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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자유주의를 살다 : 감수성, 정체성 그리고 신화 / 양정혜

snachild 2019. 5. 10. 12:01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1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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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과시, 자기중심적인 담론들로 특징 지워지는 현재를 나르시시즘적인 사회라고 칭하며 우려를 표명하는 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17세에서 25세 집단을 대상으로 자기 세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설문한 조사에 의하면 81%의 응답자가 "부자되기"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지목했고 다음이 "유명해지기"로 51%의 응답자가 이같이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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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기애적 경향이 문화 속에 널리 퍼져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우선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함이 주요 원인이 된다. 집단주의가 점차 빛을 잃어가고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현대인들은 외견상으로는 수많은 관계에 속해 있어도 사실은 매우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다.
각종 소비자조사 결과에도 나타나듯이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는 스터디클럽, 동호회처럼 목적에 따라 단기간에 걸쳐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매우 실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분주하게 많은 모임에 참가하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실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수는 많지 않고 오히려 디지털 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 불안정한 관계, 피상적인 관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추구하게 하고 그 결과 종종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더 과장된 자기를 제시하도록 만든다. 평범하면 관심의 대상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틱한 자기표현을 유발시키는 또 다른 이유로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검증이 생활화된 사회 환경을 들 수 이싿. 타인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사람들은 타인들을 의식하면서 경쟁적으로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평가 받고 싶어하고, 자신의 성취를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인증샷의 보편화가 보여주듯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이버 세계의 구성원이 된 현재에는 이미 문화적 대세가 되었다. 온라인상의 자기 표현과 관련된 일련의 연구들을 보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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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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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처럼 보이는 나르시시트적 성향은 사회병리 현상이라기 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 타인의 관심 끌기에 열중하는 집단적 감정구조의 부상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미 1970년대에 크리스토퍼 래쉬(Christopher Lasch, 1977)는 미국 사회가 나르시시시트적인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르시시즘을 보다 사회적인 의미로 재해석하였다. 래쉬의 주장은 고프만(Goffman)과 같은 사회학자의 논리와 맥을 같이 하면서 나르시시즘 문화를 폭넓게 조명해볼 수 있는 이론적 맥락을 제공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