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장편만화 스토리텔링의 경쟁력 = The Competitve Power of Kangfull's Feature-Length Cartoon Storytelling
국문초록
강풀의 장편만화는 웹툰의 새로운 가능성과 출판물․연극․영화․무빙카툰 등으
로 매체를 넘나들며 전이되는 문화콘텐츠의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전형적 특질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힘이 두드러지게 돋보인다는
점 등에서 중요하고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최근의 ‘만화원작 전성시대’라는 추세를
감안해 보면, 또 장르간의 섞임(퓨전)이 가속화 되는 현실을 보면 강풀의 장편만화에
대한 관심은 만화뿐만 아니라 여타 장르의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 산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 강풀의 대중의 기호와 정서를 읽어내는 예민한 감각은 시사적 의미가 있는
바보형 인물의 설정이나, 계층적 경계를 지우며 성인의 세계로 진입한 고등학생들의
로맨스를 다룬 발 빠른 대응,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부모를 잃은 사람들
의 근원적 상처 즉 분리불안에 대한 집요한 관심, 생존기 양식의 활용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감상하게 되는 웹툰의 특성을 살려 영화 혹은
동영상이 가진 줌쇼트, 슬로우모션, 동시편집, 보이스 오프, 아웃 오브 포커스, 틸트
등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살렸다. 특히 틸트 기법은 의문의 비밀발생에서 의외의
비밀폭로라는 미스터리물의 구조를 한 화면 내에서도 창출하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2. 강풀의 장편만화는 독특하게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진술하고 독백․고백하는 다중화자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행복한 세상을 가져온다는 주제와 태생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사건의
다양한 의미를 다층적 시각에서 들여다보는 신선함과 독백․고백의 형식이 주는
개인의 내밀한 심리나 감정의 진솔하고 극적인 표출, 사건과 서술자의 유연한 교체에
따른 흥미롭고 박진감 있는 전개, 참회와 성숙의 서사의 핍진성 등을 불러오고 있다.
3. 강풀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타인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간직해야
행복한 세상이 온다는 믿음을 반복하여 강조하는데, 그는 이 간결한 메시지를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날카롭게 잡아 삽화로 완성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보인다. 또 그 삽화들은 주로 순진하고 심성 고운 사람들이 벌이는 순수하고
때로 어수룩하기까지 한, 하지만 그래서 따뜻한 감성을 불러오는 것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강풀의 진보적 시각까지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울러 그는 감정의 격한 떨림 즉 슬픔이나 공포를 극적이고 때로 과장된 포즈로
드러내거나 자기희생의 눈물과 회한을 강조하고, 이별의 고통에 집착하는 등 멜로적
특성이나 강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신세대의 발랄하고 유쾌한 감정이나 행동의
대비 혹은 공포의 적절한 변주 등을 통하여 멜로적 정서가 작위적인 신파조적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능숙하게 통어하며 다루는 그 묘한 균형점을 보이고 있다.
4. 강풀의 장편만화가 보이는 스토리의 완결성은 ‘나이차이 지우기’나 ‘환한 미소
찾기’처럼 스토리라인이 매우 뚜렷하고 구체적인 지향점을 갖는다는 점, 복선의 적절
한 활용, 여유 있고 절제된 이야기 전개로 나타나는 긴 호흡의 서술 등에서 연유한다.
