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관점을 공유하는 기억에 관한 여러 논의들은 집단 기억(Halbwachs, 1992), 사
회적 기억(Connerton, 1990; Olick, 2007), 문화적 기억(Assmann, 1999), 기억의 터
(Nora, 1984), 대중 기억(Foucault, 1975)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들
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은 기억이 사회적이며, 현재적 조건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그 성
격이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집단적이고, 자연 발생적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이라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들 중 문화적 기억 개념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문화적 기억은 ‘문화’라
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듯이 기억의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다
시 말해, 문화적 기억은 사회적(사람, 사회관계, 제도), 물질적(미디어와 문화적 생산
물), 정신적(사상과 생각이 설명되는 방식)인 관점에서 기억을 다루며, 특히 개인과 집단
이라는 각각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기억되는가라는 방식과 연관하여 기억에 대
한 다양한 논의를 가능케 해준다(Erll, 2008, pp. 3~7). 문화적 기억 개념은 앞서 언급
한 다양한 기억에 관한 논의들과 공유되는 접점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이들은 혼용되
어 논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적 기억과 이들의 차이점은 기억이 존재하는 방식과 형
식에 대한 주목의 정도에서 나타난다.
문화적 기억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한 아스만(Assmann, A)은 과거에 대한 경험
과 그 증인들은 결국 사라지게 되므로, 이것이 지속되고 전승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형식
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문화적 기억이 항상 새로운 타협과 조정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생산해내며, 이와 동시에 기억의 수단인 매체 또한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양
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러한 기억의 물질적 기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다(Assmann, 1999, pp. 16~23).
그러므로 문화적 기억은 매체에 주목함으로서 재현의 관점에서 그 내용은 물론 이를
전달하는 형식의 관점에서 기억에 대한 논의를 가능케 한다. 기억은 매개 변수인 재현
매체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전진성, 2005, p. 98). 이는 기
억의 내용이 현재적 필요에 따라 구성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지만, 형식에 대한 문제 또
한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와 정치ㆍ경제적 맥락 속에서 그 메커니즘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문화연구의 전통에서, 문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될 때에는 ‘실천’이라는 의미를
수반한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문화적 기억은 추상적인 차원에서 현실의 체험과 동
떨어진 기억 혹은 문화에 대한 낭만적이고, 심미적 차원의 접근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맥락들을 고려한 기억의 문화적 의미와 형식 혹은 기억의
문화적 실천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이러한 논의는 문화적 기억이 정
적인 개념이 아니라 과정 중인 개념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는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기
억이 역사와 달리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갖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본 논문에서 다루는 문화적 기억 개념은 기억의 재현 가능성과 그 담론 작용에 초
점을 두는 것이다. 본 논문은 문화적 기억에 대해서 사회관계의 고정된 의미를 강제하거
나 왜곡/오인된 기억이자, 특정한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적 기제의 형태에 대한 논의
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갈등과 욕망이 혼재하고 있는 ‘장’이자, 과거를 매개로 하여
현실을 개념화하는 광범위한 의미 구조로서 이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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