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복이 지닌 역동성은 그림과 문자와 구비문화적 요소들이 혼합된 '복합장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 새로운 '시대의 양식'이 형성되는 이 시기에 루복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자신의 것과 '타자의 것'을 매개하는 고리이자 예술형식들과 문화를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수단이었다. 즉, 루복은 속요와 민중가설극장, 라욕 등 구비 문화 양식들과 더불어 최초의 도시 민중예술문화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매체였던 것이다.
루복에 주목하게 되는 또 다른 속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19세기 작가 및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창작적 탐구 및 성과들과 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끄릘로프, 뿌쉬낀과 고골, 네끄라소프, 블록과 마야꼬프스키, 메이에르홀드와 스뜨라빈스끼, 베누아, ..... 샤갈 등의 이름은 이후 루복과 관련하여 별도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루복은 20세기 초가지는 판화라는 독립된 예술 양식으로서 도시 서민문화 형성에 기여했고, 혁명기에는 새로운 이념을 선전하는 용도로 차용되었다. 현재에도 러시아 회화나 영화, 연극 등의 예술 장르에서 이른바 '루복성'은 여전히 예술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루복은 이처럼 문화의 다양한 실제 텍스트들이 결합된 복합매체이다. 루복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 사회의 상부와 하부, 규버과 탈 규범, 도시와 농촌, 이념과 웃음, 지배 문화와 주변 문화(혹은 '제 의 문화'), '자신의 것'과 '타자의 것' 등 문화 내에 구현되어 있는 이중적 요소들이 삼백 년의 역사 속에서 창조적으로 '훼손'되고 해석되는 양식들을 확인할 수 있다.
복합장르로서 루복이 지닌 다층적인 위상과 기능 ..... 이 글은 지금까지 주류문화에 가려져 있던 '주변 예술'로서 루복의 위상을 소개하고 가장 주도적인 미학적 가치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루복'이라는 명칭과 관련된 발생사적 측면과 발전 과정을 간략히 고찰하고, 도시 서민문화 형성의 맥락에서 루복의 미적 속성을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로빈스끼는 '루복'이라는 용어 대신 '민중들의 그림', 즉 민속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19세기에는 민속화와 '루복 문학'에 대해 전문가드링나 문학자들이 극도로 낮은 평가를 내리게 되면서 결국 '루복적'이라는 수식어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계층이 향유하던 구비문화 현상들과 '질 나쁘고 급조된, 조잡하게 만든' 모든 재료와 양식들을 지칭하는게 쓰이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초에는 아방가르드 화가들을 중심으로 민중 판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미학적 평가가 변화함에 따라 마침내 '루복'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위에서 논의되었듯이, 루복이라는 명칭은 판화의 발생과 생산 주체, 그리고 유톧 등과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다. ... 루복의 예술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판화 기술과 대중의 기호의 변화, 검열 등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그 발전 단계를 제시하기로 한다.
.. 외국의 판화들이 루복의 원형으로서 대중들의미적 기호 형성을 촉발시킨 것이다.
.. 공식 문화에 대립되는 여타 예술 장르에서와 마찬가지로 루복에서도 정치적 풍자가 출현한다.
공장에서의 대량생산과 동판화에 의한 복제는 기술의 수준을 저하시키게 된다. 반면에 이 질적 저하를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창성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내용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델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실수에 의해서든 원본을 '훼손'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비문화적인 영향...
향후 루복은 부단히 그 기호에 맞추어 하향함으로써 마침내 도시 서민들의 기호를 완전히 장악한다.
..농민들은 집안의 상석에 그림을 붙여 장식하고 그 형상적 측면에서 미적인 가치를 찾고자 했다.
루복은 그림과 문자가 결합 ... 유희적 예술성의 특수한 분위기 속에서 존재하는 장르적 복합체
문화의 '언어-문자적 단계'
구비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청중은 텍스트와 유희를 벌이고, 텍스트 속에서 유희를 즐기는 것이다.
