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만화의 상상력 연구 = A Study on the Imagination of the Fantasy Comics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Jim Dator)는 지식정보화사회 이후를 꿈과 이미
지에 의하여 움직이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 꿈의 사회)’1)로
진단한다2). 드림 소사이어티는 기술력에 인간성이 융합되는 사회이다.
이 사회의 주요 관심은 아이디어와 가치관, 그리고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콘텐츠(contents)이다. 이같이 인간성을 중심으로 한 드림 소사이
어티는 결국 인간성을 이루는 사회적 DNA인 ’문화‘와 관련이 있다. 따
라서 이제부터는 과거의 어떤 때보다도 문화를 창조하는 힘인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간척사업과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모
두 세계적인 규모의 바다 매립 공사로 공사 규모나 투입된 노동력, 자본
과 기술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새만금 사업과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위
락시설과 주거시설이 들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팜 아일랜드의 위
상은 다르다. 두 거대 프로젝트의 차이를 만든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3).
이처럼 문화를 창조하는 상상력이 부각되는 이때에, 문화 부분에서 최
근 발견할 수 있는 특징적인 변화 중 하나는 판타지(fantasy)에 대한 열
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판타지를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소설, 게임
등이 새로운 기술력 위에 생성된 문화적 흐름이 역으로 리얼리즘에 편향
되어 있던 소설계나 영화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판타지가 가진 환상성이 이전에도 대중의 인기를 끌긴 했지만, 하
위문화에 머무를 뿐이었고 주류문화의 흐름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4)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와 같은 판타지에 대한 열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
라,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허황된 공상의 소산으로 천대받던 판타
지 장르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영화로 처음 등장한
2001년 이후 <나니아 연대기>, <스파이더맨>, <킹콩>, <캐리비안의 해
적>, <판의 미로>등 영화계에서 쉬지 않는 광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제
7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이 리얼리즘을 주
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던 아카데미사상 최초로 판타지로서 작품상을 받았
다.
우리 세대에 판타지가 이처럼 인정받게 된 까닭은 이전과 달리 판타지
가 현실 도피성 오락거리로 인식되기보다 가치관과 세계관을 새롭게 바
라보고 재구성하는 어떤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의 변화는 지금의 우리가 절대적인 가치가 상실된 상대성
의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세대
는 절대적 가치가 상실된 형이상학의 공백을 판타지가 가진 세계관을 형
성하는 상상력에서 찾아서 메우려한다. 예술이나 과학 등의 순수 분야를
넘어서 기업에서도 기술력 이상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창출하는 상상력을
추구하는 이 때에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며 감동적인 이야기와 현실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판타지가 부상하는 것은 기술력의 발달과
정신적인 공백의 간극에서 필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론 재밌다!!!
만화와 상상력 그리고 판타지의 관계에 대한 연구와 관련하여 살펴보
아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어떤 상상력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판타지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보다 원론적인 문제이다.
문학 비평가인 캐서린 흄(Katharyn Hume)은 판타지를 ‘일반적으로 사실 또는 정상이라고 수
용되는 것의 범위로부터의 고의적 이탈’로 정의한다7). ‘고의적 이탈’을
생각해 볼 때 예술 양식으로서 판타지를 선택하는 경우는 이를 통하여
작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국면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선택은 작가의 욕구, 혹은 충동 때문일 수도 있다8). 그러나 예
술은 자기만족을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과 소통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예술 양식 안에는 작가의 세계관과 메시지가 포
함된다. 예술양식으로서 판타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판타지 양식이 가진
특이성을 통하여 작가의 세계관과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판타지 양식이 보이는 세 가지의 특이성을 유발한다. 이것이
무엇인지 가장 근원적인 판타지인 신화가 극이라는 예술양식으로 상연되
었을 때의 예를 통하여 살펴본다.
탈아脫兒를 통하여 신적인 영감에 사로잡힘으로써 시인은 사회의
기능적 위계질서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그의 일상적 자아에서 벗어
나 제우스, 아폴론 등의 신들이나 혹은 아킬레우스, 오디세이, 아가
멤논, 헥토르 등 위대한 영웅들의 위치에서 발언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서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개인과 공동체의 운명을 통
찰하는 신들의 지혜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시인의 정신적 체험은
청중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어 신-시인-청중의 연결고리가 이루어
진다. 청중들은 시인이 보여주는 인간과 국가의 유한성 앞에서 비
탄과 전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촉발된 강렬한 파토
스에 힘입어 근심에 의해 지배되는 일상의 논리에서 벗어나 인간과
국가의 운명을 영원한 신들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희열, 즉 카타르
시스를 느끼게 된다.9)
판타지 양식이 가지는 특이성의 첫째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구체적으
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확장’이다. 그리스 비극이 불
러일으키는 강렬한 파토스는 이야기 자체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
우들로 형상화된 비현실의 생생한 이미지의 영향력이 크다. 관객들은 배
우들이라는 형상화를 통하여 일상적 자아에서 벗어나 신과 영웅의 입장
이 되는 감각적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판타지 양식이 불러일으
키는 비일상적 체험이라는 감각적인 확장은 수용자를 작품 속으로 흡입
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각적 확장을 일으키는 형상화는 매체와 기술력에 따라 막연한 것에
서 시각적 ․ 청각적 ․ 후각적 이미지로 점차 확장을 일으키며 보다 명료
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발전할 수 있다.
