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5
문제는 (연기나 피부 반점, 또는 여인의 외모와 같은) 지표의 성질보다는 여행 가방의 경우에서처럼, 내 친구와 그 아내 사이의 <규약적 관계>와의 밀접한 관련에 있다. 달리 말하자면 기호의 지위는 코드의 존재에 근거한다는 말이다.
p.59
기능과 의미는 뒤섞이며 이러한 의미화는 필연적이다. 사회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모든 용도는 그 용도의 기호로 바뀐다.
p.87
따라서 방향 기호들은 모리스가 말하는 이른바 <지시를 동일시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는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바로 이러한 범주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이런 기호들은 지시자가 <단순히 머리를 어떤 방향으로 돌려 누군가의 관심을 특정한 것에 집중시키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다소 약할지라도 본래의 기호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실에 근거한다(1946, 110면). 즉 하나의 기호가 일종의 <예비 자극>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관점에서 고개를 돌리는 행위는 순수한 행동인 반면에 뭉너가를 지시하는 것은 이미 메타언어적 기교에 해당한다.
연기나 발자국과 같은 징후들은 각각 불과 사람 발의 가치를 갖기보다는 각기 <불>과 <발>이라는 엄연한 시니피에를 갖는데 이런 점에서 퍼스가 흔적도 자의적 기호라는 주장을 펼친다. 왜냐하면 흔적은 <인간>에게만 가치가 있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퍼스는 일반 상식에서 도상으로 분류되는 사진들도 지시 기호로 취급한다. 그에 따르면 그림과 마찬가지로 한 장의 사진은 피사체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p.88
잠재적인 흔적을 구성하여 결국에는 탁자에 새겨진 술잔 자국처럼 과거에 <존재한> 술잔을 표시하는 기능을 갖는다[영화 영상의 지시적 가치에 대해서는 베테티니Bettetini(1971)를 참고할 수 있다.]
지시 기호에 관한 지적 사항들은 지금 여기서 다루고 있는 기호들의 공통된 문제, 다시 말해 각각의 기호는 경우에 따라 지시 기호가 되거나 도상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그리고 그것이 부여받는 의미에 따라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디 된다. 즉 나는 파리 코뮌의 사형수들을 찍은 옛날 사진을 <혁명의 희생>을 의미하는 자의적이고 규약적인 상징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또는 역사적 사건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이른바 <흔적>의 의미를 갖는 지시 기호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사진의 증거적 가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사진은 매우 다양한 기술을 통해 조작될 수 있는데, 이 점만 보더라도 지시 기호와 그 대상의 관계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8.3 <도상>의 정의는 한결 모호하다. 우선 도상은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의 모든 특성을 갖는 건 아닌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도상과 대상은 혼동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지도의 도식적 특징에서 데스마스크의 거의 완벽한 모방에 이르는 이른바 도상성의 비율을 설정하는 데 있다(몰, 1972). 도상 기호의 범주에 대해 퍼스는, 대상의 몇 가지 특징만을 나타내는 <그림>과 대상의 몇 가지 부분들의 관계를 재현하는
p.89
<도해>, 그리고 좀 더 일반적인 상관관계만을 지각할 수 있는 <은유>들을 구분했다. 그러나 소위 그림이라는 것에서 이미 우리는 쿠푸의 피라미드를 몇 개의 선만으로만 재현한 약한 도상성과 극사실주의 화가들의 <사실주의적> 복제를 구분할 수 있다. 은유들의 평행 관꼐에 있어서 펠리컨이 예수 그리스도의 도상으로 변하는 신비적 상징에서는 그 도상성이 매우 모호해져 버린다. 왜냐하면 이 새는 자신의 살을 떼어 새끼들에게 먹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찬식의 그리스도에 대한 특정한 정의와 펠리컨의 전설적 정의 사이에는 이미 설정된 유사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만족할 만한 도상의 정의는 그것을 기호로 간주하지 않는 정의이다. 즉 모리스에게 완벽한 도상성은 기호와 외시가 동일할 때만 가능하다(예를 들어 나 자신은 내 사진이 나타내는 특징보다 훨씬 더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사실 이런 견해는 보기보다 덜 역설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미 작용으로 지시하는 모든 대상들은 다시 기호로 변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지시 대상의 기호화 작용에 도달하게 된다.
p.94
퍼스에게 도식은 하나의 도상일 수 있지만 이런 도식도 다분히 상징적, 제시적 특징을 갖는다.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는 일반 노선과 연결 노선들의 배치를 모방하는 도상적 기교이지만 이와 동시에 그것은 모든 지하철 역의 통로를 단순한 원형으로 재현하듯이, 실질적인 노선을 직선으로 변형시키는 상징적 규약의 결과이기도 하다.
p.104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토대를 모르면 일반 명사가 <지표>인 동시에 <상징>일 수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런 문제의 일부분은 5.3.4에서 밝히겠지만 여기서는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기로 한다.
p.112
랑그의 경우 그것의 코드는 사회적 결정 작용 덕분에 생겨난다. 즉 코드는 언어 사용이 만들어 낸 평균치라는 말이다. 코드가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화자들은 동일한 개념을 가리키기 위해 동일한 기호들을 사용해야 하고 이런 기호들을 동일한 규칙에 따라 조합해야 한다. 몇몇 코드들은 특정 집단에게 강요될 수 있으며, 그 집단은 코드의 그런 속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사용한다(예를 들어 모스 부호가 그렇다). 언어와 같은 또 다른 코드들은 강제적인 성질을 가지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사용된다. 즉 화자들은 의무적인 관계 체계에 복종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것을 사용한다.
