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권 2주 가량 읽은듯.
<좋았던 점>
왕에 대한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에 나오는 희생양 제의의 논리로써 왕을 설명함.
생에 대한 철학 또한 인상적이었다. 신이 나오는 세계관이고 ('화신'으로 출현) 운명론으로 빠지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끈즐기게 '삶'의 자율성에 대해 말한다. 이미 살았던 삶을 괜시리 뒤바꾸려고 해서 후회하는 주퀘도라든지, 할 수 있으면 한다, 먹을 수 있으면 먹는다, 살아가기에 살아간다는 점.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문체와 필체가 매우 훌륭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 다음 이북으로 인상적인 부분을 체크하려고 검색했는데 겹치는 문장이 거의 없다. 작가가 고안해 낸 개념('대수호자' 같은 것)의 경우 일부러 반복시키지만, 그것이 아닌 문장은 두 단어만 검색해도 겹치는 것이 거의 없다. 매우 자유자재로 문장을 구사하고, 괜시리 쓰고 또 쓰는 표현도 없으며, 깊이 있으면서도 광활한(?) 문체를 쓰는 이영도의 갓필력.
<아쉬웠던 점>
다만 3권부터 전쟁이 주가 된 것은 좀 아쉽다. 나는 수탐자들(케이건 드라카의 무리)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길 바랐는데...
<생각할 거리>
2권 읽다가 왕에 대한 부분이 정말 좋아서 이북 구매를 결심함. 그런데 리디북스의 평이 생각보다 쏘쏘여서 놀랐다.
내 취향은 눈마새 같은 작품인데, 이 작품은 고유 세계관 (작가가 직접 창의적으로 창출해낸)이 매우 뚜렷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떤 독자에게는 이것이 학습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니르다'를 따라오기가 힘든가...?)
한편 최근에 유명했던 <전지적 독자 시점> 같은 소설을 보면, 독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개념들을 빌려다가 소설을 전개한다. 그러니까 작가의 오리지널 세계관을 멋드러지게 짜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쉽고 재밌게 따라올 수 있는 독자의 스키마를 빌려다가 세계관을 짜는 셈.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다든지, 역사 속 인물을 빌려다 등장인물로 만든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건 장르 소설 독자층의 변화와도 상관이 있다.
예전(PC 통신 시절, 이영도 시절)의 장르 소설 독자층은 (지금보다 좀 더) 식자층(?)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영도식 깊이 있는 세계관과 철학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독자들.
요새 장르 소설 독자층은 훨씬 대중적이다. 그래서 더 쉽고 잘 읽히는 것을 찾는다. (웹소설이 양적 팽창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책chec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읽는중) (0) | 2021.09.04 |
---|---|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차무진 (0) | 2021.07.01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캠벨, 이윤기 옮김, 민음사 (0) | 2021.05.24 |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허호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0) | 2021.04.19 |
<실패를 사랑하는 작업> 요조 (0) | 2021.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