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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서사체의 재현 전략과 서사장 / 김진량

snachild 2013. 9. 9. 03:17

 

이 글은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는 이야기 양식의 구조 분석을 바탕으로 그 서사적
재현 원리와 방법을 이해하려는 의도에서 마련되었다. 이러한 목표는 이야기와 이야
기하기라는 서사학적 접근을 통해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재현의 문제를 어떻게 새롭
게 인식하고 재개념화할 수 있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의 논점
은 새로운 서사 양식을 개념화하는 것이라기보다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서사의 재해
이라 정리할 수 있다.

 


 

인쇄 출판이나 필름 상영을 전제로 하는 서사체와 함께 디지털 정보 처리 방식에
의존하는 새로운 서사체가 공존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는 서사 장르의 혼합과 탈장르
의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가령 문자언
어 중심의 인쇄문화가 지닌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때, 비문자 서사체에 대한 유
연한 접근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 문자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이야기 단위
의 자유로운 재구성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서사체는 순차적인 사건 배열 이외의 또
다른 서사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 이들을 전통 서사체와 비교/대조하는 작업은 서사
학의 고유한 문제 영역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매체 변화와 연관된 현대 서사의 여
러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2. 디지털 매체와 재현
“가상성의 조건”이라는 글에서, 헤일즈(N. Katherine Hayles)는 자신의 의도가
“정보 기술이 어떻게 문학 이론과 실천의 재개념화를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에
서 비롯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1)

 

이러한 문제의 복합성을 재현의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대략 세 가지 논점으로 정
리할 수 있겠다. 텍스트, 의미, 주체가 그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매체 환경과 이를 매체로 활용하는 재현은 먼저 텍스트에
주목하게 한다. 이는 무언가를 드러내는 표상 행위가 디지털 매체를 통해 구현되는
형식에 관한 논의로, 매체가 텍스트 구조와 구성 원리를 규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
는 문제이다. 디지털 매체에 기반한 서사체, 곧 디지털 서사체의 텍스트 층위는 엄밀
히 말하자면 작가와 작품을 지배하는 코드 또는 자기 충족적 의미 체계로서의 텍스
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것은 역사와 권력, 담론과 이데올로기의 흔적이 새겨지는
공간으로서의 텍스트에 물질성을 더한 것으로, 강내희가 말하는 ‘문형’에 가까운 개

념이라 하겠다.2) 디지털 서사체에서 텍스트의 물질성은 기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인
터페이스로 인해 더욱 논쟁적 영역으로 떠오른다. 새로운 노드(마디. node)의 끊임없
는 연결 구조를 핵심으로 하는 텍스트 구조는 디지털 서사체에서 기호와 대상의 정
합적 대응을 끊임없이 연기시킨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서사체의 텍스트 구조는 의미의
형성, 인식의 기능, 의미와 실제 세계의 관계 따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관념, 기껏해야 은유로 표현되던 바르트식 ‘텍스트’의 실재
가 물리적 경험 차원으로 구현되는 것을 본다. 디지털 서사체에서 텍스트의 핵심적
의의는, 경험 세계에 대한 개념적 조직화를 물리적 행위 차원에서 경험하게 함으로
써, 텍스트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 관계를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형;.... 멋진 아이디어다

 

2) 강내희는 1996년 이후 최근까지도 일련의 글쓰기를 통해 문형학이라는 문제틀을 제출하고
발전시켜오고 있다. 그의 ‘문형’은 ‘텍스트’가 자칫 문자 언어적 표상 형식으로만 오인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이미지나 영상, 나아가 신체적 차원까지 주체 구성의 조건으로 포함하
는 틀이다. 이러한 문형학은 새로이 등장하는 문형을 둘러싸고 재편되는 권력, 새로이 요
구되는 능력의 획득, 배분, 관리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에 관한 연구로 나아간다.

