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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미디어콘텐츠의 상호매체성 / 장미영 (1)

snachild 2014. 9. 12. 20:39


소설과 미디어콘텐츠의 상호매체성 : 2000년 이후 한국소설을 중심으로 = Intermediality of Novel and Mediacontents -Focused on the Korean novel after 2000
장미영(Jang Mi-yeong) (국어문학, Vol.52 No.-, [2012]) [KCI등재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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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패러다임조차 급변하는 다매체·다문화의 상황에서 문학이 생존할

수 있는 근간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주로 2000년 이후에 생산된 한국소설을 중심으로 소설이

다른 매체로 포섭·변용되거나 다른 매체와 융합·교류하는 상호매체적

(intermedial) 성격이 문학의 생산과 소통에 어떻게 작용하며 그것이 문화적

으로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기존 문자

중심의 문학 연구의 틀에서 벗어나 탈 구텐베르크적 우주 지향의 모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로써 본고는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조정하고 전략화 하는 문학의 새로운

방향성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문학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며 어떻게

기존의 장르 질서를 바꾸는지에 대한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예술적·존재론적 의미가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2. 문학의 형식미학적 상호매체성

2-1. 상호매체성과 상호텍스트성



1) `Intermedialität, Theorie und Praxis eines interdisziplinären Forschungsgebiets, Berlin,

1998, 고위공, 문학과 미술의 만남: 상호매체성의 미학, 미술문화, 2004, 331면에서

재인용.



상호매체성의 개념을 좀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동일매체성 또는 초매

체성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동일매체성’은 ‘하나의 매체가 흡수하는 현상’

이고 ‘초매체성’은 ‘여러 매체의 특성이 나타남으로써 개별 매체의 고유성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이에 비해 ‘상호매체성’은 ‘둘 이상의 매체가 서로

합침으로써 매체의 경계가 와해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호매체성’의 대상

범위는 ‘매체 결합’, ‘매체 교체’, ‘매체 간 관련’이라는 세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3)



토도로프에 따르면, 상호텍스트성은 인용,

표절, 복사, 모방, 혼성모방, 패러디, 의견일치, 의견중첩, 목소리의 배합과

중첩 등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다양한 영향과 수용관계를 비롯한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의 모든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개념7)으로 보았다. 즉 한 텍스

트가 다른 텍스트를 환기시키는 것으로써 이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점차 상호텍스트성 연구가 텍스트를 넘어 장르나 매체의 교섭 양상에까지

확산되면서 텍스트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의 상호 열림을 지향

하는 상호매체성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샨체(Helmut Schanze)를 중심으로 문학 이해에 매체를 끌어들여 문학도 하

나의 매체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매체는 단지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 등과 같은 정보전달의 기술적인 경로로 간주되지 않고 ‘미적 소통

수단’ 내지는 ‘소통 조직’, 나아가서는 독자적인 ‘체계’로 이해되었다. 이렇게

매체를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말과 같은 구술매체, 문서나 필사본과

같은 문자매체, 인쇄물, 책과 같은 인쇄매체,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오디오,

비디오 등과 같은 전기/전자매체, 하이퍼텍스트를 사용하는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매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8)




인터넷 소설에 사용된 이미지, 사운드, 문자, 기호 등 매체 간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공감각적 힘은 인터넷 소설의 참여방식과 향유방

식에서 문자매체와는 다른 방식으로 감정이입과 동화작용을 촉진했다.13)



작품의 본문에 음악이 삽입되지는 않았지만 독자들은 작가가 언급한 음악을

떠올리며 소설을 감상함으로써 문자 중심의 소설 독서와는 전혀 다른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새로운 독서체험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매체는 내용을 담는 도구의 차원을 넘어 그 안에 담길 내용의 범

주를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사회과학자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

Mcluhan)의 주장처럼 ‘미디어는 메시지(The Medium is Message.)’21)이자 동

시에 ‘미디어는 마사지(The Medium is Massage.)’22)라는 명제가 현실화 된

것이다. 맥루한의 논리에 따르면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터페이스

상에서 구성되는 모든 즉각적인 지각은 외부 세계를 내면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해낸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맥루한은 인간이 미디

어와 교류할 때 오감을 통해 얻게 될 상호작용의 역동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디어가 재현 매체의 수준을 넘어 선 오늘날 이제 문학도 매체 간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상호매체적 감각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문화콘텐츠는 문화(culture)와 콘텐츠(contents)의 복합어로 창작에 바탕을

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소프트웨어적인 제품을 말한다. 포괄적 의미의

문화콘텐츠는 문화콘텐츠산업과 혼용되기도 하는데, 단순 데이터나 이미지,

동영상보다는 문화적 가치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을

창출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모든 연관 산업을 일컫는다.25)



상호매체성은 말, 글, 시청각, 화용론, 인지학, 기호학, 미학, 매체사 등과의 연관

에서 설명되는 예술 이론이기 때문에 텍스트의 매체 전이에 주목하는 것은

상호매체성 연구의 기본이 된다.




4. 트랜스 리터러시(transliteracy)




물론 아날로그 텍스트와 디지털 텍스트의 관계는 도구적 변천의 한

양상일 뿐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아날로그 텍스트와 디지털

텍스트가 비록 스토리를 공유하는 동일한 서사 장르라 할지라도 이 두 매

체는 결코 호환되기 어려운 양식적 특성을 각기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각 매체나 장르의 독립적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30)


29) 구모니카, 디지털 콘텐츠에서의 읽기/쓰기 패러다임 혁명: 바흐친의 ‘산문학’을

중심으로 , 한국출판콘텐츠 블로그(http://e-kpc.tistory.com/52)




사색적 글쓰기가 주로 숭고미를 지향했던 본격문학의 유산이라면 디지털시대는 사

색을 통한 현실이나 눈으로 접하는 실재 현실이 아닌,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보다 대중적인 쓰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디지털콘텐츠로 기능하는 모든 매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텍스

트적 차용과 상호매체적 도입과 조합,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 개입 등에

있어 개방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다양한 매체들이 그저 공존하는 다매체(multi-media)성을 넘어 상호매체적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의미의 상호매체성은 한마디로 매체적 가교(架橋)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문학, 음악, 춤, 미술, 언어 사이의 연결이 중심이

된다. 상호매체성 개념은 매체들 간의 상호 간섭과 보완, 융합 관계가 더욱

다채로워지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이 매체 간 혹은 학문분야 간의 구분 짓기를 지양(止

揚)하고 상호매체성 개념을 동원하여 매체간의 결합 내지는 융합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매체성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디어의 본

질과 기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것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안목, 즉 ‘미디어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