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으로 봤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가족이든 정치든, 삶의 모습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별다를 게 없다는 보편성을 느낌
<<순수 에세이라기보다는 학문적 토대 중심에 + 개인적 사례들을 풍성하게 덧붙인 것에 가깝다. 이렇듯 개인의 일화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에리봉이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인터뷰를 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하다. (유명 학자들을 책이나 이론서로 추상적으로만 본 게 아니라, 실제로 만나서 그들과 대면해서 분석함)
25쪽
사상사 쪽의 몇몇 작업(특히 푸콩 관한 두 권의 책)을 마치고 예속화에 관한 글쓰기에 착수했을 때, 내가 준거점으로 삼고자 했던 것은 게이로서의 내 과거, 즉 성적 정상성의 법칙을 위반하는 이들의 열등화inferiorisation와 비체화abjextion(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의해 어떻게 '비체인 존재가 되는가?')의 동력이었다.
28쪽
부유층과 고위직 인사들이 사회운동, 파업, 시위 등 민중의 다양한 저항에 대해 끊임없이 적대감을 드러낼 때도 즉각적으로 증오심이 솟구쳤다. 출신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계급적 반사 신경은 살아남아 있었던 셈이다.
33쪽
진실은 내가 그를 증오했었고 그 증오를 계속 간직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나는 폐허로 변해버린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증오했던 것은 폐허가 아니다.
>>아버지를 병문안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증오의 감정에 그토록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증오가 사라지고 나면 고통에 직면할 것임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34쪽
볼드윈
"그는 흑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단언했지만, 그것은 수많은 굴욕의 원인이었고 그의 삶에 불운한 한계들을 설정했다."
36-37쪽
아버지가 자신 안에 압도적인 역사의 무게를 간직 (...) 반미치광이 같은 아버지의 성정과 그로 인한 관계에서의 무능력은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성격적 특징이라는 의미에서의 심리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것들은 아주 정확하게 위치지어진 이 세계-내-존재의 효과였다.
41쪽
부르주아 박애주의자들이 빈민을 위해 구상했던 가족복지 방식은 노동자들이 가정에 매이면 정치적 저항과 결사, 행동의 유혹으로부터 방향을 돌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914년 발발한 전쟁이 이 프로그램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45쪽
공산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소련과 유사한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자 하는 욕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46쪽
<아베세데르>에서 질 들뢰즈 "좌파라는 것"은 "먼저 세계를 내다보는 것" "멀리 내다보는 것"(우리 동네의 문제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제3세계의 문제를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것) 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들뢰즈 말 개멋있게 하네..
47쪽
'혁명'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삶에 그렇게나 많은 불행을 초래한 사악한 힘 - 우파, '부자 놈들', '거물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 - 하나의 신화에 맞서는 또 다른 신화- 인양 소환되었다.
50쪽
할머니의 몸짓과 말 하나하나에는, 그동안 그녀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왔고 자신의 조건을 감내하도록 해준 바로 그 체념이 인장처럼 깃들어 있었다.
54쪽
사회적인 결정논리determinisme social는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지배했다. 그는 우리가 '재생산'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온갖 법칙과 메커니즘이 그를 규정해놓은 것으로부터 빠져나가지 못했다.
따라서 아버지의 학업은 초등학교를 넘어서지 못했다. 더욱이 아무도 그 이상을 꿈꾸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모도, 아버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55쪽
가능성의 장-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은 고사하고, 단순히 구상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조차-은 계급 위치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된다.
58쪽
한때 아버지는 산업디자이너를 꿈꾸었다. 그러나 곧 현실에 직면했다. 그에 필요한 기초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공장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낸 뒤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헛된 꿈을 포기하고 단념해야 했다. 아버지는 도안과 스케치로 가득한 모눈종이 몇 장-연습장이었을까?-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그는 그 종이들을 자주 서류철에서 꺼내 들여다보거나 우리에게 보여주었는데, 결국에는 서랍 깊숙한 곳으로 치워 죽은 희망을 매장시켜버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0쪽
그들이 의심받는 것처럼 성적 자유를 실제로 누리든 말든 상관없이, 직장 일 자체가 여성들ㅇ게 온갖 나쁜 평판을 가져다주었다.
