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학에서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으로 정의된 문체는 필자의 개성을 나타낸다. 문장은 그 지적 내용(知的內容)이 동일하더라도 정적 내용(情的內容) 및 그것이 주는 인상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생기게 하는 것은 문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체의 분류에는 일정한 통일적인 기준이 없으며, 각기 관점에 따라 문체의 종류가 설정된다. 중요한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분할 수 있다.
⑴ “글은 곧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에서 정의되는 유형의 문체, 즉 언어 사용자 성격의 발로로서 문장이 가지는 개성이다. 문체론에 의하여 취급되는 문체는 주로 이러한 의미의 문체이다. 개인을 초월하여 어떤 언어에나 있을 수 있는 시대적인 문체라든지 또는 다른 언어에 대하여 어떤 특정 언어의 문체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시대 ·국민 또는 민족의 성격 ·시대정신 ·국민정신 ·민족심리의 발로로서 문장이 가지는 개성이다.
⑵ 수사학(修辭學)상으로는 ① 길이에 따라 간결체 ·만연체, ② 글의 느낌(剛柔)에 따라 강건체 ·우유체(優柔體), ③ 수식의 유무에 따라 화려체 ·건조체(乾燥體) 등으로 분류된다.
⑶ 특수용도 ·사용집단에 따라 서간문체 ·신문문체 ·법률문체 ·속어체(俗語體) ·아문체(雅文體) 등으로 구분된다.
⑷ 문예양식에 따라 산문체 ·운문체 등으로 분류된다.
⑸ 문법 ·어휘의 특징상으로 보아 구어체 ·문어체 ·한문체 ·국한문혼용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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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는 문학의 용어일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과 생활, 그리고 행동 양식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이는 말이다. 웹스터 사전은 문체를 ① 개인이나 학파, 혹은 특정한 집단의 표현 양태, ② 내용이 아니라 내용을 담는 형식, 즉 형식과 관련되는 문학적 작문의 면모, ③ 담론에서 취해진 태도, 어조, 방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체를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만으로 한정하여 보려는 관점도 있다. F. L. 루카스가 그런 경우인데, 그에 따르면 문체란 ‘작문의 방법(a way of writing)’이거나 ‘좋은 작문의 방법(a good way of writing)’이라는 것이다.
한편 J. M. 머리는 문체를 ‘개인과 보편의 완전한 융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서는 가치 평가적인 입장이 두드러지는데, 그가 문체란 ‘개성적이고 특이한 표현에 있어서의 보편적인 의미의 완전한 구현’이라거나 ‘개인적인 특징이 고도의 기법에 의해 성취된 때에 결과되는 언어 예술’이라고 말할 때 특히 그러하다. 머리에게 있어서 문체란 따라서 탁월한 문학 작품과 동의어가 되는 셈이다. M. 쇼러는 문체를 오로지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한다. 기법(technique)이란 내용, 즉 경험과 성취된 내용, 즉 문학 작품 사이에 개재(介在)하는 것이며, 그 구체적인 드러남이 곧 문체이다. 그가 말하는 기법이란 단순한 개념이 아닐 것은 물론이다. 그에게서의 기법이란 발견의 수단, 즉 경험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수단이다. 이렇게 되면 문체는 곧바로 작가의 세계관의 문제가 된다. 즉 문체란 ‘저자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개인적인 여과의 반영’이다. 개인적인 여과란 선택의 문제와 직결될 것은 물론이고, 작가가 어떤 문체를 선택할 때(이러한 선택은 의식적으로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도 이루어진다) 그 선택 속에는 이미 작가의 세계관이 들어온다.
문체는 비전의 문제라는 프루스트의 말도 이런 문체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문체가 세계관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문체관도 변모되어왔으리라는 사정은 짐작될 수 있겠다. 개인적인 세계관보다 집단적인 세계관이 우세하고 균형, 조화, 절제를 규범으로 삼았던 고전주의적 전통에서 문체는 단지 설득을 위한 기법의 일부로 간주되었다. 규범적인 세계관에 지배되던 시대에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고전의 규범적인 문체를 배워야 했다. 비극, 희극, 풍자 등은 장르적 문체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고귀하고 숭엄한 문체는 서사시나 비극에, 비속한 문체는 풍자시에 적합하다고 간주되었다. 고귀한 주제를 고귀한 형식에 담아 표현하는 밀턴의 숭엄한 문체나 비천한 현실을 비천한 그대로 표현하는 풍자극, 소극의 비속한 문체는 고귀한 세계와 비천한 세계가 엄격하게 구분되던 고대 서양의 결정론적인 세계관의 반영이다.
고전주의의 문체적 규범을 깨뜨린 것은 낭만주의이다. 낭만주의자들은 개인의 창의와 개성을 억압하는 집단적인 세계관의 산물들인 모든 문체적 규제와 전범들로부터 해방되고자 했다. 이것이 규범적 문체 대신 기술적 문체가 대두되게 되는 배경이다. 낭만주의의 문체관은 ‘문체는 곧 사람이다’라는 명제 속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문체관은 차츰 극단화되어 드디어 낭만주의자들은 문체는 생득적인 재능이고 후천적으로 획득될 수 없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른다. 현대에 들어서도 문체가 내용이냐 형식이냐 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쟁점이 되고 있다. 문학에서 수사적 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은 그것을 내용이라고 본다. 반면 경험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문체를 문학의 부수적 가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여전히 우세하다. 상반하는 이 두 문체관은 상호 보완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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