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철학 연구회 논문집
사회와 철학 제11호 2006.4
민주화운동의 주체로서 시민단체의 내적
(지배)구조와 운영방식*1)
― 시민단체 내부의 의사소통 절차에 관한 비판적 고찰 ―
선우 현**
【논문개요】
이 글은 이른바 ‘(형식적)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 혹은 ‘(실질적) 민주주
의로의 전환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는 시민운동단체들의
실상과 문제점을, ‘시민단체의 내적 (지배)구조와 운영 방식’의 실상에 초점을 맞추
어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글의 목표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 다루
고 있는 보다 구체적인 탐구 주제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로, 한국 사회의 민주
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의사 결정 및 운영 방식이 ‘아래로부터의’ 자
유롭고 평등한 대화 및 논의 과정을 통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비판적
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는 결국 시민운동과 관련된 주요 정책의 수립 및 추진
방식이 ‘위로부터 아래로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이라는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소수의 집행부 수뇌들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한
비판적 확인 작업으로 귀착된다. 다음으로 민주화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비록 일부 시민단체에 한정된 것이라 할지라도―현 집권 정치
세력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 자체 정치적으로 ‘권력화’되어가고
있는 실태를 비판적으로 추적해 봄으로써, 그러한 부정적인 현상의 근본 원인이 시
민단체 내부의 ‘민주적 의사소통의 절차’가 온전히 확립되지 못한 결과, 시민단체
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자기비판 및 자기 검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 있
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끝으로 이 같은 비판적 고찰을 통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앞장서온 시민단체들이 ‘현 단계’에서 규범적이며 당
위론적인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민주화 과제’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
의 상호 수평적 관계에 기초한 ‘민주적인 의사소통 절차의 활성화 및 제도화 그리
고 그에 기초한 단체 운영 방식의 확립’에 있으며, 이러한 과제의 성취를 통해서만
권력 비판과 감시를 비롯하여 민주화 구현의 선도라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져 있는
시민운동단체 본연의 ‘존재 의미’와 ‘존립 근거’가 비로소 확보되고 유지될 수 있다
는 점을 비판적으로 개진해보고자 한다.
주제어 : 시민(사회)단체, 민주화 운동, 시민운동, 내적 지배구조, 운영 방식, 의사소통 절차
형식적 차원에서의 괄목할만한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공공적 시민의식은, 사회구조적 차원에서는 학연․혈연․지연의
전근대적 사회 작동 기제에 의해 지배받고 있으며, 개별 행위(자) 차원에
서는 개인적․집단적 이기주의의 덫에 사로 잡혀 있는 실정이다. 공론영역
(Öffentlichkeit) 또한 독점적 언론 재벌들에 의해 조작․왜곡되어 있거
나 오도되고 있다. 게다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운동초기
에 보여주었던 치열한 자기 비판적․성찰적 의식 대신에, 중앙집권적 수직
구조 하에 관료화, 거대화, 상업주의화, 명망가 중심화의 부정적인 양태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6)
이 땅
의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앞장서 온 시민단체들이 ‘현 단계’에서 규범적이며
당위론적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새로운 민주화 과제’는, 내
부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수평적 관계에 토대를 둔 ‘민주적 의사소통 절차
의 활성화 및 제도화 그리고 그에 기초한 단체 운영 방식의 확립’에 있으
며, 이러한 과제의 성취를 통해서만 권력 비판과 감시를 비롯하여 민주화
구현의 선도라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져 있는 시민단체 본연의 ‘존재 의미’와 ‘존립 근거’가 비로소 확보․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개진해
보고자 한다.
물론 비정부조직인 시민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민운동은 기존의―민
중운동으로서―민주화 운동이 보여주었던, 물리적 힘이 수반된 무력 투쟁
이나 격렬한 시위와 같은 전투적 양상과는 거리가 먼,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의 ‘사회 개혁적 민주화 운동’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언론을 통한 공론의
형성과 그에 의거하여 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 과정에 압력을 가하는 ‘여론
의 정치’와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민 다수의 의지를 관철
하는 집단행동으로서의 ‘행동의 정치’라는 두 가지 운동 방식이 거둔 민주
화 성과는 자못 크다 하겠다.
“귀하는 다음 각종 사회제도, 기관과 공공서비스, 시민사
회단체를 얼마나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소득별로 상관없이 시
민단체에 대해서는 거의 80% 이상의 시민이 ‘신뢰’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16)
>>나도 그렇다. 정부는 신뢰하지 못해도 시민 단체는 신뢰함!
