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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의 현대적 양상, '사진-자서전' 연구 / 박선아 (0.5)

snachild 2014. 11. 16. 18:22


자서전의 현대적 양상, ‘사진-자서전' 연구 = Etude sur ‘la photo-autobiographie' comme un aspect de la modernité dans l"autobiographie- le cas Des histoires vraies de Sophie Calle

박선아(PARK Sun-Ah) (프랑스문화예술연구, Vol.44 No.-, [2013])[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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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자서전’의 탄생
1.1. 자서전의 흐름과 양상
1.2. ‘사진-자서전’의 문학적 기원
2. ‘사진-자서전’의 사례 연구:
소피 칼의 ?진실 된 이야기?
2.1. 소피 칼은 누구인가?
2.2. 왜 ‘나’에 대해 말하는가?
2.3. 어떻게 ‘나’를 말하는가?
3. 맺는 말 : ‘사진-자서전’의 전망

 

 

역사적으로 자서전은 ‘개인’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18세기 낭만주의 이후 활성화된 ‘자기 글쓰기écriture de soi’의 한 형태로서, 에세이, 회상록,
내면 일기, 작가수첩(노트), 자전소설과 같이 자전적 요소들을 지닌 글쓰
기와는 차별화된다. 자서전을 장르의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정리한 필립
르죈은 “한 실제 인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소재로 하여 개인적인 삶,
특히 자신의 인성(人性)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산문으로 쓰인
과거 회상형의 이야기”1)를 자서전으로 정의한 바 있다.

 

1) Philippe Lejeune, Le Pacte autobiographique, Paris, Seuil, 1975 ; ?자서전의 규약?, 윤진 옮김, 문학과 지성사, 1998, p.17. * 본고에서의 인용은 이 번역본을 참고하겠다.

 

 

 

따라서 엄연한 의미로 “자서전은 작가가
진실을 말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작가가) 말하는
텍스트”3)인 것이다.

 

3) “(...) car une autobiographie n'est pas un texte où l'auteur dit vrai, c'est un texte
où l'auteur dit qu'il dit vrai, nuance!”, L'Autobiographie- “Les mots” de Sartre,
Gallimard, lire, 1993, p.8

 

 

자서전은 모든 것을 말하고 아무 것도 감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혹은 무엇인가 ‘감추어진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이 말해
진 것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 속에 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5)
르죈은 이 감추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 지드의 사례를 들어 부연한다.
지드는 자기가 의도적으로 건너뛰거나 아끼고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
지 아주 잘 알고 있으며, 텍스트로부터 벗겨낸 것을 바로 그 텍스트 속에
포함시켜, 그것을 효과의 층위에서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독자
역시 작가의 이야기를 성찰하면서 그로부터 삭제된 것을 발견하는, 소위
글쓰기의 작업을 뒤집어 빠진 부분을 다시 채워 넣는 역방향의 독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6)

 

6) Ibid., p.292.

 

 

 사실 현대 독자는 루소식의 총체적 설명보다는, 효
과의 층위에서 간접적인 암시, 비유적, 서정적, 극적 언어로 덮인 암시를
활용7)하는 지드식 자전적 언술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픽션의 요소를 가
미하여, 자신의 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훨
씬 더 진실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르죈은 자기 존재의 잠재태들을
픽션 체제에 의존하여 자유롭게 전개해 나간 지드의 자전적 서술 방식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드는 픽션이라는 체제를 흔히 위생, 정화(淨化)라는 양태로 제
시했었다. 자신을 완수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벗어던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드는 그러한 체제를 통해 자전적 ‘자아’에 빠져
들지 않고 가정, 잠재성의 양태로 ‘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에
아주 큰 관능을 체험한다. (....) 지드는 동시에 이러한 유희를 통
해 좀 더 복합적인 체계의 요소들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한다. 그것
은 자서전과 관계 맺는 한 양식인 것이다.8)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자서전의 경향은 텍스트 서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0세기
이후 개인의 내밀한 자아는 사진과 같은 사실적 이미지의 보완을 통해
보다 중층적으로 포착된다. 서사와 사진의 결합을 통해 개인 인성의 역
사가 보다 심층적, 역동적으로 읽히도록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우선 ‘사진-자서전’의 기원이라고 할 문학적 시도들을 20세
기 프랑스 문학사 안에서 찾아볼 것이다. 이어서 ‘사진-자서전’의 구체적 사례 연구로, 프랑스 대중예술가인 소피 칼의 ?진실 된 이야기?를 간략
히 살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벗어나 21세기 개인
의 서사를 자유로이 담아낼 자서전의 새로운 양태로서, ‘사진-자서전’의
의미와 전망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1.2. ‘사진-자서전’의 문학적 기원

