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비참해진다.
번듯한 얼굴로 자신의 학문을 자랑하는 이들에 대하여
그들만큼 공인된 학문이 아님을
그들만큼 마냥 연구자의 자리에 있지 못함을
이러한 비참함이 쓸데없는 것인 줄을 알면서도, 못배웠는데 욕심만 많은 나의 참람한 마음은 시기라도 하는지 비참해 한다.
비참함을 견디면서 그래도 오늘도 읽고, 쓰겠다는 생각만을 한다.
나는 이미 그러한 제도권 밖에 밀려나
번듯한 권위도 없고, 자랑스러운 상도 받지 못하는 팔푼이일지라도
앞으로 계속, 어쩌면 끝날 때까지 그렇게 '깔짝이다 만' 그런 존재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서 이것만큼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이 비참함마저도, 읽고 쓰겠다는 마음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