61쪽
조기 퇴직 - 두 분 모두 그들을 뻔뻔스럽게 착취했던 체계에 의해 내쳐졌다.
79쪽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내 정상성과 비정상성이 상대적, 관계적, 유동적, 맥락적이고 서로 얽혀 있다는 것
또한 사회적 정당성의 부재가 그것을 불안감이나 고통 속에서 경험하는 사람들ㅇ게 얼마나 큰 심리적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며, 정당성과 '정상성'의 공간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심층적인 열망을 얼마나 강렬하게 자극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도의 힘은 대부분 바로 이 바람직함disirabilite에서 비롯된다.)
84쪽
그 시대에 피임은 보편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낙태는 투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녀는 낙태죄로 징역형에 처해졌다.
88-89쪽
어머니는 자신이 "지식인"이 될 수도, "더 지성적인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오늘날까지도-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정부였고, 그녀와 같은 노동자를 만났다. 그 역시 공부를 계속할 기회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개방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95쪽
그녀는 내가 플라톤 강의를 들으러 대강당에 앉아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감자와 우유를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104-105쪽
부르디외가 잘 보여준 것처럼, 가족이 안정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전략들의 총체임을 드러낸다.
만일 사회관계자본capital social 가운데 우리가 우선적으로 유지하고 동원할 수 있는 것이 전체 가족관계라면, 나의 궤족-그리고 그것이 이끈 단절들-에서는 이러한 자본이 결핍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정적인 자본capital negatif으로 기능햇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연을 유지하기보다는 파기하는 것이 문제였다.
107쪽
오이디푸스가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면,(=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문제를 개인화시키면)
주체화 과정으로 향하는 시선이 탈사회화, 탈정치화된다.
112쪽
내가 보기에는 계급 소속감의 부재가 부르주아의 유년기를 특징짓는다는 점이야말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지배자들은 그들이 특정한 세계 안에 위치지어져 있다는 것을 지각하지 못한다.(이는 백인이나 이성애자가 스스로 백인이나 이성애자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파 지식인 레몽 아롱을 겁나게 까면서ㅋㅋ
119쪽
(대가족 중에 누군가는 세무서에 취직하거나 해도) 가족 집단 전체의 상황과 계급 구조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는 조금도 이동하지 않았다.
120쪽
예술에 대한 취향은 학습되는 것이다. 나는 배워서 얻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세계, 다른 사회 계급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리고 내 출신 계급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수행해야 했던, 나 자신에 대한 거의 완전한 재교육의 일부였다.
음악회, 오페라 공연 ... '고상한' 문화적 실천에 열심인 사람들. 사려 깊은 미소와 몸가짐, 전문가로서 말하고 여유로움을 드러내는 방식. 이 모든 것은 '세련된' 예술의 향유를 뽐낼 수 있는 특권적인 세계에 속해 있다는 데서, 또 그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서 비롯하는 사회적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
127쪽
형은,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지만, 아직 내 것이기도 한 이 세계에 일치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129쪽
와이드먼은 대학교수이자 유명한 작가가 된 반면, 그의 동생은 살인죄로 기소된 후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132쪽
추상적인 수준에서 우리가 국민전선에 투표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악수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가족의 문제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힘 뽑은 사람과 말도 섞고 싶지 않은 한국 정치와 잘 맞는 소리
공부의 당위성, 책에 대한 애정, 독서 욕구는 보편적으로 분포된 성향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개인이 속한 환경과 사회적 조건들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성향.
135쪽
'개인 능력'의 이데올로기가 믿게 만들고자 하는 것과는 달리, 그 통계치가 폭로하는 사회학적 진실을 조금도 무효로 되돌리지 않는다는 것.
<3부>
>>3부에서는 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146쪽
서민층은 신뢰를 보내고 투표했으나, 결국은 이 정치인들에게 홀대받고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애정을 거둬들이기에 이르렀다. 당싱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다. "좌파나 우파나 아무 차이가 없어. 모두 똑같은 놈들이야. 늘 당하는 사람들만 당하는 거지."