또한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등의 사회적 갈등이 거칠게 표출되는
이 시기에 영악하게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는 혹은 폭력적 방법으로 자신의 뜻을 내세우려는,
혹은 우월한 지적, 신분적 지위를 남용하려는 인간 군상에 맞서 어수룩하면서도 자신의
희생(비록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을 통해 사회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
는데 기여하거나 혹은 악착같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군상에게 반성적 삶을 보여주
는 바보야말로 다시금 주목되는 인간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 웹툰의 새로운 가능성
다음으로는 강풀의 장편만화가 보여 준 웹툰의 가능성을 주목할 수 있는데, 강풀은 자신
의 진술처럼 마땅한 발표지면을 얻지 못하자 인터넷에 자신의 만화를 띄우면서 세간의 주목
을 받았다. 그런데 웹툰은 출판만화처럼 네모난 칸과 이들 사이의 홈통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아니다. 칸이란 개념이 없이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해가며 그릴 수 있고 감상방식도 스크롤바
를 아래로 내리면서 감상하는 형태가 된다. 이 특이한 감상방식을 들여다보면 물론 스크롤바
를 아래로 내리는 속도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스크롤바의 이동에 맞추어 그림도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상태(감상은 반대로 한 화면의 위쪽에서부터 점점 더 아래로 내려
오며 보는 방식이 됨)가 된다. 한 컷의 그림 크기도 제각각인데다가 그림도 흘러가며 제시되
는 형국이니 그것은 마치 영화처럼 동영상을 보는 듯한 환영을 만든다.
강풀은 웹툰의 이런 상황을 한껏 이용하고 있는데,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으로는
만화에 영화의 기법을 도입하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최근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인
영화의 기법을 다른 장르에서 수용하는 예는 하일지의 ?마노카비나의 추억?과 김정환의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3)와 같은 영화소설에서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이 두 소설에는
아이리스, 오우버 랩, 디졸브, 화이트 아웃 - 컬러페이드, 보이스 오버 등의 영화기법이
노골적으로 적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강풀은 카메라가 피사체에 점점 근접하거나 반대로
멀리 달아나는 줌-인, 줌-아웃 기법 그리고 특정장면을 강조하거나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하
기 위한 슬로모션 기법, 그리고 대화장면 묘사에 흔히 쓰이는 어깨너머쇼트(over-the
shoulder shot)에서 특정인물의 반응을 강조하고자 아웃 오브 포커스(out of focus)를
두 인물 사이에 교차로 사용하는 기법, 동시에 일어나는 행위를 보여 주기 위해서 두 개
이상의 다른 장면을 함께 편집하는 동시편집(parallel cutting), 카메라를 수직으로 이동
하며 영상을 찍는 틸트(tilt) 기법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웹툰은 성격상 연속적으로 스크롤바의 이동에 맞춰 그림이 컴퓨터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형식이라 우리의 눈은 특정 화면의 꼭대기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화면의 아래쪽으
로 내려가며 감상하게 되는 형국이 된다. 즉 어떤 화면도 화면 전체가 한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언제나 화면 위쪽부분부터 조금씩 베일을 벗기듯이 아래쪽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볼 수 있는,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그 장면의 전체가 보이는 형식이 된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는 항상 대부분의 컷을 영화의 틸트기법으로 그려진 화면 혹은 장면으로 보는 셈이
되는 것이다.
>>재밌긴 한데 스토리텔링보다는 기법적 문제 같은데..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이 다음에 이게 스토리를 어떻게 이끌어간다가 나와야 스토리텔링일듯
그러니 강풀만화의 경쟁력에 대한 설명은 소재적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야 할 것인데,
그 첫 논의는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서술시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소설
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누가 어떤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가 하는 시점이 중요한 논의점이 되는데, 소설론의 핵심 중의 하나는 당연히 시점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1인칭 주인공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등의 논의가 그것이라 하겠는
데, 만일 특정 작품이 독특한 시점을 보인다면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예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데, 그 중 ?덤불숲?과 ?붉은 방?을 먼저 떠올리고자 한다.
Ⅲ. 삽화와 멜로적 정서
그런데 웹툰은 성격상 연속적으로 스크롤바의 이동에 맞춰 그림이 컴퓨터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형식이라 우리의 눈은 특정 화면의 꼭대기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화면의 아래쪽으
로 내려가며 감상하게 되는 형국이 된다. 즉 어떤 화면도 화면 전체가 한번에 눈에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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