 

 

다음은, 의미 문제이다. 이는 표상과 주체 사이의 관계이자 기호작용의 형식, 기
호에 대한 반응에 관한 논의라 하겠다. 의미는, 구성주의 인지이론이 시사하는 것처
럼, 존재론적 실재에 대한 표상의 산물이 아니며 능동적인 주체가 세계를 구성하는
과정이다.3) 이런 점에서 의미는 다시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호가 ‘무엇’을 ‘대
신하는 것’, 곧 대상을 드러내는 유희”를 가리킨다는 맥락 안에서,4) 디지털 서사체는
기호의 유희적 기능이 과잉되어 지시 작용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재현의 대상(진실)
에 닿기 어렵게 만든다.
디지털 서사체의 텍스트 구조는 주체의 해석 작용을 모호하
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어서 역설적으로 해석, 곧 의미의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기호는 반드시 지시 대상을 가질 것이지만, 디지털 서사

체에서 기호 과정(또는 의미 작용)의 의의는 기호와 지시 대상의 정합적 관계를 확인
하는 데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진행하는 주체의 능동적 구성 행위, 그
과정을 통해 기호 주체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의해 더 크게 규정된다. 따라서 디지털
서사체에서 “재현의 대상, 그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일”5)은 기호의 유희를 통과하
는 운동과 변화 과정 그 자체로 자기완결적 의의
를 지니게 된다.

 

>>뭔가 멋진 말이다.. 100% 이해는 안 가지만

 

 

마지막으로, 이러한 해석 행위가 해석의 주체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일반적으로 해석의 주체는 텍스트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기호적 유희를 경험하며 이
들을 현재화함으로써 하나의 기호적 재현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미 지적했듯이, 디
지털 서사체의 텍스트 층위에서 기호의 유희적 기능은 대상에 이르는 과정이나 도구
이상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재현은 의미 작용 과정에서
사용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작을 요구하는 텍스트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
자의 몰입감을 증대시켜 표상에 대한 동일시를 가능케 한다. 몰입은 환경을 경험하는
양식이며, 이 환경은 신체와 공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가상 세계의 사물을 만질 수
있다면, 내가 만약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컴퓨터가 만들어낸 현실을 탐색할 수 있다
면, 이 가상적 세계(또는 가상적 현실)가 그와 상호작용하는 나의 신체와 똑 같이 물
질적 존재를 소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6) “공간은 오직 공간적 신체에 의해서
만 경험될 수 있기 때문에 허구적 세계에서 몰입은 의식을 작품의 세계 안에 자리잡
고 있는 상상적 신체 안에 재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7) 디지털 서사체의 공간적 경
험을 통해 우리의 “신체적 인식과 동작을 통합함으로써 변화된 주체성의 감각을 경
험”
한다.8)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난관에 봉착한다. 디지털 서사체는 해석자의 몰입
을 유력한 조건으로 전제하지만 해석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몰입에서 다시 빠져나와
디지털 서사체에서 또한 진실의 재현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 디지털 서사체의 재현 전략
이제 디지털 서사체의 재현 원리와 방법을 살피고자 한다. 앞질러 말하자면 서사
적 재현의 핵심 원리라 할 시간성(스토리)과 인과성(플롯)은 디지털 서사체에서 주변
적 요소로 배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다른 글에서 소설과 컴퓨터 게임의 시간
재현 양상을 비교하면서 이를 확인한 바 있다.9) 논리적 인과성이나 시간의 전후관계
보다 분절된 이야기단위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컴퓨터 게임의 중요한 이야기
구성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단일한 줄거리가 없고 뚜렷한 시작과 결말을 확정할
수 없는 이러한 이야기는 바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것은 항행을 통해 끊임없이 분절된 이야기 단위를 추가, 교체,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 서사체의 서사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하이퍼픽션과 같은 디지털 서사체의 서사 원리는 자체 완결적이고 단일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디지털 서사체는 이들이 떠난 자리를 새로운 구조 또는 방

 

 

 

 

디지털 서사체의 구조 안에서 발견하는 수행성과 공간성으로부터 우리는 서사를
재개념화할 필요를 느낀다. 완결되고 고정된 대상, 독자가 인식한 결과로서의 서사
개념에서 나아가 반복적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 과정을 가능케 하
는 독자(사용자)의 참여 행위, 서사 요소의 공간적 배치를 기반으로 한 구조 등을 아

우를 수 있는 서사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장된 서사 개념
을 일단 서사장(narrative field)이라 부르고자 한다.10)

 

10) ‘서사장’은 <인터넷, 게시판 그리고 판타지 소설>(한양대출판부)에서 인터넷 게시판 소설
의 서사적 특징을 규정하면서 사용했던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이를 컴퓨터 게임 등 디지
털 서사체 일반에 확대 적용하고자 한다. 이에 관한 추가적 논의는 다음 장으로 미룬다.

