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이 논문은 한말 이후 조선에 유입된 근대적 인쇄 매체(신문, 잡
지)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표현의 주체로 등장하고, 인간으로서의
동등성을 주장하는 보편주의적 ‘정체성 정치’의 일원으로 참여하
는 지점에 대해 고찰한다. 일차적으로 대한제국기 신문매체를 통
해 근대국민국가 담론이 보편적 정치 주체로서 여성을 소환하는
과정과 다양한 층위의 여성들이 이에 부응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또한, 1920년대 신교육을 받은 엘리트 계층의 여성들과 계몽주의
지식인 남성들이 주도한 여성운동의 자장 속에서, 기생이나 여급
과 같은 도시 유흥공간의 여성들이 長恨, 女聲과 같은 잡지
발간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고자 한 ‘정
체성 정치’의 실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고는 근대국민국가 담론
이 제시한 정치적 이상으로서의 동일성의 ‘정체성 정치’가 젠더와
결합하는 양상과 근대 보편주의 담론이 배제시켰던 ‘차이’를 분출
시키는 여성들 내부의 하위주체를 가시화함으로써 근대 초기 매
체 상에서 이루어진 한국 젠더 정치의 다면적 풍경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주제어 : 근대 매체, 보편주의, 젠더, 정체성 정치, 長恨, 女聲,
하위주체
그런데, 이러한 근대적 공론장(public sphere)4)으로서의 신문 매체에
일군의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시 제국신문 을 중심
으로 신문에 투고한 여성 독자군은 전근대 ‘규방’의 경계를 넘어 근
대의 ‘공론장’으로 나온 조선 여성들의 극적인 체험을 제기한다. 또한, 한말과 근대 초기, 여성이 신문 매체와 소통하는 ‘공중’(a
reading and writing public)으로 자리하는 지점은 근대 매체공간이 열
어놓았던 새로운 정체성 기획의 과정과 맞물린다.5)
‘정체성 정치’가 대중화되고 주변부 여성 집단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식민지 시기, 근대적 인쇄 매체와 젠더가 조우하는 지점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본고는 당대 사회가 체험한 근대의 상이한 지층들을 탐색하고자 하
며, 나아가 매체와 시선의 창출 문제를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데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당대 지배적인 젠더 담론이 염두
에 두지 않았던 주변부의 여성 집단이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사회
적 타자성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정체성 정치’를 추구한 사례들이
발견된다.
카페여급은 태생적으로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구호 속에 성행했던 일본의 다이쇼 시기 카페 문화에서 기원하는 식민지의 혼성적 존재들이다.45)
하지만, 기생과 여급은 총독부의 지속적 관리와 취체를 받는 풍속
통제의 대상들이었으며,58) 당대 민족, 젠더, 계급 담론이 추구한 이
념 속의 이상적 주체로부터 이탈하고 근대 일부일처 가족 규범 밖
에 있는 위반적 존재들이었다.
한말 신문 매체에서 여성들을 국민의 일원으로 위치시켰던 ‘동일
성에 기반 한 인간 해방의 서사’는 1920-30년대 長恨과 女聲에
까지 이어지지만, 이 시기에 오면서 담론적 이상과 현실 즉 계급적,
젠더적, 인종적 비대칭성 사이의 괴리와 젠더 내부의 균열은 첨예하
게 가시화된다. 도시 유흥 공간에서 ‘정체성 정치’의 주체로 부상한
이들은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에 부상한 ‘공중’(the public)의 이질
적 존재양식을 제기할 뿐 아니라, 식민지 조선에 확산된 근대국민
(민족)국가 담론의 이상이 야기한 ‘의도하지 않은 효과’로서의 복수
(複數)의 여성주체들이다. 또한 長恨과 女聲잡지는 표면적으로
동일성에 기반 한 보편주의적 권리를 부르짖지만 실질적으로 근대
보편주의 담론이 배제시켰던 ‘차이’를 분출시키는 틈새를 보여주며,
동일성의 ‘정체성 정치’ 안에 포섭되지 않았던 도시 거리의 ‘또 다
른’ 행위자들, 근대 매체를 통해 양산된 젠더 내부의 하위주체들의
흔적들을 제시하는 역사적 지표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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