지난 몇 년 간 언어학은 언어 코드를 <닫힌 체계>로 기술해야 하는지, 아니면 <열린 체계>로 기술해야 하는지에 대해 길
p.113
고 긴 논쟁을 펼쳐 왔다. 달리 말하자면 언어 사용자들은 과연 그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이미 결정된 관계 체게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가장 다양한 관계까지 복잡해질 수도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조합 원리에 따라 언어 연속체(<실행>, 메시지)를 생성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밝히려 했다. 이런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 촘스키의 변형 생성 문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과 코드의 지위는ㅡ그리고 언어는 이런 코드 중 하나인데ㅡ 심층 구조가 생성해 내는 표면 구조에만 국한되다(심층 구조는 다른 구조들과는 달리 대립 관계로 분절되지 않을 수도 있다).
3.2. 계열과 연사 : 분절 체계
코드의 개념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은 특정한 기호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그가 특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이 조합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p.167
해석소란 (그 의미 표현의 실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적합한 상황에서 최초의 기호를 해석하는 또 다른 기호나 기호의 복합체이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해석소는 다음과 같은 기호들이다. 동일한 기호 체계의 또 다른 기호(동의어), 동일한 표현의 실체를 사용하지만 다른 의미 체계를 갖는 기호(예를 들어 의미 형태의 차원을 달리하는 외국어 단어), 전혀 다른 실체를 사용하는 기호 체계의 기호(그림, 색깔), 기호로 사용하는 사물, 기호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에 통상적으로 부여하는 특
p.168
성의 내연적 정의(예를 들어 이런 기호의 형태 의미소를 구성하는 다소 완전한 내연적인 정의), 특정한 문맥에서 대상 기호를 대체할 수 있는 의미성분들의 일부분(/인간은 동물을 먹는다/에서 /동물/이라는 기호는 그 성분의 일부분으로 대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이라는 형태 의미소의 또 다른 의미를 배제하고 <동물의 고기>를 생각할 수 있다), 대상 기호를 즉각 상기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적합한 대체 기호로 바뀌는 지능 또는 감정의 내포적 의미(/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에서 /가슴/은 /마음/으로 해서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은 의미 형태소 <가슴>의 주변적인 성분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해석소는 단순히 다른 기호를 표현하는 기호가 아니다(물론 대다수의 경우에는 다른 기호를 표현한다). 해석소는 항상, 그리고 모든 경우에서 기호의 <확장>이며 본래의 기호가 추론하게 만드는 <인지적 가중>이다. 해석소의 이런 속성은 정의와 추론을 비롯하여, 한 형태 의미소의 모든 잠재적인 의미의 성분 분석과 문맥 및 상황 선택에 따르는 그것의 특성화, 한마디로 기호의 모든 사용 범위를 반영할 때 더욱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해석소 이론은 퍼스가 말한 대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지식의 역학 자체를 기호의 생명으로 간주한다.
>>오오 해석소 정의... 어느 책에선가 해석소랑 해석체를 비교해 놓던데 이런 차이인듯?
>>마지막에 넘 멋지다 지식의 역학~ 기호의 생명~
p.169
3.11 문화적 단위들
한 기호의 모든 해석소는 문화적 단위 내지는 의미 단위이다. 주어진 문화 속에서 이런 단위들은 하나의 대립 체계를 구성한다. 이런 관계 작용을 <총체적인 의미 체계>라고 부를 수 있다. 흔히 학자들은 이런 단위들이 의미 영역을 조직하며 대립의 축으로 분포된다고 한다.
3.11.1
하나믜 문화 단위는 코드에 근거하여 특정한 기호 내지는 그것의 포괄적 정의를 구성하는 또 다른 문화 단위(또는 일련의 문화 단위)로 표현될 수 있다. 어쨌든 문화 단위 자체는 기호이다. 왜냐하면 이런 기호는 특정한 언어에서 그것의 시니피앙을 가리킬 수 있기 때문이다.
p.201
5 기호의 철학적 문제들
5.1 상징적 동물로서의 인간
흔히 말하듯이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 이것은 인간의 언어 활동에만 국한되기보다는 인간의 문화 전체를 고려한 격언이다. 즉 인간의 삶 터, 제도, 사회관계, 의상들은 <상징의 형태>들이며(카시러Cassirer, 1923, 랭어Langer, 1953) 인간은 이런 형태를 자신의 경험을 채움으로써 전달 가능하게 만든다. 사회가 있어야만 인류가 있다. 그러나 사회는 기호의 교류가 있어야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덧붙여야 한다. 기호들 덕분에 인간은, 지각과 있는 그대로의 경험에서 해방되고 <현실의 현장>을 초월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의 개념이나 관념에 일치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우리의 정신 속에, 또는 초현세적인 세계 내지는 사물 안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논쟁을 펼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호가 있다는 사실이고, 비록 모든 말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기호
p.202
는 적어도 우리가 편의상 말의 개념이라고 간주하는 그 무언가와 대등하다는 점이다.
>>멋져
<<에코 전집은 표지가 넘 예뻐서 아예 다 사고 싶음ㅋㅋ 근데 다 사려면 비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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