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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욱동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8

snachild 2021. 11. 14. 18:23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 존 던

 

70쪽

파블로의 마누라가 대꾸했다. "사내들이란 참. 우리 여자들이 남자들을 낳는다는 게 수치스러워."

 

85-87쪽

"영감님은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이 있습니까?" 로버트 조던은 어둠이 주는 편안함과 그날 하루를 같이 보냈다는 친밀감에서 안셀모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있었지. 몇 번인가 있었어.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그러지는 않았어. 내 생각에는 사람을 죽인다는 건 죄악이거든. 비록 상대가 우리가 꼭 죽여야만 하는 파시스트일지라도 말이야. 사람과 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인간을 짐승의 형제라고 생각하는 집시들의 미신을 난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정말이지 난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떤 경우든 반대야."

"그래도 영감님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리고 또 앞으로도 죽일 테고. 하지만 만약 목숨이 붙어 있다면 앞으로는 아무도 해치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그러면 언젠가 내 죄를 용서받게 될 테지."

"누구한테 용서받아요?"

"그걸 누가 알겠어? 이 세상엔 이제 하느님도 안 계시고, 하느님의 아들도 성령도 모두 안 계시니 누가 용서해 줘? 난 잘 몰라."

"그럼 영감님한테는 이제 더 이상 하느님이 없다는 건가요?"

"없어! 정말 없어. 만약 이 세상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하느님이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아 온 일들을 일어나게 하셨겠어? 그놈들이나 하느님을 믿으라지."

"그들도 하느님을 주장하고 있죠."

"신상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확실히 하느님이 없는 것이 섭섭해. 하지만 이제 인간은 자신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해."

"그렇다면 사람을 죽인 죄를 용서해 주는 것도 영감 자신이겠군요."

"난 그렇게 믿어. 당신이 그런 식으로 분명히 말해 주니, 아마 틀림없이 그럴 거야. 하지만 하느님이 계시든 계시지 않든 사람을 죽이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건 내게는 굉장히 중대한 일이거든. 피할 길이 없을 때엔 할 수 없이 사람을 죽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파블로 같은 족속은 아니야." 안셀모가 말했다.

전쟁에 승리하려면 사람을 죽여야만 합니다. 그건 태곳적부터 변하지 않는 진리죠."

"그야 그렇지. 전쟁이라면 죽여야만 하지.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이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걸 생각하지."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바짝 붙어서 걷고 있었고, 노인은 산에 기어오르면서도 가끔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난 상대가 주교라 할지라도 죽이고 싶지 않아. 또 어떤 종류의 자본가라 할지라도 죽이고 싶진 않아. 지금껏 우리가 들판에서 일해 왔듯이, 또 지금 우리가 산에 들어와 벌목을 하며 일하고 있듯이, 그놈들을 죽을 때까지, 날마다 일하도록 만들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저들도 사람이 무엇 때문에 태어났는지 알게 되겠지. 또 저들도 우리가 자는 곳에서 잠을 자봐야지. 우리가 먹는 것처럼 먹어도 봐야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들도 일을 해야 해. 그러면 저들도 알게 될 거야."

 

90쪽

너라는 존재는 없어. 절대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나도 이 노인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거든. 세상에는 꼭 필요한 명령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실존주의 소설인가 (<생의 한가운데>처럼) 싶었는데 스페인 내전에 관한 전쟁 소설.

왠지 호감가는 노인 안셀모와 vs 세속적인 파블로를 비교하는 초반 전개가 흥미로움

약간 여캐 묘사가 대상화적인가 싶다고 파블로의 아내에서 생동감과 개성을 느낄 수 있었으.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