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전자매체의 소통형태는 구술문화의 소통형태를 다시 수용하는 것
처럼 보인다. 다만 이러한 수용과 상호소통은 구술적 소통보다 풍부하고 구조적
으로도 다양하다. 옹은 이러한 전자매체 시대의 구술성을 “이차적 구술성”18 혹
은 “문자적 구술성”이라 부른다. 실제로 전자매체 시대에 시학과 리듬, 대중음악
에서의 어구반복 등은 구술적 교육방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반복어구와 유사하며,
이미지에 호소하는 기억술 역시 전자매체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은 문자적 특성과 개념적으로 혼합되면서 새로운 구조를
생산해낸다. 따라서 “이 구술성은 그 본질에 있어서는 한층 의도적이고 스스로를
의식하는 구술성이며, 쓰기와 인쇄의 사용에 끊임없이 기초를 두고 있는 구술성
이다. 쓰기와 인쇄는 이 구술성의 요구를 제조하고 기능을 발휘하는 데는 물론이
고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19
여기서 도출될 수 있는 은유의 가능성은, 은유의 내적 형성과정이 아니라 은
유외적인 참여자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으로부터, ‘인생은
게임’이라는 은유 속에 몰입하여 일탈된 새로운 자아를 체험하려는 태도는 그리
멀지 않다. 수많은 컴퓨터 게임은 이러한 상상력을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스스
로를 다른 존재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나 아닌
나를 창조하고 경험하기 위해 그곳에 몰입하며, 이곳에서 ‘나’는 일상의 나를 벗
어난 존재로서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받고 ‘게임의 법칙’을 새로이 습득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렇게 습득된 규칙은 역으로 현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월터 옹이 구술성과 전자매체의 만남(‘이차적 구술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처
럼, 에이젠쉬쩨인 역시 감각적이고 전논리적인 사고와 영화의 만남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문자문화 이전의 세계인식 태도는, 레비 스트로
스가 다룬 토테미즘의 은유적 세계인식으로 수렴시킬 수 있다. 그의 은유이해가
의미 있는 지점은, 단순한 이미지적 사고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문제가 되는 은유
를 토테미즘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은 무엇보다 자
연과 문화 사이의 대립을 초월하는 수단 혹은 희망”36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같
은 메커니즘을 적용하자면 가상현실에서 토테미즘적 사고라 함은 현실과 가상의
대립을 초월하는 수단 혹은 희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첨단 디지털 기
술과 토테미즘이라는 원시적 사고를 결합하는 것은 아주 생소한 조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자적/과학적 사고와 구술적/주술적/은유적 사고가 공존해
야 한다고 주장하는 레비 스트로스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주술적 사고는 하나의 발단이나 기초, 초안,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전체의 한 부
분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훌륭히 구축된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으
며 이러한 점에서 과학 체계와는 별개의 것이다. 이 양자를 한데 묶는 것은 형식
의 유사성이며 그것으로써 주술은 과학의 은유적 표현이 된다. 따라서 주술과 과
학을 대립시키지 말고, 양자를 지식 습득의 두 가지 병행하는 양식으로 받아들이
는 것이 나을 것이다.37
보론
>>우와 결론 전에 보론 있음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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