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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에세이

snachild 2021. 2. 14. 10:16

pp.180-181

때때로 나는 내 몸에서 지구를 발견한다. 무기질이 부족해 손톱이 잘 부서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건선이나 지루성 피부염 같은 만성질환이 생겨버린 내 몸. 필요하고 쓸모 있는것은 부족하며, 온갖 쓰레기들이 꾸역꾸역 정렴하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구조물을.

 

>>배달 음식 일회용품 쓰레기 이후에 나온 표현이라서 더 와닿는다

 

p.200

당시 김세희는 20대 커플이 겪는 여러 일을 썼고, 나는 직장 생활에서 오는 분노와 퀴어 소재의 소설들을 주로 썼다. 당시 우리가 썼던 소설은 별 볼 일은 없었지만, 진정성(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이 있다면 매우 가까운 것)이 가득했던 것 같다. 어쩌면ㄴ 한없이 우리 자신의 모습과 가까운 그런 형태의 글들. 그때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단순히 세상에 없던 어떤 픽션을 창조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던 어떤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구했던 것 같다.

 

p.204

회사 생활과 글쓰기느 마치 세트상품 같은 일이었다는 것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회사 생활의 다른 모든 업무와 다를 바 없는 '노동'이지만, 실은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일종의 '존재 증명'을 했던 것이맂도 모르겠다. 소모적으로 남의 일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내 목소리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 수면장애를 앓으며 쪽잠을 자면서도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의 현실을 버티게 해주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지만 진정성과 애환이 묻어나 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현실 웃음 터지게 하는 재기 발랄한 유머와 대화들이 무거운 삶들을 무겁지만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가족이나 주변인에 관한 부정적 감정들이 직접적으로 쓰여 있는 것은 걱정이 된다. 기록으로 남아버리기 때문에 혹시라도 작가에게 부담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사람에 관해 쓸 때는 감정보다는 사건 묘사로 쓰라고 했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7화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