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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형식과 장르 / 김창현 (1)

snachild 2014. 6. 10. 22:59

 

제시형식장르

김창현 (成均語文硏究, Vol.33 No.1,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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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의 큰 갈래는 그 초시대적, 범문화적 실재성을 믿는 논자들이 주장하듯이 모든 문화문학권과 시대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범주가 아니다. 그 구분 방법은 1차적으로는 특정한 세계관과 문화적, 문학적 관습을 반영하고, 2차적으로는 장르론자의 관심 및 연구동기가 투사된 전략적 가설의 성격을 지닌다. ... 그것은 넓게는 그 근거가 된 특정문화와 문학의 영역에서, 좁게는 그것을 이루어내는 데 작용한 연구자의 관심과 목표에 관련된 차원에서 일정한 효율성을 ... 5)

 

 5) 김흥규, 같은 글, 145쪽.

 

 

 보편적 장르 범주를 역사적 장르의 복잡하고 다양한 속성과 변화 및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자

 

 역사적 장르와 보편적 장르 양쪽에서 모두 의미를 가지면서 그 실재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이 글은 '제시형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공연되는가, 서술되는가'하는 극과 서사의 판단 근거가 바로 '제시형식'이다.

 

 

 

 

 

 제시형식은 작가에게는 창작의 형식이, 수용자에게는 곧 수용의 형식이 된다.


 

 

 3. 제시형식과 원장르

 

 장르와 제시형식의 깊은 관련에 주목한 가장 초기의 연구자는 프라이다.

 

 그러나 극, 서사시 그리고 서정시라는 말의 기원을 생각하면, 장르의 중심적인 원리는 매우 간단한 것이 아닐까. 문학에서 장르의 구별은 기본적인 제시(presentation)의 방식에 의거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1) '노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청중이나 독자의 필요성이 소거된다는 데 있다. 작자는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내면화시키면서 표현하기 때문에 청중은 숨어버리고 은밀하게 말하는 방식이 성립된다. 결국 노래는 '내면화의 형식'이며, 개인 스스로의 내면을 향한 제시이다. 2) '이야기'의 경우는 작자와 수용자의 관계가 특징적이다. 작자의 목적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 데 있으며 수용자의 목적은 그것을 아는 데 있다. 그래서 작자가 독자에게 말하고 독자는 듣기만 하는 방식이 성립된다. 결국 이야기는 발화자와 수화자가 분리된 일방적인 제시이며, '일방적 전달의 형식(→)'이다. 3)의 경우, '연행'이란 용어는 가사나 시조 등 노래에 기반을 둔 장르들로 연행될 수 잇다는 점에서 다소 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대신 '놀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이 경우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고 서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현장성이 배제될 경우 그것은 등장인물 상호간의 의사소통에 한정되고 그것은 결국 작가에 의해 조직된 것이기 때문에 2)와의 구별이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프라이처럼 관객과 인물이 직접 대면하는 현장성을 인정할 경우 그것은 등장인물 상호간에 그리고 등장인물과 관객간에 소통이 가능하게 되어 다차원적 소통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놀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소통성을 강조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결국 놀이(연행)는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한 상호 제시 방식에 뿌리를 두며, '다차원적 소통의 형식(↔)'을 지닌다.

 제시형식은 어떤 작품이 장르로서의 성격을 구축하도록 하는 결정 요인이지만, 그 자체가 장르는 아니다. 장르는 제시형식의 제한과 가능성 속에서 형성된(형성될 수 있는) 구체적 작품들의 집합이며, 궁극적으로 그 공통 특성들의 총합에 의해 성격 규정된다.

 

 서사는 직접적 소통이 제거된 전달의 형식(↔)을 지니며, 극은 전달과 수용이 상호 교차되는 소통의 형식(↔)을 지닌다. 하지만 서정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구별이 모호한 상태에서 메시지가 제 2의 발신자이기도 한 수용자 개개인의 심상에 내면화해서 서사나 극의 형식으로 제시된 작품이라 해도 종국에는 수용자들이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미적 효과를 완성하게 된ㄷ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정은 장르론에서 언제나 특별한 고려 혹은 무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와 극에 대해 언급하면서 서정은 논의하지 않았고, 괴테는 서사와 극을 양태적 차원에서 정의하면서 서정은 '열광적 격정'이라는 주제적·미학적 차원에서 정의하는 불균형을 감행했다.

   

 모방.참여.의미의 개념들은 서사와 극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개념들이다. 그리고 물론 이 개념들은 모두 서사와 극이 구체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모방론적 접근과 관련되어 있다. 이 구체적 현실은 작품 속에서 가건으로 나타난다. 이 두 장르를 변별하게 해주는 것은 모방(혹은 반영)의 대상(즉, 현실)이 아니라 제시형식이며, 이 제시형식의 차이 때문에 대상을 형상화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대상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이 두 장르는 제시형식의 물리적 제약이 지닌 틈새를 비집고 상호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근대소설에서는 장면묘사와 대화의 비중이 증대하고 서술자가 숨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서구고전극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를 논리화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고, 지금은 극이 해설자 목소리를 채용하여 작가의 의도를 직접 전달하는 시도까지 감행하고 있다. .... 이러한 직접적 소통의 가능성 유무가 아직까지 서사와 극의 변별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자질이다.

 

 

4. 결론

 

 서정 : 개인 자신을 위한 제시형식

 

 극 : 어떤 사건이 행위자를 통해 '우리 눈앞에서' (다시) 일어난다. 주요한 제시수단은 현재화된 기호이며, 그 중심은 행위이다. 이 때 사건이 재현되는 현장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이면서 동시에 관중이 지켜보는 현재의 공간이기도 하다. .... 극의 제시형식은 '지금.여기'라는 시공간적 현재성을 바탕으로 하며, ... 극의 현재화된 기호는 참여한 사람들의 육체적 교감을 통해 우리의 '공유된 의미'로 (재)생산된다.

 

 지금까지 '장르를 규정하는 공통자질'이 '제시형식'으로 실재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제시형식(원제시형식)인 '노래.이야기.놀이'가 '서정.서사.극'의 세 원장르들에 대응된다는 것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