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 함께 있다.
케메르를 맹세한 연인처럼,
마주 잡은 두 손처럼, 목적과 과정처럼."
"'빛은 어둠의 왼손...' 그 다음이 뭐였지요? 빛-어둠. 공포-용기. 차가움-따뜻함. 여성-남성.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세렘. 둘이자 하나이지요. 눈 위의 그림자입니다."
리디 이벤트를 계기로 어슐러 르 귄 걸작선을 읽게 되었다. 그중 첫편인 '어둠의 왼손'. 어슐러 르 귄의 작품을 정식으로 읽는 것은 처음인데, 독특한 감성과 촘촘한 세계관이 좋았다.
평소에는 양성, 혹은 중성 상태였다가 케메르 시기에만 성을 갖게 되는 게센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놀라운 발상을 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세계관과 문화관, 역사관에서 언급되지 본격적인 의미에서 성을 주제로 삼고 있지는 않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겐리 아이의 동맹국 만들기. 이 과정에서 에스트라벤을 만나고 헤어지기도 했다가 배신감도 느꼈다가 결국은 친구가 되는데, 결말부가 충격적이다. 에스트라벤이 죽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위키 요약에도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성공한다는 식으로 나와 있어서... 도움이 맞기는 맞지. 죽음을 통한 도움이었지만.) 읽는 당시 충격이 컸다. 거의 겐리 아이 당사자 수준으로 충격 받음. 너무 충격 받아서 챗GPT랑 이야기해보려고 했는데 챗GPT가 에스트라벤에 대해 엉뚱한 이야기만 해서 실망. '어둠의 왼손', '에스트라벤'으로 트위터 검색했더니 몇 년 전 글까지 다양하게 나와서 좀 위로를 받았다.
읽다 보면 '여성성', '남성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느껴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196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작품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겠군 싶기도 했다. 60년대 사회상을 생각해봤을 때 당시에는 놀랍도록 혁신적인 작품이었을 것이다.
(와 근데 소설 진짜 오랜만에 읽고 독후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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