>>민주당 혐오하는 논리와 존똑
150쪽
전자의 경우, 사람들은 '노동자 정당'에 대한 지지라는 정치적 몸짓을 통해 자신의 계급 정체성을 구성하고, 자랑스럽게 이를 긍정했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은 제도권 좌파의 지도층에게 멸시까지는 아닐지라도, 아무튼 무시당하는 이 정체성에 머물러 있기를 침묵 속에서 옹호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민주당 지지자보다 국힘 지지자들이 대놓고 말 못하는 것 (그래놓고 트럼프가 당선되는 것)과 비슷한듯. 근데 요새 보면 침묵하지도 않는 것 같더만 우파 지지자들...;;; 수치도 모르고...ㅡㅡ
153-154쪽
사르트르는 선거 기간과 투표가 의견을 개인화, 탈정치화 한다고 간주하면서, 운동이나 동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유의 정치적, 집합적 형성-집단-과 대비시킨 바 있다.
(...)
즉 선거 행위는 겉으로는 그 근본에서부터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집합적 동원 양식이나 타인들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행동 양식으로 경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투표함을 수단으로 계급 전쟁이 일어나고 투표 때마다 충돌이 발생, 거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사회 계급이 다른 계급들에 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세력관계를 정초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다.
157쪽
어머니가 낙태한 적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나는, 르펜에 투표함으로써 그녀가 낙태의 권리에 결사반대하는 정당을 지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대답했다. "아! 그건 아무 관계없어. 내가 르펜에게 투표한 건 그래서가 아니야."
>>이것도 한국이랑 개똑같다. 윤을 뽑은 건 이준석의 혐오 논리를 지지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해도 그것 때문에 뽑는 게 아니라고 함;
167쪽
(이민자 혐오에 대해 말하며)
열등하다는 낙인이 찍힌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어머니가 자기보다 더 심하게 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하나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타자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를 우회 수단으로 삼아, 스스로에 대해 가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 그러니까 자기만의 시선으로 존재하는 한 가지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분석
<4부>
193-195쪽
파리에서 공부 중인 형과 누나들이 있었던 그는 작가나 영화감독의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는데,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었다.
내 필명은 완전히 꾸며낸 것 (지나치게 멋을 부려 괴상하게 들렸다)
그의 필명... 두번째 이름 +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을 조합해 지은 것
나는 그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열등한 나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우정도 역사라는 중력을 벗어나지 않는다. 두 친구는 공존을 시도하는 두 개의 체화된 사회적 역사다.
>>문장이 넘나 아름답다.
<5부>
>>5부는 섹슈얼리티에 관한 걸 좀 다룸. 특히 모욕에 대해.
>>중간에 동성애자들 폭행하는 거 너무 충격적이다... 경찰이 말리지도 않음.
226쪽
모욕은 과거로부터 나온 인용이다. 그것은 이전에 수많은 발화자에 의해 반복되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의미를 지닌다.
>>뒤에 나오지만, 사실 '정상성의 규범'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에) 모욕이 모욕으로 느껴진다는 것
249쪽
정신분석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법학적 등등 '과학적이라고 자처하는' 숱한 글들이 결국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장치의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56쪽
은유적이고 장식적인 주네의 문장에 영감을 받아서 이렇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가래침을 장미로, 언어적 공격을 화환과 빛줄기로 탈바꿈시키는 순간이 온다고. 수치심이 자긍심으로 변화하는 순간 말이다.
257쪽
우리는 사회질서와 그 예속화하는 힘이 매 순간 모든 이에게 가하는 무게에서 어느 정도까지만 해방될 수 있을 뿐이다.
258쪽
절대적인 '전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방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무언가를 전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특정한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우리는 살짝 이동하고 옆으로 한 보 옮겨 편차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비관적으로 읽히지만, 이러한 전유/변형/재전유도 나름 의미있다는 게 해제에 나온 것인듯
사르트르의 주네에 관한 책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행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우리에게 행한 것을 가지고 우리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자기에 대한 자기의 작업으로서 수행의 원칙.
<에필로그>
270쪽
꿈이 있다. 현실이 있다. 이 둘을 일치시키는 일은 집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호적인 상황 역시 갖춰질 필요가 있다.