그렇다면 이러한 압도적인 신뢰와 지지는 어디에 의거하고 있는가? 그
것은 아마도 시민단체가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민주적이며 투명한 내적
지배구조(internal governance)’를 확보하고 있으며, 상호 견제와 비판적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 시민대
중의 기대와 믿음일 것이다.17) 당연히 여기에는 정부나 자본의 힘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신과 실망이 ‘상대적’으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높은 도
덕적 기대치’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이러한 절대적인 신뢰와 기대에 걸맞게, 그간
한국사회의 (실질적) 민주화와 참여민주주의 및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
키는데 주된 역할을 수행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나
‘내적 (지배)구조’가―자발적으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을 포함하여―시민단
체 성원들 간의 수평적인 인간관계에 기초한 투명하며 열린 민주적 의사소
통의 절차로 조직화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민운동단체의 ‘투명성과 민주성’에 관한 일반
시민들의 신뢰 저하의 주된 원인을, 시민단체 내부의 기본 조직과 의사결
정 과정이 여전히 수직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비민주적인 절차’에 그 토대를
두고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고자 한다.
>>가설
하지만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 민주화의 성과에 대한 시민단체의
기여와 역할에 불구하고, 그러한 민주화를 주도해 온 시민단체 내부의 ‘조
직 및 운영 방식’은 대체로 그와는 ‘상반되는 경향성’22)을 보여 왔다. 그러
한 부정적 경향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실례 가운데 하나가, 시민운동단체의
내적 (지배)구조가 주로 ‘소수의 엘리트 중심’으로 편제되어 운영되어 왔다
는 점이다.23) 이는 궁극적으로 전문가․지식인 중심의 위로부터의 ‘과두제
적 지배구조’로 고착화되며,24) 그에 따라 지도부와 일반 회원 간의 상호
수평적 관계에 입각한 ‘쌍 방향적’ 의사소통 구조 대신에, 상층부로부터 하
층부로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이 하달되는 수직적 위계 조직’이 구축된다.
가령 선도적인 시민사회단체의 하나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경우만 해도, 주요 임원은 법조계와 대학교수, 종교계 인사가 주축이 되고
있는 바,25) 이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폭넓은 참여를 바
탕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여전히 소수의 전문가 혹은 명망가 중심으로 이
루어지고 있으며26) 단체 회원들 간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작동되
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자원 동원’ 과정 또한 전
근대적인 ‘연고주의적 토대’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도 작지 않은 문제인데,
특히 시민단체의 핵심적 활동가의 충원 과정에도 이 같은 ‘연고적 동원’ 방
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지적되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27)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민운동단체들이 참여정부의 반개혁적
인 정치행태에 대해 왜 신랄한 비판 대신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일
까?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입을 빌리면, 아마도 여기에는 현 노무현 정권
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이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
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에서 특히 염두에 두어
야 할 대목은, 이전 정권에서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입각이 있었지만
그것은 개별적인 행동이었지 ‘지금처럼 조직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다.45)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에 집필된 논문이군..
“시민단체 내부의 움직임이나 논쟁을 취재하기가 비밀정
보를 다루는 정부 관련 부서나 기업체 기획조정실 취재하는 것만큼이나 힘
들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자 김태경의 고백이다.48) 시민운동단체의 내
부 구조에 관한 이러한 비판적 지적으로부터 우리는―모든 시민단체에 해
당되는 것은 아니지만―시민사회단체의 활동 및 운영 방식, 특히 단체 내
부에서 지도부와 일반 회원들 간의 의사소통의 절차가 불투명하며 폐쇄적
인 형태로 구조 지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상의 사실에서 확연히 드러나듯이, 정치권력과 시민단체 사이의 유착
관계는―부분적으로 이유 있는 항변에도 불구하고―결코 바람직스럽지 못
한 현상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기본적 입장으로 취한 가
운데―물론 특정 사안의 내용에 따라 시민단체는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을
지지할 수 있으며 그런 한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51)―국가권력에 대해 치열한 비판과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
야할 시민운동단체가 “어느 특정 정권, 그것도 그 진보성에 대해 갈수록
심각한 의문이 드는 정권”52)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거두어들인 채 현실
타협적인 우호적 관계를 구축 유지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본래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어찌 보면 시민단체의 ‘생명’을 스스로 져버리는 행위에 다
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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