루복의 텍스트는 "판화 그림의 언어적인 부분으로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기호학적 의미, 즉 그림을 구성하는 모든 기의적 묘사와 그 위에 씌어진 글의 총체로서 이해된 의미"
"광장의 비공식성과 자유의 흔적"을 담은 풍속적이며 예술적인 장르들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일이 어려움을 지적한 바흐찐의 문제의식
루복은 전통적인 구비 문화와 현대의 대중적 예술 형식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잡다한 현상들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조르까야의 견해에 따르면, 루복은 대중예술 최초의 '구비문학이후 단계, 구비문화 최초의 인쇄물'이다. 폭넓은 의미로서의 '루복적인 것'은 일종의 기계적으로 제작되는 구비문화 혹은 '문자적 구비문화'이다.
주체와 객체의 비분리성이 그 세계관적 토대를 이루는
구체-역사적 의미로서 원시성,
원시예술의 출현은, .. 사회의 '상부'와 '하부'가 분화되면서 문화의 본원적 통합성이 파괴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에 대한 모든 '중간적'인 태도, 즉 중간적인 혁신성이 내재하며, 이것이 바로 루복 예술 체계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시예술에 내재된 직접적 세계 인식과 어떤 '학파'의 전통에도 얽매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규범적인 구비문화로부터도 자유로운 속성이 다름아닌 루복의 예술성을 통해 근대 이후 러시아 대중문화 속으로 이식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ㅁ누화론적 근거에 따라 루복은 '제 3의 문화'로서의 위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4. 루복의 미학적 특징
.. 이처럼 축제적이며 유쾌한 분위기의 근원은 우선 루복이 중세적인 러시아 사회에서 구비문화 및 민중예술 전반과 계통적 근접성을 유지했다는 사실에서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층위에서 볼 때, 루복은 수요자들 사이에서 보존되어 온 전통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던 예술 형식이다. 즉, 판화 제작의 무의식적 경험에서부터 ...... 들의 불완전함은 외부의 영향을 수용하는 고유한 방식에 의해, 즉 이종(移種)적 현상들의 특징을 왜곡하고 가공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물인 것이다.
4.1 연극적 구성과 축제적 성격
루복 속의 글은 ... 오락용 파노라마인 라욕을 공연할 때 .. 시나리오의 역할을
루복 그림들에서 그림과 언어 텍스트는 말이 그림의 기저 텍스트나 말글로서 그림을 설명해 주거나, 글과 그림이 분리될 수 없는 통일체로 뒤얽히면서 '교차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조소적이며 익살적인 테마의 루복 그림들이 '중세의 웃음 문화'의 성격에 부합하며, 따라서 루복의 풍자와 익살은 특정한 대상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웃음'이라고 해석하는 견해는 충분한 근거를 지닌다. 이백 여 년 동안 루복은 아직 남아 있는 중세예술의 특징들을 보존했다. 관례적 세계와 실재하는 세계의 경계가 되는 사각의 틀 내부는 본원적으로 연극적인 공간이다.
4.2. '창조적 훼손'으로서의 유희적 성격
루복 그림의 변천 과정이 곧 원본을 '훼손'하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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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서민들의 습관과 기호는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기호'로서 기능하면서 루복이 살아남는 것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고안과 실수'는 루복에 오히려 즐거움과 활력을 더해주고, 결국 기호학적인 무대가 유희의 마당이 된다. 기호는 대상 속에 존재하는 의미와 이 대상을 지각하는 인간의 적극적인 작업을 요구한다고 할 때, "루복의 기호는 지각하는 일에 숙련되고 그것을 기호적으로 지각할 자질을 갖춘 대중에게만 살아 있고 효력을 지니는 것"이다.
5. 자율적인 예술체계
예술체계로서 루복은 우선 정보와 인식적 기능을 수행하는 광장의 볼거리 문화 매체이며, 그림과 글의 결합이 이루어낸 서사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루복의 유희적 본질은 인식적이며 장식적인 기능 못지 않게 근본적인 기능을 지닌 동시에 바로 그 예술체계의 산물인 것이다.
루복의 예술 양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축제성과 유희성을 논할 때 '유희'는 주체 면에서 두 층위로 ... 그것은 바로 '뒤집어진 세계'에 동참하여 웃는 관객 입장에서의 유희와 창작 주체의 입장에서 허구와 실수와 개인적인 해석을 결합하는 이른바 '창조적 훼손'의 과정이다. '루복성'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무의식적인 변화들이 집약되고 공동의 해석과 '속삭임'이 이루어낸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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