 

>>우왕ㅋ 이거 인용

 

 

 

 

3.3 분절

 

컴퓨터 게임은 스토리를 분절하고 시간을 분절함으로써 서사를 재해석한다. 사
건 분절의 양상은 게임의 레벨 구조로도 나타난다. 게임에서 레벨은 단순히 난이도나

플레이어 캐릭터의 능력치가 커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레벨 변화가 거듭될수록
서사의 종결을 향해 다가간다. 이는 고전 소설의 주인공이 서사적 발전에 따라 능력
또는 지위가 높아지는 것과 비교해 이해할 수 있다. 조웅전 의 서사구조는 어린 조
웅(미력)→철관대사(용마)→월경대사(무 공주 얻음)→관서장군 황달(갑주와 칼)→번
장을 베고 위왕을 구함(서사 종결)... 식의 전개 과정을 보인다. 이는 롤 플레잉 게임
이나 액션 게임에서 특정 아이템을 획득해 점차 문제 해결에 다가가는 레벨 구조와
흡사하다. 레벨 구조는 <스타크래프트>나 <심시티>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기본 유닛의 건설이 축적됨으로써 최종 목표에 다가가는 구조로 나타난다. 이렇게 볼
때 레벨 구조는 병렬적 이야기를 분절해 위계적 또는 수직적(인과적) 이야기로 전환
시키는 장치이며, 이것이 레벨 구조의 서사적 의의이다.

컴퓨터 게임의 분절적 서사의 결과는 전통적 서사, 곧 통합적 서사 전략이 주는
즐거움과 다르면서 같다. 스토리의 분절은 앎을 촉진시킨다. 통합적 서사에서 최종적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소요를 게임에서는 사건을 분절함으로써 줄여주
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은 단편적 앎의 반복을 통해 즐거움을 지속시키는 전략을 선
택한다. 소설에서는 사건의 결말을 책의 말미에 가서야 알 수 있는 것에 비해 게임은
세분된 미션 안에서 플레이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금방 결과를 알 수 있고, 이 결과를
아는 즐거움은 새로운 미션을 되풀이하면서 반복된다.

>>앎.. 인지? 재미요소?

 

분절은 게임이 지닌 속도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속도는 회
기 불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흔히 게임 서사는 시간 역전이 가능한 양식으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사건과 사건의 결합, 특히 플레이어의 수행의 연속에 따라 서사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는 그 과정의 연쇄, 다시 말해 시간의 진행에서 결코 벗
어날 수 없다. 결국 지연, 머뭇거리기 따위가 불가능한 양식이다. 게임의 몰입성 역시
이 특성에서 비롯된다.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관성이 작용하는 셈이다. 소설의 시간
특성은 사건의 연쇄를 통해 그 내부에서 자연스런 지연과 머뭇거림을 가능케 했다면
게임에서 시간은 분절되어 현재화함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속도의 쾌락을 가능케 한
다.

 

컴퓨터 게임의 서사는 사건의 분절과 시간 발생의 경험을 통해 보다 미시적 차원
의 서사체를 구성한다. 이는 모든 사건을 통일적으로 연관시켜 단일한 해석적 의미를
부여하는 거대 담론의 해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컴퓨터
게임이 서사 자체의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분화된 사건 체험을
통해 게임은 프레드릭 제임슨이 주장하듯 유토피아를 구성하고 상상하는 방법이자
의미를 만들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앞서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서사
의 의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15)

 

 

>>와우 거대 담론의 해체!!

 

 

결국 디지털 서사체의 서사성 문제는 시간 구성의 문제로 요약된다.

 

>>흥미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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