274쪽
에르노는 "수치를 벗어던진 기억"과 더불어 그녀 앞에 문학적이고 지적인 미래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미래가 모습을 드러냈음을 강조한다. 그 미래 속에서 에르노는 자기 궤적의 상이한 단계들, 자기 인격을 구성하는 상이한 차원들을 다시 전유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여성의 낙태 권리와 사회적 불의에 맞서서 투쟁하는 것과, 그녀가 어떻게 이런 여성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녀에게 매한가지 일이다."
277쪽
이 주제와 기획 (...) 문학, 이론, 정치 등 문화적인 참고문헌들의 매개 혹은 필터를 통해야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그러한 문헌들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고 말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히 감정적인 하중을 중화시켜준다. 우리가 그러한 가림막 없이 '실재적인 것'에 직면해야 한다면, 심각한 감정적 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내가 논문을 쓸 때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나는 너무 감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참고문헌과 이론들이 내 정신적 표현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음.
<옮긴이 해제>
>>옮긴이 해제가 더 어려워...
299쪽
자유를 획득했다는 징표는 무엇인가? 더 이상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 프리드리히 니체
>>근데 뒤에 보면, 오히려 부끄러움/수치심이 자기 자신을 개척해가는데 도움이 됐다는 논조 아닌가
306쪽
(에리봉이 사회학 말고 문학도 많이 언급함을 말하며)
에리봉이 보기에, 작가는 경험의 다양한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예속화와 열등화 과정에 대해 예리하고 생생한 분석을 제공하는데, 특히 젠더, 섹슈얼리티와 관련해 그러한 장점은 두드러진다.
>>작품은 삶을 총체로서 다루니까...
309쪽
모욕은 상처 입히는 말(욕설)뿐만 아니라, 그러한 효과를 지닌 몸짓, 이미지, 사회적 담론의 총체를 가리킨다. 그것은 우리를 어떤 집단(지역, 계급, 인종, 직업 등) 안에 배정하고 편입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313-314쪽
수치와 자긍심은 동전의 양면 같은 한 쌍의 감정이다.
(...)
사회화를 통해 신체에 기입되는 수치가 소수자들이 세계와 맺는 원초적인 관계를 구성한다면, 자긍심은 그들이 세계에 맞서 낙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계기를 이룬다. 수치가 자긍심으로 변화하면, 이는 자기의 재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앤드류 솔로몬이 TED에서 말했던 "Forge Meaning, Build Indentity"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수치스럽고 상처받았던 기억을 재의미하고, 재전유하고, 그로부터 자신을 정체화하여,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
(...)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수치의 제거가 아닌, 그 변환이다. 수치와 그것이 생산하는 변형의 에너지는 자기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실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주체화와 재의미화 과정을 촉진한다.
>>옮긴이의 해석이 더 마음에 든다. 제거하고 전복하자, 가 아니라 '변환'하면서 생성하는 에너지. 재구성하기. 기존 사회 질서가 있음을 인정하고, 거기서 살짝 틀기. 앞에서는 좀 한계가 있는 것처럼 써놨는데 여기서는 해석이 잘 된듯.
318쪽
1998년 시민연대협약, 2012년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싸고 프랑스에서 열띤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을 때, 정신분석학자 절대다수가 이를 '과학의 이름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기
>>프랑스 정신분석학자들 왜 저러냐? 무슨 이론을 배웠기에.. 써글 것들
개인의 정신 현상과 사회적인 것을 정초하는 초월적 상징 법칙의 존재에 준거를 두는 정신분석학은 '정상성'에 대한 관념을 바탕으로 가족적.이성애적 질서를 뒷받침하는 정치 이데올로기
319쪽
라캉은 남성적, 이성애적, 가족주의적 질서를 수호하는 정신분석학의 규범화 기능을 설파하며, 그의 텍스트는 반페미니즘적, 동성애 혐오적 개념과 명제들로 가득 차 있다. (에리봉의 주장)
321쪽
우리가 정신분석학의 개념들 대신 젠더, 체화, 궤적, 하비투스 등 사회학의 개념들을 동원해 소수자 문제를 분석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억압적 현실의 개선과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사회질서 - 두 가지 원리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 결정론의 원리 / 내재성의 원리
324쪽
우리가 정치적 주체로서 저항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정체화하는 과정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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