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왜

마술적 사실주의의 쟁점들 - 라틴아메리카문학21 / 우석균

snachild 2013. 6. 4. 15:10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독일의 미술 평론가 프란츠 로(Franz Roh)1925년 후기 표현주의에 대해 논하면서였다. 그는 표현주의가 환상적, 초월적, 이국적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진 반면 후기 표현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세적 대상에 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Roh: 2757). 이 말은 마치 후기 표현주의가 19세기 사실주의나 자연주의를 복원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로는 후기 표현주의가 리얼리즘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영적, 마술적인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을 들어(Roh: 2823)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명명하면서 19세기 사실주의와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많은 비평가들이 마술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꼽는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나 카르펜티에르(Alejo Carpentier)는 이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더구나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조차 백년 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이 마술적 세계가 아닌 누구나 접하는 중남미의 일상적 현실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한다(García Márquez: 36). 이런 점들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범주의 실체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 마술적 사실주의가 1920년대부터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고 계속 유지, 발전된 연속성 있는 문학 운동이 아니고 간헐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미디어, 혹은 어떤 작품군에서 어떤 연속성 있는 사조....까지는 아니어도 일종의 운동이 되었다고 가정해 볼 수 없을까?

 

 

 

반면 레알이 카프카-보르헤스 라인을 배격하고 카르펜티에르를 부각시킨 것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단지 현실과 환상을 섞은 것이 아니며, 나아가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유럽의 아방가르드 운동, (도스토예프스키 식의) 심리 소설, 환상문학 등과도 관련이 없는 새로운 범주임을 주장하기 위함이었다(Leal: 2335).

 

하지만 마술적 사실주의 논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방가르드의 영향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마술적 사실주의가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받았어도 이와는 상이한 태도로 현실에 접근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또 식민 시대를 겪으면서 자신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권 내의 메커니즘을 지니지 못한 식민지인들(식민지 엘리트층을 포함하여)이 과달루페 성모 숭배 같은 주술적민간 신앙을 통해 불만을 분출했던 중남미의 전통이 마술적 사실주의의 기원이라고 보는 입장도(Rowe and Schelling: 23) 존재론적 마술적 사실주의의 한 단면이다.

 

 

 

가령 마르케스 로드리게스(Alexis Márquez Rodríguez)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미학적 필요성에 따라 현실을 왜곡(deformación)하는 문학 기법에 불과한데 반해, 경이로운 현실 개념은 중남미성이 깃든 범주라며 양자를 구분하였다(Márquez Rodríguez: 7984).

 

>>>>^^;;;;;;; 어렵다.. 그래도 두 가지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을 비트는 것과 / 경이로운 현실 개념

 

 

 

마술적 사실주의를 중남미의 정체성이 담긴 고유한 문학 범주로 설정할 때, 과연 그 정체성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작품 속에서 발현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단지 19세기 사실주의에 대한 보완으로 생각하는 시각을(Parkinson Zamora y Faris: 145) 거부한다. , ‘마술적이라는 표현을 사실주의의 변형 혹은 아류를 뜻하는 수식어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가치체계를 함축하고 있는 용어로 본다. ‘마술’(magia)이라는 용어19세기말부터 민족학(etnología)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마술은 원시 부족의 종교적 믿음이나 의식(儀式)을 지칭하기 위한 용어였다. 그러나 19세기말부터 고조된 반서구기술문명의 흐름은 원시주의(primitivism)와 그 발현 방식인 마술을 서구문명에 대한 대립항적 범주로 격상시켰다(González Echevarría: 26).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조류를 대표하는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야생의 사고라고 명명하였고, 이성적 사고보다 비합리적이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Lévi-Strauss: 381). 마술적 세계를 이성적 세계의 대안으로 보는 이런 시각에서 마술적 사실주의를 검토한다면 진정한 마술적 세계를 구현한 작가는 보르헤스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아니라 아르게다스이다. 원시주의가 구현하

 

는 마술적 세계의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은 자연에 대한 외경심, 정령론(animism), 그리고 그것들이 표현되는 제식(rituals)이다(Bell: 14). 그런데 안데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동경이 내면화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대자연의 풍경과 소리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하며, 인디오의 신화나 음악 혹은 언어 등을 그들 특유의 마술적 세계를 구현해내는 일종의 제식으로 승화시키는 아르게다스의 작품 세계야말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르게다스의 예가 중남미에서는 지나치게 특수한 경우라는 데에 있다. 그가 성장한 곳이자 작품 배경으로 삼고 있는 페루 안데스 남부는 고지대라서 백인들이 정착하기 꺼린 곳이라 인디오 전통이 많이 보존된 곳이다. 그래서 이 지방만큼 지배적 패러다임에 대응하여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대안적 담론(discurso alternativo)을 생산한 곳은 중남미 전역을 통틀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Rowe y Schelling: 60). 그렇다면 마술과 중남미 정체성을 등가로 상정한다는 것은 마술적 사실주의를 지나치게 축소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마술적 사실주의를 서구 사실주의의 보완적 담론으로 파악하는 태도나, 카르펜티에르는 서구의 모더니즘적 기교에 사실성을 가미시켜 아방가르드를 땅 위에 발을 딛게 하였고 마술적 사실주의는 기교와 인간중심주의를 동시에 모색하면서 제임스 조이스 세대가 끊어버린 고리를 다시 연결시킨 문학 운동이라는 정의(Moretti: 279280)도 같은 맥락의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