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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의 역사 기억과 망각을 위한 제의 / 한순미

snachild 2013. 10. 28. 10:55

 

 

주변부의 역사 기억과 망각을 위한 제의 

한순미식별된 저자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한국민족문화 38, 2010.11, 161-191 (31 pages)
 

 

1. 서사의 출발점: 주변부의 역사적 트라우마
2. 지속되는 폭력의 징후: 회귀하는 유령, 말하는 몸
3. 망각의 드러남: 빨갱이와 문둥이라는 “낙인”, 그리고 ‘나’
4. 구원의 글쓰기: 끝나지 않을 제의
5. 임철우 소설의 역설: 기억하면서 망각한다는 것

 

 

 

<<임철우 작가론인듯

 

특히 아이, 여성, 노인 등 주변부적 존재들의 역사적 경험을 섬세하게 다루어 공식
역사에 포함되지 못한 주변부의 망각된 흔적들을 드러낸다.

 

 

2장에서 읽어본 바와 같이 임철우의 소설은 노인, 아이, 여인 등 주변부
적 존재
들이 감지하는 정체불명의 것들과 그들의 ‘몸’에 나타난 병적 징후
를 통해서 역사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유령들의 회귀가 계
속되는 한, 현재는 고통이 지속되는 과거이며 도래할 미래 역시 역사적 고
통이 반복되는 과거의 연장일 뿐이다. 이 글의 3장에서는 ‘저주의 낙인’이
찍힌 ‘나’의 정체성을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동백꽃’ 에피소드
를 통해 읽어 보았다. 이 에피소드는 ‘빨갱이’가 ‘문둥이’로 변형된 흔적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역사문화적 맥락에 의해 독해함으로써 주변부
적 타자
들이 이데올로기적 희생양으로 낙인찍힌 과정을 함께 엿볼 수 있었
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 여성, 노인과 같
은 주변부적 인물들이 갖는 서사적 위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4) 고향
섬 사람들, 특히 아이, 여성, 노인 등 주변부적 존재들은 공식 역사의 기억
에 포함되지 못한 주변부의 망각된 역사적 흔적들을 드러내는 데에 주요한
구실을 한다. 주변부적 타자들이 겪은 역사적 고통은 인식의 층위가 아닌
감각적 경험으로, 문자화할 수 없는 이미지로, 의식화될 수 없는 몸의 언어
로 표현된다. 이들이 호소하는 증오, 분노, 저주, 원한, 서러움, 슬픔 등의
감정은 색채, 소리, 냄새 등 감각적 이미지로 표출된다. 임철우 소설 속의
주변부적 존재들이 보여주는 ‘침묵’은 오히려 역사적 기록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와 강도를 다른 방식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5) 주변

부적 타자들의 고통 받는 ‘몸’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는 것을 말해주는 징후이다. 이에 관해선 이 글의 2장에서 더 자세하게 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철우가 변별되는 듯

 

 

이 글은 임철우 소설의
궁극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서사적 징후를 통해 읽는 계기를 마련하
여 앞으로 미체험 세대로서 역사적 기억을 다룬 다른 작가들과의 비교 연
구를 위한 선행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방공간을 전후한 시기에 일어난 나환자 집단학살 사건은 문둥이와 빨
갱이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얼마나 근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여천 애양원 나환자 수용소에서는 부패한 권력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
거한 나환자들이 지리산 유격대와 연결된 ‘빨갱이’라는 혐의를 받고 추방,
학살된 사건25)이나 함안의 인근마을 유지들이 한센인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전쟁상황에서 한센인들을 통비분자라는 혐의를 씌워 학살한 함안 물문리
28인 학살사건(1950.7)은 한센인에 대한 혐오와 국가폭력이 결합된 전형적
인 학살 사건이다. 해방 이후부터 1957년까지 일어난 한센인 집단학살의
성격이나 유형은 “경찰과 군에 의한 학살, 지방 좌익에 의한 학살, 주민과
한센인간의 충돌에 의한 희생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그
성격은 “한센인을 사회적 타자로 보는 정상인들의 편견을 기초로 하면서
좌우이념의 투쟁을 이용한 학살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26)

 

>>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이는 또 ‘나’의 저주스런 정체성을 “빨갱
이”와 “문둥이”라는 낙인이 찍힌 주변부적 존재들의 이야기 형태로 바꾸어
서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학살의 기억을 견디기 위한 이야기의 변형은 양방
향에서 동시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에 등장한 ‘동백꽃’ 에피소
드는 저주의 낙인이 찍힌 정체성의 기억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지배권력
담론이 소외시킨 변두리의 기억, 기록되지 못한 우연적 사건, 역사적 기록
에서 추방된 사소한 것들을 복원하는 일종의 ‘대항기억’29)의 서사로서의 역
할도 감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푸코가 말하는 ‘대항기억Gegen-Gedachtnis’이란, 기원이라 불리는 거대한 사회적 연속
성의 기억에 맞서 오히려 우연적 요인들로 간주된 미세한 일탈들이 만들어내는 불연속
적․단층적 출발점들에 대한 기억이다. 김영목, 「기억과 망각 사이의 역사 드라마와 과
거 구성」, 최문규 외 공저, ?기억과 망각: 문학과 문화학의 교차점?, 책세상, 2003,
197~198쪽 참조.

 

>>와우!! 대항기억 흥미롭다 푸코푸코

 

 

 

임철우의 소설은 역사의 변두리에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주변부적
존재들의 아픔을 반복해서 다루어 그들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공동의 기억
으로 신화화한다. 이를 통해 주변부적 역사 기억을 결코 망각되어서는 안
되는 공동체 전체의 역사 이야기로 구축한다. 주변부의 역사적 기억을 반복
적으로 서사화한 임철우의 소설들은 다시는 똑같은 역사적 경험이 반복되
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을 쉽게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즉
그의 소설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서사화하면서 드러내는 심층적 의미는 역사
적 기억을 진정 망각하기 위해서 그것을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는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