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일상성’의 개념과 시적 수용
1. ‘일상성’의 개념과 특징
1) 일상과 ‘일상성’의 개념
또 르페브르에 의하
면 일상은 추락의 방향도 아니고, 봉쇄나 장애물도 아니며, 다만 하나의 장
(場)인 동시에 하나의 단계이며 도약대이고 욕구, 노동, 생산 등 여러 순간
들로 이루어진 한 순간이고,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반드시 거기서부터
출발해야만 하는 변증법적 상호작용13)이라고 하였다. 즉, 일상은 인간이 살
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생활인 것이다. 이러한 일상은 오랫동안 너무 당연하
고 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문학적 대상에서 외면당하기 쉬웠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이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되고 산업사회를 거쳐 소비사
회에 이르게 되면서 삶의 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고 결국 진정한 삶
과 일상은 분리되어 전체성으로서의 일상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다시 말
해 산업과 자본주의는 새로운 ‘일상성’의 양식을 가져왔는데 그것은 삶의
빠르기, 박자, 조직을 규정하는 통일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었던 봉건사회에
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14) 전근대적인 노동과 일상은 자본이나 사회,
국가 제도에 의해 통제되기보다 자연에 속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의 변
화에 따라 일하고 쉬었다. 이렇게 전통사회 속에서의 일상은 인간의 총체적
인 삶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성’은 꼭 다루어야 할 문학적 관심
이 아니었다. 르페브르도 끊임없이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 그러나 거기서
벗어나게 될까 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이 복잡한 감정의 대상물은 과거의
농경사회에도 있었던 것인가! 아침에 일어나 밭에 나가 일하고 저녁이면 집
으로 돌아오는 일상적인 일,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반복적인 일
이 해마다 되풀이 되어도 거기에 현대인들이 느끼는 나른하고도 불안한
‘일상성’은 없었다.15)고 하였다. 즉, ‘일상성’은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특정한 일상의 성격인 것이다. 그 요인
은 공간적으로는 도시화, 시간적으로는 근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정치
적으로는 국가나 권력에 의한 강제를 들 수 있다.
도시화와 근대화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인간 삶의 환경을 변화시켰
다. 인간 중심적 사회가 되면서 인간과 자연은 분리되었으며 전체성이 와해
되면서 소외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통 농경사회와는 완전히 전도된 가치체계를 가진
자본주의는 점점 발전되었고 그 자가 증식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을 정
도로 심화되었다. 또한, 인간관계도 자본의 소통방식과 같이 교환을 매개로
이루어지게 되고 기호화를 통해 조작된 소비와 끝나지 않는 욕망 사이에서
현대인들은 실존적 한계 상황에 부딪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또는 지배 권력에 의해
집단적으로 조작되고 통제되는 특징을 지닌다. 현대인은 사회와 국가에 의
해 재단되고 배치된 일상에 잠시 세 들었다가 사라진다.16) 는 말에서 일상
은 바로 ‘일상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상성’은 사회적 의식의 산물
이다. 아울러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일상성’은 사회가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조직하는 방식, 개인에게 작용하는 사회적 요구들의
구체적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현대사회에서 ‘일상성’은 시대, 사회 등에 의해 규정되는 문화,
제도, 구조적인 제 활동, 이데올로기 등 총체성을 구성하는 것들 속에서 파
악될 수 있다.
결국 일상성 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 ’ 개별적 삶을 매일 매일의 테두리
속에서 조직하는 것으로 개인의 삶과 역사와 진행을 지배하는 시간의 조직
이며 리듬17)이라는 코지크의 정의는 ‘일상성’이 근대적인 도시화와 함께
맞물려 있는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에서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시간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성격이자 삶이라고 할 수 있다.
2) ‘일상성’의 특징
현대사회의 ‘일상성’ 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더욱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다.18)
첫째, 무엇보다도 ‘일상성’은 끊임없는 반복되고 따라서 단절 없이 지
속된다.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부터, 노동을 비롯한 사회
적 활동, 심지어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모든 시도조차도 결국은 반복을
계속하게 되고 단절시킬 수 없는 순환의 고리 속에서 이어지게 된다. 이것
은 더없이 비참하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모든 것들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상성’이 위대하고 풍요롭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르페브르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의 반복이 일상이다. 즉 노동 안에서나 노
동 밖에서의 행동들, 기계적인 운동들, 시간, 나날, 주, 달, 해 등 순환적
인 반복, 자연의 시간 혹은 합리성의 시간 등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빠져나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 일상은 지루하게, 때로는 모욕적으
로 반복되면서 동시에 축적의 성격이 없는 지속성을 가진다고 ‘일상성’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코지크는‘일상성’에는 두 종류의 반복 가능성과
대체 가능성이 작용한다고 하였는데 매일매일 일상적인 모든 나날들은 다른
대응하는 날로 대치될 수 있으며 주어진 일상의 어떠한 주체도 다른 주체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일상의 주체들은 상호 교환적인 것이
다.19)라고 하면서 일상성 은 역사를 ‘ ’ 압도해 버릴 만큼 영원히 지속된다
고 하였다. 즉, 현대사회에서의‘일상성’은 늘 반복되고 다른 것으로 대체
되기 때문에 막을 수도, 빠져 나올 수도 없는 지속적인 성격을 가진다.
둘째, 현대사회의 ‘일상성’은 권력 조직에 의한 통제와 억압, 강제성과
불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사회는 점차 진보되고 있으며 더
많은 자유와 여가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규제와 설득, 제도, 강제로 채워지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을 따르지 않
으면 사회 속에서 격리되어 오히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즉 사회는 이데올로기라는 설득과, 처벌․ 법률․ 경찰,
군대 등과 같은 강제의 이중 수단으로 유지되며 이러한 것들을 통한 압력은
모든 방향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일상성’
은 모든 개인의 행동·사고·취향, 심지어는 ‘일상성’을 깨뜨리기 위한
일탈까지도 제어하고 명령하는 ‘비인격적 힘의 전제와 익명성’20)으로 나
타난다고 코지크는 설명하는데 비인격적 힘이 권력조직의 강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은폐되어 인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스스로 ‘일상성’에 참여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익명성을 설
명할 수 있다.
셋째, ‘일상성’은 소외를 가져온다
>>여기서의 일상성은 부정적. 비판적 측면이 더 강한듯
김욱동,『대화적 상상력』(문학과 지성사, 1988)
나병철,『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소명출판, 2010)
나병철,『환상과 리얼리티』(문예출판사, 2010)
카렐 코지크 , 박정호 옮김,『구체성의 변증법』(거름,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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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성에 대한 새로운 시적 비전과 아이러니적 상상력」(역락, 2005)
조혜진,『일상성의 스밈과 미학』「축제의 시간과 물의 시간」
(돈암어문학회, 푸른사상, 2008)
오영섭,『현대시의 지형과 맥락』
「현대와 탈현대의 경계에서 : 1990년대 시의 지형도 」(작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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