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말, 개, 당나귀, 고양이, 양, 돼지, 암소, 물고기 등과 같은 가금과 가축
의 등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속담이 인간의 실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간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들짐승의 경우 6가지만이 집계되고 있는데, 그 중
늑대, 곰, 여우, 토끼의 4종은 루마니아에 존재하는 토종이며, 사자와 원숭이는
외래종이다. 들짐승 중에 늑대의 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시골에서 인간의 삶과
빈번한 충돌을 일으키는 야생짐승이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늑대는 그 자체로서
부정적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루마니아인의 삶을 구성하는 주된 직업 중 하나가
목축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속담에서 날짐승의 출현은 상대
적으로 미약한데, 네그레아누의 소개에 의하면 단지 까마귀와 독수리가 높은 빈
도수를 보일 뿐이다. 또한 곤충류에서는 파리, 이, 벼룩이 즐겨 사용되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루마니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카르파티아 산맥의 고산지와 목초지는 양을
기르는데 널리 이용되어왔다. 구릉지와 산악지대를 오가며 양을 기르는 ‘이목’은
루마니아의 전통 농경 모축문화의 하나로 이를 ‘양떼들의 이동’ 즉, ‘트란스후만
처’라 부른다. 이 풍습은 양치기들이 봄에 양떼들을 몰고 고산지대의 목초지로
올라가 공동생활을 하다가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다뉴브 강 저습지
나 강가로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21) 이 과정을 되풀이하는 목동에게 가장 빈번
하게 접하게 되는 적대자가 바로 늑대이다.
대부분의 동물 속담에서 속담 창안자 및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성향이 반대
적 요소, 즉 반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상충되는 동물의 등
장을 통해 속담의 내재적 반의성을 제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중의 계몽과
해학을 도모하고 있다.
동물과 관계된 루마니아 속담에는 단위 속담의 주체로서 등장하는 독립된 개
별 동물 외에도, 소와 소, 개와 개, 늑대와 늑대처럼 동종의 병렬이나. 많은 경우
고양이와 쥐, 늑대와 양, 여우와 거위처럼 이종의 병렬로 구성되기도 한다.
사람에게 익숙한 집짐승이나 들짐승의 등장을 통한 구조와 구성은 일반인들의 속담
에 대한 빠른 이해와 저변 확대에 일조하는 효과를 가진다. 루마니아 동물 속담
그리고 그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실체는 루미나아인의 전통적 삶의 방식
과 그를 둘러싼 천혜의 자연 환경이 만들어낸 유형적 유산이자 문화의 소산으로
세대와 시대를 넘어 향유되고 있다.
비유와 비교, 상징에 바탕을 둔
동물속담은 명령조의 속담에 비해 일반 대중의 인식과 적용에 있어 커다란 효율
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사회나 개인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선과 악, 긍정과 부정
의 철학을 형성해준다. 채록된 동물속담 중 상당 부분이 가축과 가금 그리고 늑
대로 대표되어지는 들짐승에 관련된 것은 루마니아인의 삶이 목축과 농업에 기
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반영해주고 있다.
유형과 형태적 측면에서 동물속담들은 상충되는 동물의 등장을 통한 내재적
반의성, 동물의 개별 속성을 통한 비유와 비교의 방식, 수컷과 암컷의 상호 출현
및 성의 유동성에 따른 형태적 효과 제고, 민간의 개별 수용에 따른 동물의 이중
적 상징성, 인식 주체에 따른 동물 수용의 상이성과 대조, 유사 종뿐만 아니라
적대 종과의 관계 및 용어들 사이의 결합과 조화의 실현 등을 통해 각각의 변별
성을 가진다.
속담, 특히 동물속담은 일반적으로 열등 유형의 판단을 통해 우등 유형의 가
치를 제고하는 구체화된 진실을 설명하며, 귀납적인 추론을 선호한다. 우등에서
열등으로의 전환은 속담에게 공동체가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의미, 즉 보편적 합
의를 통해 그 기능을 발휘하는 전통성을 허용한다. 속담에서 긍정적인 현상보다
부정적인 현상이 더 많이 취급되는 것은 저변화된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긍정보
다 부정으로부터 더 많이 그리고 더 쉽게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하여 주제는 객관화되며, 사건은 당위성을 가지고, 현상은 논거의
핵심을, 그리고 개인적 경향은 보편적, 일반적 성향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전이
의 양상은 거의 모든 속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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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한국어학습자를 위한 속담 교육 방안 / 양지선
속담은 사물의 이치를 직관에 의해 꿰뚫거나 과학적 공식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정과 시행착오를 통해 일반화 법칙을 거쳐서 얻어지는 것이다. (...) 따라서, 속담을 통해서 우리는 그때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 생활 모습 등을 엿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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