 

1차 대전을 겪으며, 프랑스 문단에서는 문학과 예술에서의 현대성과
기술에서의 현대성이 함께 요청되고 있었고, 여기에 부합하는 미적 형식
의 탐구와 지드나 프루스트처럼 자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개인의 내적
모험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아폴리네르는 ‘새로운 정신
Esprit Nouveau’이라는 기치 아래 칼리그람Calligrammes이라는 그림시
(상형시)를 소개한다. 그의 문학적 실험은 현실을 포착하는 이미지 기록
방식과 시적인 것이 맺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진실은 숭
고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성 속에 내재해 있다고 보는 그의 이미
지 사유 역시 후일 브르통을 위시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50년대에는 ‘누보로망Nouveau Roman’이라는 새로운 서술 방식을
추구하는 일군의 소설가들이 등장하여, 사진을 넣은 다양한 서사 모델을
제시한다. 사진-텍스트가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띠면 포토-르포reportage

photographique나 포토-에세이photo-essay, 허구적 성격을 띠면 로망-포
토roman-photo로 불린다. 특히 시네-로망ciné-roman에서 흘러나왔다고
하는 로망-포토는 1947년에 등장하면서 사진-텍스트의 진정한 패러다임
이 되었다.16)

 

>>이렇게 차근차근 통시적으로 장르의 근원을 밟아나가는 서술 방식도 좋아 보인당

 

 

3. 맺는 말 : ‘사진-자서전’의 전망에 관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 인성의 역사를 담고 있는 텍스트와 사진이 결합
된 소위 ‘사진-자서전photo-autobiographie’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소 긴 여정을 하였다. 즉 자서전의 전통적 규약에서 20세기 현대적 자
서전의 변화된 양상을 살펴보았고, 이미지를 넣거나 이를 재현하는 20세
기 문학의 새로운 실험 안에서 현대 예술문화에 확산되어 있는 ‘(사진)이
미지-서사’의 기원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자서전 장르의 범주를 열어 그
안에 ‘사진-자서전photo-autobiographie’이라는 하위 장르의 발전 가능성
을 엿볼 수 있는지 이해해 보고자, 사진과 서사로 자기 삶의 경험을 표현
한 현대 예술가 소피 칼의 ?진실 된 이야기?도 간략히 살펴보았다.
현대의 자서전은 자신을 인위적으로 단일하게 재현하는 ‘모두 다 말하
기’의 허상을 버렸다. 그리고 픽션과 현실을 오가는 글쓰기의 유희를 통
해 복합성과 모호함 속에 들어있는 자기 자신을 암묵적으로, 하지만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한편 다다Dada나 초현실주의, 그 이후 누보로망의
영향에서 나온 작품들도 궁극적으로는 사물계(界)에 기대어 감추어진 자
신의 무의식이나 심리적 사실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자기 고
백적이다. 따라서 오늘날 소피 칼과 같이 개인 서사에 관심을 두는 일군
의 서사-예술가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이야기récit de soi’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 문학 서사의 유유한 흐름 안에 있다고 하겠다.
한편 ‘-주의isme’로 정의되는 집단서사보다는 개인서사가 차지하는 비
중이 점점 커지는 현대문화에서, 개인의 체험과 추억을 일깨워 주는 기억
의 촉매 역할로는 사진만큼 유용한 것이 없을 것 같다. 텍스트를 중시하
는 문인들과 예술가들은 과학과의 연동이 가져온 이 유용한 사진의 매력
을 서사의 부분적 대체와 사유의 견인력에서 찾는다. 앞서 살펴 본 소피
칼의 ?진실 된 이야기?에서 사진은 서사와 더불어, ‘나’에게 부재에서 존
재로의 이행을 확인시켜주는 사물의 매개체였다. 더 나아가 바르트의 언

급처럼, 그것은 ‘화살처럼 나와서 자신을 관통하고 상처와 고통을 일으키
는 우연, 즉 푼크툼punctum’40)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 개인 서사의 확장과 일상의 삶을 증거 해온 사진의 유용성을
고려할 때, 자서전의 현대적 변용이자 자전적 공간의 확장 안에서 ‘사진
-자서전’의 탐색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피 칼
의 예술 작업을 두고 ‘사진가도 아니고 문인도 아니며 개념 예술가도
아닌, 어떤 한계 안에 집어넣을 수 없는 정의가 불가한 예술가’41)라고
지칭하듯이, ‘사진-자서전’이 다양한 문학ㆍ예술 종사자들의 실험적이고
종합적인 시도를 통해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