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와 생성으로서의 디지털 서사 : 공감각적 내재성 = Digital Narrative as Difference and Dynamism: Synesthetic Immanence
- 원철(Won, Chul) (人文硏究, Vol.69 No.-, [2013]) [KCI등재]
- 간략보기 원문보기 복사/대출신청 장바구니담기
웹 2.0에서 정보와 자료를 검색하는 동
시에 거기에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 “긴 꼬리(the long tail), 즉
웹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사이트들의 집단적 힘”을 구
성한다. 웹 2.0은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로, 머리가 아니라 꼬리를
향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탈중심화’를 지향한다.3) 이와 같은 환경
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블로그(blog), 유투브(YouTube), 위키피디어
(wikipedia) 등 이른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라고 불리는 스토리
창작과 공유 체계들을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포함시켜 논의할 필요
가 있다. 물론, 이런 매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의 미적
수준과 콘텐츠의 신뢰성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될 수 있지만,
이런 방식들은 미시 내용의 출판과 참여를 통한 집단적 구성을 가
능하게 만들어놓는다. 여기에서는 ‘긴 꼬리’, 즉 미시서사들의 집
단적 힘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중심으로 수렴된다기보다는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탈중심화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웹 2.0에 기반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완결되고
폐쇄된 체계가 아니라 개인들의 삶과 경험, 그리고 그 의미들이
창작되고 유포되고 공유되는 열린 네트워크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에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적 방식 또한 그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것은 선형적 서사방식에 대한 도전을
통해 기존의 저자, 텍스트, 독자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만들고, 텍
스트 구성에 참여하는 각 개인의 힘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디지
털 스토리텔링의 기본 이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
로, ‘디지털 자서전’(digital autobiography)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식
을 논의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것은 주로 개인의 일상생
활이나 주위에서 자료들을 가져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편집해
서 짧은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원래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이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미국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센터
(Center for Digital Storytelling)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그
제작과 교육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창작물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능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해줄 뿐 아니라 웹상에서의 출판으로까지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이 되살려 놓는 구술성은 정확히는 월터 옹(Walter
Ong)이 말하는 ‘이차적 구술성’(secondary orality)에 가까운 것이다.
옹은 구어성과 문자성(Orality and Literacy)에서 전화, 라디오, 텔
레비전, 다양한 종류의 음성 녹음 장치 등을 예로 들면서 이런 전
자 매체들의 소통방식은 사람들의 참여, 집단의식, 그리고 현재를
중요시하는 등 예전의 구술성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은 제작, 작동, 그리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쓰
기와 인쇄에 의존해야한다(136). 이차적 구술성이란 이미 문자성이
내면화된 의식에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 구술성이다. 인터넷상에
서의 정보전달 중 많은 부분이 여전히 문자에 의존하고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인류가 이미 경험한 문자성과 그에 기초한 서사방식
은 이미 삶과 세계를 조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서 우리
의 의식에 깊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매체의 구술성
또한 크게는 이차적 구술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스토리텔링 매체들은 옹이 예로 들고 있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개인의 표현, 참여, 소통, 연결의 가능성을 확대시킨다.
구술성이 강화된다고 해서 문자가 중요성을 잃는다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가 출현하면서 구술적 서사와과 문
자적 서사의 역학관계가 변화해가고 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서사에서의 중심적 권력의 점진적인 해체와 분산이 놓여있다.
블로그를 비롯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부단히 증식하면서 자족
적이고 폐쇄적이고 완결된 서사 단위를 연결의 이상으로 대체한
다. 그것은 문자적 서사가 만들어낸 고독한 저자의 작품을 개별적
으로 묵독(silent reading)하는 독자들을 집단적 ‘청중’으로 서로 연
결시키고 있다. 블로그에 일단 콘텐츠가 게시되면 게시자는 더 이
상 재료, 영감, 윤곽을 의식적으로 통제하고 배열해서 처음, 중간,
끝을 가진 자족적이고 폐쇄적인 단위로서의 스토리를 유지해나가
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게시자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목소리들과 요소들을 선
형적, 인과적 플롯을 따라 말끔하게 통합하기는 어려워진다. 디지
털 스토리텔링은 그 외부 개인들을 단순히 재현하는 수단이라기보
다는 오히려 그 글쓰기를 통해 세계의 의미가 생산되고 변화되도
록 허용되는 공간이다. 디지털 공동체에서는 서사행위에 의해 자
신들과 세계에 능동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힘이 창작자뿐
만 아니라 청중들에게도 부여되어 있다.
3. 디지털 자서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그 도구들이 널리 보급되면서 멀티미디
어를 다루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서 강
력한 개인적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실천과 실험들이 행해
지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센터에 따르면 자서전적 디지털 스토리텔링
의 기본 특성은 1)개인의 삶을 사진을 포함한 이미지, 동영상, 사운
드, 창작자의 목소리 등을 통합해서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 2)
정서적(emotional) 표현, 3)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 4)웹을 통
해 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민주화된 매체와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배열하고 조직하는 창
작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미디어, 기술, 기억, 그리고 심지어 자신
들에 대한 그들의 관계가 생생해지고 낯설어지며 새로워진다는 느
낌을 받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전문가나 예
술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완결된 형태를 갖
춘 스토리가 창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이
와 같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스토리들을 만들고 출판하는 것은 초
월적 저자 혹은 생산자들에 의해 개인들의 개별성과 특수성이 무
시된 채 생산되고 소비되는 억압적 서사들에 맞서 자신의 삶을 설
명하고, 그 설명을 자신의 위치에서 참된 것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그것은 자신을 보편적인 기준과 의미에 따라 조직하고 제시하는
위압적인 설명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새로운 해석과 가치들을 만들
어내는 것을 지향한다.
>>와 진짜 글을 왜케 잘씀???? ㄷㄷㄷㄷ
조지 랜도
우(George Landow)가 하이퍼텍스트를 읽어나가는 사람을 ‘저자적
독자’(reader-author)(Landow 221)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일 것이다. 저자, 선형성, 폐쇄성을 대체하는 독자, 다선형성, 연
결 등의 원리들은 서사를 일상적인 수준에서 우리의 경험들을
통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강력하고도 유용한 수단으로 위치시
킨다.
말을 페이지 위에 균질화된 음성기호들로
바꾼 인쇄술에 의해 양산된 개별화되고 표준화된 근대적 주체들
(Eisenstein 56)은 자본주의의 자유로운 소비주체로 편입됨으로써
그 체제를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매
체가 표면상 가능하게 해주는 상호작용적 스토리텔링 방식과 표현
기회의 확대는 개인을 디지털 주체(digital subject)로 구성하고 통제
할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구술성과 문자성을 통합시키면서 강화된 구술성
에 기초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서사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성
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from논to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랭스의 서사이론과 문학치료학의 서사이론 / 정운채 (0.5) (0) | 2014.06.23 |
---|---|
은유와 가상현실 / 정현규 (40/100) (0) | 2014.06.20 |
성고정관념 내용에 대한 논쟁 : 역할맥락화 관점을 중심으로 / 이해경 (0.5) (0) | 2014.06.16 |
노동권과 부모권 양립을 위한 탈가족화 논의 / 윤성호 (1) (0) | 2014.06.16 |
가족과 이데올로기 :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가족 / 조형 (0.5) (0) | 2014.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