인 사건들의 얽힘 등에 시선을 집중하
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고 비판한다. 한편 일상의 삶이 역사의 형성자이자 인식자로서 기능
되는 ‘전유’의 형식을 통해 일상을 이해할 때, 일상은 일차적으로 ‘역사’와의 균열이 부정되
며 해석학적 현상학이 역사의 리얼리티로서 가리켰던 ‘생활세계’와 동일한 개념
을 얻게 된
다고 본다(Lüdtke, "What is the history of Everyday Life and Who are Its Practitioners?",
A.Lüdtke hg, 2002, pp.19~23; Kosík, K., Die Dialektik des Konkreten-Eine Studie zur
Problematik des Menschen und der Welt, Frankfurt a/M, Suhrkamp, 1967, pp.74~75, 송
석랑, 「일상사의 방법론과 해석학적 현상학」, 철학과 현상학 연구 12, 한국현상학회, 2011,
12~14쪽에서 재인용).

 

이처럼 패러디 형태를 통해 드러나는 사설시
조 내 역사성은 서민들의 ‘일상’, 그것이 숨겨진 것이거나 문면에 직접 드러난
것이거나 간에, 중세의 중심부 담론, 권위 등을 해체하는 하나의 보조적 수단
으로 등장하고 있었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일상성을 구성하는 이러한 삶의 근원적인 문제가 고사 인용과 더불
어 심각하게 부각된 데에는 이행기라는 시대적 특수성이 한 몫 하고 있다. 어
느 것도 뚜렷하지 않은, 애매모호함, 불투명성, 중심 와해라는 삶의 환경은 어

떤 뚜렷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고달픈 인생살이의 반복성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적 삶에서 오는 허무함은 일종의 체념적인 태도로 나타
나기도 하는데, 대조적인 표현법에서 오는 희극성과 더불어 이러한 내적 상황
이 비극성을 창출하는 데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사설시조에는 이처럼 비극
과 희극이 함께 통합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는데 텍스트에 따라서는 모
순의 극적인 화해라는 유흥의 세계를 만들어 버리는 경우30)도 있다.

 

 

4. 일상성 담론의 근대적 함의-시적 화자의 시선과 희비극성

 

이 같은 사설시조의 희비극성은 환유로 인해 창출된 반세계에서는 더욱 심
각하게 드러난다(①②③). 반세계는 기존의 규범화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전도와 열림의 문학적 상상력이 빚어낸 뒤집혀진 세계로, 환상성-현실성, 일
상-비일상의 구분이 모호해진 파편화된 언어 기호들에 의해 창조
된다.

 

이는 곧 시적 화자의
현실 극복 의지로서 비단 반세계뿐만 아니라 은유에 입각한 일상성 담론, 해
학적인 표현의 사설시조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일단 농부의 생활을 구성하는 일상의 단면들과 그 단면들의 엮음이 객관적
으로 서술되거나(⑮) 잡담과 호기심으로 점철되어 있는 불륜 장면의 목격과
그에 따른 피목격자의 항변(⑯) 등은 평범해 보이는 현실의 생활상과 욕구들
이 텍스트의 내적 질서로 편입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적 화
자의 시선에 포착된 ‘일상’이 하나의 ‘풍경’으로서 또 ‘전달’의 방식으로 제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풍경’은 말 그대로 시각적 광경이면서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풍경’은 주체 밖에 존재하면서 “주체와 사물간의 대상화된 거
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반면에, 주체 안에서 고립된 이미지로서 만들어져
“집단공동체로부터 탈각된 고립된 개인을 양산”34)하기도 하는데, 모두 수용
자와 다양한 거리를 생산해 낸다.

 

34) 이승원, 「‘소리’의 메타포와 근대의 일상성」, 한국근대문학연구5, 한국근대문학회, 2004,
198쪽.

 

 

즉 전통적인 삶의
형태나 가치로부터 해방된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삶의 공간이자 자
유로운 문화의 다양성이 보장되기도 하면서 탈개인화, 집단성, 익명성, 잔인
성, 무관심, 불안, 분주함 등의 여러 일그러진 모습 또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누설’하는 의미의 집
합체”35)인 도시는 일종의 “집단의 기억과 흔적이 기록된 텍스트”36)이다.

 

35) 장희권, 「근대의 도시 공간과 사유방식」, 뷔히너와 현대문학32, 한국뷔히너학회, 2009,
206쪽.

 

 

이러한 문화와 언어의 연관성은 또한 장르적 성격에도 다소 영향을 주게 마
련이다. 서정적인 시 텍스트에서 묘사와 서술을 통한 전달 방식의 차용은 주
관성과 동일화 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서정 미학의 결을 흔들어 응축되어야
할 시적 긴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사설시조가 일상의 풍경을 제시하는 방식
(묘사와 서술)은 곧 서정성의 통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었음을 반증하
는 것이기도 하다. 주로 자아의 담론 형태를 강하게 띠는 서정적 텍스트에서

와는 달리, 서사성의 특성을 보이는 텍스트에서는 여러 주체의 발화가 작품에
삽입됨으로써 이에 따른 근대적 시선인 다중적 시각이 형성되기도 한다.

 

>>아 그렇군요

 

 

소외는 일상의 내부에 존재해야
할 인간적 유대가 소멸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소외된 인물은 고립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낼 뿐 사회체계에 맞서지 못”38)하게 된다. 곧 사물화 된 세계 속
에서 자신의 특수성에 맞는 주체로서의 위치를 상실한 시적화자는 세계가 행
하는 권력 혹은 거대 담론에 종속
되고 마는 것이다.

 

 

한편 사설시조는 역사성과의 관련 속에
서 일상성의 담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상성은 주로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
에서 의미 없는 배경으로 물러나 일상을 파괴한 역사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하는가 하면 역사성을 강하게 통어하면서 일상성의 보조
수단으로서 대중적, 유희적인 담론 형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설시조가 보여준 이러한 일상성의 담론은 시적 화자의 분열된 시선 및 거
리화 담론과 희비극적 미감 속에서 근대적 의미를 선명히 하기도 했다. 일상
성을 담아내는 모든 사설시조가 이 같은 특징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일상의 경험자이자 관찰자로서의 시적 화자는 일상성을 묘사와 서술 기법을
통해 차근차근 들려주는 말하기 형태 속에서 리얼리즘의 전형성을 확보하기
도 하고 서정성의 통어에서 벗어나 타자의 담론, 서사성의 영역 확보라는 측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유하는 모습, 소외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현실적 삶에서 오는 괴로움을 ‘놀이’와 ‘뒤틀림’으로
풀어내고자 한 민중들의 건전한 소망, 낙관주의적인 세계관을 희비극적인 미
감을 통해 제시하기도 했다. 사설시조가 보여준 이러한 희비극성의 미감은 일
상의 담론 속에서 드러나면서 역시나 중세의 균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근대를
향한 미세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수택, 일상생활의 패러다임, 민음사, 1998.

나병철,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서, 소명출판사, 1999.

신연우, 「일상성의 문학으로서의 시조」, 온지논총2, 온지학회, 1996.
알프 뤼트케 외, 이동기 외 옮김, 일상사란 무엇인가, 청년사, 2007.
앙리르페브르, 박정자 옮김, 현대세계의 일상성, 기파랑, 2005.
양태순, 「공시적 관점에서 본 고전시가와 일상성의 문제」, 한국시가연구29, 한국시가
학회, 2010.
______, 「통시적 관점에서 본 고전시가와 일상성의 문제」, 우리어문연구39집, 우리
어문학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