현실의 한계성을 벗어나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판타지도
‘내적 일관성’이라는 내재적 리얼리티를 가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판타지의 세계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세계이기는 하지만,
서사에 의존하는 이상 인과성의 법칙 자체를 초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욕망을 형상화하는 것, 혹은 스토리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
은 일회적인 도전이 아니며 판타지가 전개되는 동안 지속적이고 역동적
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판타지는 세계관
의 재구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므로 현실의 세계와의 거리를 통하여 현실
을 다른 차원에서 조망하는 초월적인 인식을 이끌어 들이게 된다. 이런
판타지의 거리감이 가진 초월적 인식이라는 특이성을 톨킨(J. R. R.
Tolkien)은 그의 에세이 <On Fairy Tales>에서 오래된 과거의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와 시간의 위대한 심연’(distance and a great abyss
of time)으로 표현했다15). 그는 판타지의 효용을 왜곡되고 병든 현실에
서 탈출하여 새로운 세계를 경험함으로 건강한 시선의 회복을 이루고 다
시 현실로 귀환하는 것에서 찾았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현실을 보
다 폭넓은 시선에서 조망하게 하는 초월적 인식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문학 비평가로 판타지의 정의를 보다 정밀하게 정하
고자 했던 최초의 학자인 토도로프(T. Todorov)는 판타지의 환상성을
기괴16)와 경이17)라는 양 극단을 부정하고 그 사이에서 찾으려했다.
16) 기괴(étrange, the uncanny)는 일어난 사건들을 이성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
만 어쩐지 믿기 어렵고, 이상하고, 징그럽고, 기괴하며 불안을 일으켜 작중 인물이나
독자들에게 환상적 텍스트에서와 유사한 반응을 일으키는 서사를 말한다.
17) 경이(merveilleux, the marvelous)는 초자연적인 것이 당연한 서사로 동화, 로망스,
SF 등 이야기의 내용이 현실이 아닌 2차 세계에서 펼쳐지는 것이 당연한 서사를 말
한다.
근대 이후 현재의 포스트모던에 이르면서는 기존의 경이 양식과 새롭
게 등장한 기괴 양식 간에도 많은 이종교배가 나타난다. 이는 다원성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던에서는 다양한 세계관이 형성되고 공존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데 어쨌든 환상을 드러내는 범주가 기괴와 경이 사이에서
변주된다는 면에서 이 두 방향의 세계관을 판타지를 연구하기 위한 기준
으로 삼는 것은 의미가 있다.
22) 톨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하나님의 창조와 사람의 창조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창조적 행위를 ‘하위창조(Sub-creation)'로 불렀다.
문학비평가인 디터 페쫄드(Dieter Perzold)는 이렇게 형성된
판타지의 2차 세계가 현실과 관계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하여 탐구했
다. 그는 판타지가 표현하는 세계가 일반적 현실과 관계하는 방식을 전
복(Subversive), 대안(Alternative), 원망(Desiderative), 적용
(Applicative) 등 네 개의 범주로 분류했다25).
전복(Subversive)은 판타지가 전복의 방식으로 현실에 관계하는 경우
인데, 기괴 양식의 계열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전복의 방식을 통하여서
는 타자26)가 실재적인 존재로 형상화되고 묵인되어왔던 상처가 노출된
다. 이는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안일
한 세계관을 충격적으로 흔들어 깨우는 것을 위한 방식이다.
대안(Alternative)은 2차 세계를 현존하는 현실을 대신할 수 있는 대
안적 세계로 탐구하여 그린다. 여기서는 기술적 진보, 인간 본성 등에
관련된 특정 전제들로부터 잠재적인 실행 가능성이 있는 세계를 연역하
여 그린다. 결과적으로 그 세계는 유토피아로 혹은 디스토피아로 그려진
다.
원망(Desiderative)은 인간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환기시키고 그 욕망
을 대리로 충족시키기 위한 세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판타지에서 구현되
는 욕망은 1차적 차원을 넘어 영원한 젊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순수
로의 복귀 소망 등과 같은 더 심오하고 근본적인 인간 욕망일 수 있다.
적용(Applicative)은 일상적 삶의 문제들을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
선과 악의 본성, 도덕성의 원칙, 영웅적 행위의 가능성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들로 변형하거나 환원하는 방식이다. 적용의 양상이 강해지면 알레
고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과장된 초상화로서의 캐리커처는 이후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첫째는, 실제 사람의 속성과 결점을 확대하고 왜곡시켜 신랄한 풍자를
이루는 것이었다. 둘째는,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그림이 실제 사람을 떠
나 독자적인 캐릭터가 되는 것이었다. 이 중에 먼저 대중적인 관심을 받
게 된 것은 첫 번째의 형태이다.
캐리커처의 풍자적 메시지가 가장 강력하게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
던 때는 18세기의 영국과 19세기의 프랑스였다.
<<논문이 괜찮은 느낌이다
<<30쪽 쯤까지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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